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2007년 3월26일자 보고서 ‘국제투자와 국내금융시장 영향’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전시켜 보겠다.
먼저 위 보고서의 주장을 요약해 보겠다.
① 대외투자가 외국인투자에 비해 크게 적음
<표1> 한국의 대외투자와 외국인의 국내투자(2006년 말 현재)
| 한국의 대외 투자 | 외국인의 국내투자 | 차이 |
| 4415억불 | 6542억불 | - 2126억불 |
| 2026억불(준비자산을 뺄 경우) |
| - 4516억불 |
한국의 대외투자 중 외환보유액이 2383억불로 전체 대외투자의 53.9%에 해당한다. 이는 달러 체제하 에서 외환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쌓아 둘 수밖에 없는 돈으로 주로 미 재무부 채권을 구입하여 값싼 이자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다.
이 돈은 달러 중심체제 하에서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일종의 보험과도 같은 것이므로 대외 투자에 포함시키기 어렵다. 이렇게 보면 위 표에서 준비자산을 뺀 2026억불이 현실적인 의미의 대외투자가 된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54.6%가 증권투자이다.
② 부작용 : 유동성 과잉, 원화강세의 지속
한국의 무역수지는 1998~2006년 내내 큰 규모의 흑자였고 자본수지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대외투자는 과소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유동성 과잉에 따른 거품이고 다른 하나는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악화이다.
2002년 이후 해외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공급됨에 따라 한국은 유동성 과잉에 시달렸다. 최근의 부동산 광풍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제는 “독립적인 통화 및 환율 조절 능력이 약화”될 정도로 해외에서의 자금 유입이 컸다는 점이다. 가령 “2003~2005년 중 외국환평형기금 증가분은 46.4조원으로 달러화로 환산하면 417억불 정도”인데 같은 기간 “국제수지 흑자는 787억불(경상수지 흑자 567억불, 자본수지 흑자 220억불)”에 달한다.
또 다른 문제는 환율이다. 달러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니 원화가 강세를 띨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본과의 차이인데 일본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되는 외화를 왕성한 대외투자를 통해 국외로 유출”시키고 있기 때문에 엔화 강세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이 100원당 800원 수준으로 급락”하여 수출경쟁력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③ 대안 : 대외투자의 확대
“대외증권투자 부실이 외환위기의 원인, 해외직접투자가 제조업 공동화의 원인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하고 적극적인 대외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고 대외투자를 통해 산업공동화가 아니라 <대외 투자 - 생산기지 신설, 해외기업 M&A - 중간재 공급기지, 신산업창출 - 산업고도화>의 과정을 통해 산업고도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보고서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첫째, ①의 지적, 대외투자가 외국인의 국내투자에 비해 현격히 작은 부분은 보다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 대외투자 중 상당 부분이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자산인데 이는 달러 중심 체제를 용인한다면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가령 지금은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엔 케리 트레이드나 최근 환율 변동에 따른 단기 차입 급증 현상은 이런 우려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외국인의 국내 투자 중 상당 부분이 투기성 자본인데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 보다 근본적으로는 달러 중심 체제로부터의 탈피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최근 한중일+아세안 재무장관 회의에서 800억불 규모의 AMF를 창설하기로 한 시도, 나아가 아예 달러 체제를 벗어나려는 시도 따위 등 보다 혁신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위 보고서는 자본의 무분별한 유출입과 그에 따른 폐해 때문에 AMF와 같은 혁신적인 발상, 외환위기 재발의 가능성 등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 달러 중심 체제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고 서술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모든 보고서가 대체로 그렇다.
둘째, 대외투자의 방향이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을 경계로 대외투자에서 증권투자가 직접투자를 추월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2003~4년 해외자금의 과다한 유입에 따라 원화가 강세를 띠자 외국환평형기금 등을 통해 환율 절상을 막고자 했던 시도가 실패한 뒤 국내 과잉자본의 해외 투자를 장려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연관된, 계산된 목적의식적인 대외투자라기보다는 부자들이 갖고 있는 과잉자본이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해외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대외투자가 산업구조 고도화나 자원개발 등에 기여하려면 산업구조에서 보완성을 갖는 남북경제협력이나 북ㆍ중국ㆍ러시아 협력 또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 중국ㆍ인도보다 한 급 높은 기술력을 갖는 분야의 투자가 중요할 것이다.
대외투자가 국내산업을 공동화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중국ㆍ인도 등 일국 단위를 뛰어 넘는 경제범위를 구상하고 대외 투자를 적극화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대외 투자의 방향과 대외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의 사회경제적 개혁이다.
가령 대외투자를 하더라도 북ㆍ중ㆍ러에 진출하여 <남북ㆍ중ㆍ러 또는 한ㆍ중ㆍ일+아세안>이라는 경제단위를 의식적으로 구상하고 대외투자를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되 농업ㆍ자영업ㆍ토착 중소기업은 정책적으로 보호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인식과 한미FTA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한미FTA는 정태인 씨의 지적대로라면 <관세인하-공공성>, <낮은 수준의 제조업-높은 수준의 제조업>을 맞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위 글의 문제의식은 적극적인 대외투자를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자는 것인데 한미FTA는 역으로 낮은 수준의 제조업과 관세인하에 수혜가 집중되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외투자를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라는 전략과 한미FTA는 상호 모순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