풍만한 가슴이 드러나는 탱크탑, 조깅 팬티를 연상시키는 주황색의 짧은 반바지, 눈이 휘둥그레진 올빼미 로고까지. 한눈에도 일반 패밀리레스토랑과는 사뭇 다릅니다.
1983년 미국 플로리다주 한 해변가에서 문을 연 바 겸 레스토랑인 후터스는 오렌지색 핫팬츠에 흰색 민소매 러닝셔츠를 입은 미모의 여종업원들이 음식과 맥주를 날라다 주는 서비스로 유명합니다.
‘맛있는 음식, 시원한 맥주, 예쁜 아가씨가 있는 곳’을 컨셉으로 한 후터스(hooters)는 원래 ‘올빼미’라는 의미인데, 속어로 ‘여성의 가슴’을 뜻하며 야한 복장의 종업원들이 음악에 맞춰 손님과 함께 춤을 추거나, 사진을 찍는 등 여성의 성적 매력을 노골적으로 영업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후터스는 ‘섹스 어필’을 후터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컨셉으로 삼아 사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유지, 현재 미국 내에만 체인점이 350개가 넘는 대형 레스토랑 체인으로 성장했습니다.
또한 후터스는 유럽과 미주,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총 500여개 가맹점이 성업 중일 정도로 확대됐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만과 싱가포르,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한국에 문을 연 것입니다. 지난해 미국 내 매출만 연간 9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고 있는 후터스는 최근 성지 이스라엘에도 오픈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죠.
한국후터스는 조만간 삼성동 2호점을 오픈하는 등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내 오픈에 앞서 한국후터스는 후터스 걸 채용공고에서 ‘지와 미를 겸비한 후터스 걸’을 모집한다하며 아울러 후터스 걸은 섹시하면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향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후터스 걸이 입는 야한 티셔츠에 새겨진 슬로건도 ‘Delightfully tacky, yet unrefined’(‘매혹적으로 도발적인, 그러나 때묻지 않은’)입니다.
당시 이 회사 한정근 과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졸 이상의 여성으로 후터스 걸을 뽑고 전체의 3분의 1 정도는 외국여성으로 채울 계획”이라며 “월 평균 300만원 이상의 급여와 연예인들이 타는 고급 밴을 출퇴근용 차량으로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후터스에서는 스포츠바를 접목한 밝고 경쾌한 이미지의 레스토랑일 뿐이라고 하지만 후터스가 단지 음식을 먹으러 가는 식당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고객들의 이용 현황일 것입니다.
일반 패밀리레스토랑은 여성의 비중이 70%인데 후터스는 남성의 비중이 70%라고 하니 후터스에 가는 이유가 음식보다는 후터스 걸을 감상하러 간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듯합니다.
또한 한국후터스가 여성을 상품화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이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 마케팅일텐데요, 한국후터스는 지난 2월 열린 종합격투기 ‘K-1 파이팅네트워크(FN) 칸(KHAN) 2007’을 후원했는데 대회 자체를 후원하는 것이 아닌 ‘라운드 걸’을 후원합니다.
홍장미 후터스 홍보과장은 “후터스의 슬로건과 칸 걸의 이미지가 부합한다고 판단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각종 스포츠 신문 등에 한국후터스의 K-1 후원은 사진과 함께 엄청나게 보도됐었는데요, 제목들이 참 낮 부끄럽게도 ‘찰칵~ 자세좋고 느낌좋고’ ‘날보러와요’ ‘너무 가까이오지 마세요’ 등입니다.
또 한국후터스는 최근 LG야구단과 공식 후원을 체결했다며 후터스 걸 복장 그대로 야구장에 가 ‘후터스 걸 치어리더 데뷔’ ‘후터스 모델들의 댄스’ ‘야구장에 온 후터스 미녀들’ 등의 보도가 쏟아지곤 했습니다.
후터스 측은 이래도 건전한 스포츠를 접목한 레스토랑이라고 할 것인가요?
뭐 사실 현재 한국은 섹시바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후터스 말고도 그보다 더한 곳이 훨씬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직장 동료들과 선릉역 근처의 맥주집에 갔는데, 사실 후터스 걸들보다도 훨씬 더한 복장으로 맥주를 나르는 여성들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일반 맥주집과 별다를 것 없어 전혀 그런 곳일지 모르고 들어갔는데 말이죠.
그곳은 나중에 나갈 때 테이블당 1000원 이상의 팁을 올려놓고 갈 것, 종업원들을 보기만하고 만지지는 말 것 등의 수칙이 있었는데요, 저희 테이블 말고는 여성 손님이 전혀 없어 많이 황당했습니다.
이제는 일반 맥주집과 따로 구분해 표시하지 않을 만큼 널리 섹시바들이 많은데 왜 후터스만 가지고 그러느냐 하실 분들도 많을 텐데요, 다른 섹시바들도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가 꼭 후터스의 여성성 상품화를 짚고 넘어가는 이유는 후터스가 섹시 컨셉의 레스토랑을 지향하려면 패밀리레스토랑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곳은 어린이 메뉴도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이며, 지난 5월5일 어린이날에는 ‘키즈 투게더’라는 행사까지 진행한 곳입니다.
후터스는 어린이날을 맞아 테라스를 제외한 전 매장 내 금연을 실시하고, 모든 어린이들에게 예쁜 기념 풍선과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온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한 때’로 만든다는 계획으로 행사를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아무리 식당업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며 또 주류를 주로 한 것이 아니라 식사 메뉴의 비중을 높여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업종을 획득했다고 하지만 그곳이 어떻게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과 함께하는 레스토랑인지 통탄할 일입니다.
후터스, 이렇게 패밀리레스토랑으로 놔둬도 될까요?
김양희 객원기자
yang275@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