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호(재일본조선유학생동맹 중앙본부 부위원장)

지난달 25일 도쿄에 있는 조선출판회관(회관)에 일본 경찰들이 몰려와 회관 안에 있는 조선문제연구소와 재일본조선유학생동맹(유학동) 사무실을 강제수색 했다. 이에 대항해 재일본 동포들과 총련은 2일 도쿄에서 ‘일본당국 규탄 대회’를 개최했다. 본사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유학동 측에 요청해 2일 규탄대회의 참관기를 부탁했다. 참관기를 쓴 박동호 씨는 유학동 중앙본부 부위원장이다. 참관기는 한국식 용어와 맞춤법, 띄어쓰기로 고쳤다. / 편집자 주


4.25강제수색은 “수색을 위한 수색”, “국책수색”

▲ 30여년전의 일을 구실로 10여평짜리 사무실을 수색하는데 42대 차량과 300여명 경관들이 동원되었다. 방송차 위에서는 경관이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하겠다”고 동포들을 위협했다. [사진제공-조선신보]
4월25일 아침, 도쿄에 있는 조선출판회관에 또 다시 일본 경찰들이 몰려 왔다. 과녁은 이 회관 안에 있는 조선문제연구소와 우리 재일본조선유학생동맹(유학동) 사무실이었다. 그들이 말하기를 30여년 전에 발생했던 ‘북조선 공작원에 의한 납치’에 조선문제연구소와 유학동이 관련되었다는 것이었다.

두 사무실을 합쳐도 불과 10여평밖에 안되는데, 강제수색에는 대형 장갑버스 15대를 비롯한 42대의 차량과 무장경관들 300여명이 동원되었다. 그런데 조선문제연구소는 이미 오래 전에 해산되고 사무실만 남아 있는 상태이며, 우리 유학동으로 말하면 그들이 말하는 사건 당시 맹원들은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다.

▲ 도쿄와 인근에서 달려온 500여명 동포들이 부당한 강제수색에 강력히 항의했다. [사진제공-조선신보]
그럼 왜 이처럼 무지막지한 폭력수색이 벌어졌을까? 이유는 그 이틀 후에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서 밝혀졌다.

“납치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북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겠다”, 미국 대통령 부시로부터 이 한마디 말을 듣기 위해서 일본 아베 내각은 방미(26일) 전날에 마치나 ‘납치문제’가 현재진행형의 것이며 여기에 총련이 관계했듯이 꾸며 내어 총련의 최고 간부에 대한 ‘사정청취’까지 운운하면서 이번 폭력수색 소동을 벌여놓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 일을 “수색을 위한 수색”, “국책수색”이라고 비난했다.

더욱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같은 모략적 기도에 일본 언론이 충실히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도 〈요미우리신붕〉은 강제수색이 있은 날 석간에서 총련의 최고 간부들의 이름까지 올리고 도식(계보)까지 그려놓고 총련을 ‘납치’에 가담한 범죄단체처럼 보도하는 언론테러 행위를 공공연히 감행했다.

그러나 재일동포들은 결코 굴하지 않았으며 지난 3월 도쿄의 히비야 야외음악당을 비롯한 각지에서 발휘했던 그 기세로 일본 경시청과 〈요미우리신붕〉도쿄본사, 그리고 강제수색이 있던 날 경찰과 완강히 맞서 싸우다가 부당하게 체포된 강경익 동포가 갇혔던 도쿄 도미사카 경찰서에 가서 연일 항의행동을 벌였다.

2일, 아베 규탄 재일본조선인 중앙대회 열려

▲ 재일본조선인 중앙대회장은 사람들이 앉지 못할 정도로 메워졌다. [사진-박동호]
그러한 가운데 5월2일 저녁, 도쿄의 일본교육회관 대홀에서는 ‘아베 정권과 경찰당국의 총련 산하단체에 대한 파쇼적 강제수색을 단죄규탄하는 재일본조선인 중앙대회’가 열렸다.

개장 시간(오후 6시) 이전부터 장내의 좌석들은 하나 둘 메워져 갔으며, “아베 정권은 횡포무도한 반총련, 반조선인 책동을 당장 그만두라!”, “아베 정권과 경찰당국은 파쇼적 강제수색에 대해 당장 사죄하고 강경익 동포를 당장 석방하라!” 등의 구호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하여 집회가 시작된 6시30분에는 장내의 800개 좌석들은 물론 통로까지 동포들로 콱 찼으며 그래도 자리를 잡지 못한 동포들은 장내에 일어선 채로 집회에 참가했다. 이날 참가자 수는 모두 1천명을 넘었다고 한다.

장내에서는 먼저 강제수색이 벌어진 날 현장 상황을 촬영한 녹화물(동영상)이 상영되었다.

▲ “변호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직원에게 경관들은 “변호사 따위는 필요없다, 문을 부숴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사진제공-조선신보]
▲ “체포하겠다”고 위협하는 경관들에게 동포들은 완강히 맞서 싸웠다. [사진제공-조선신보]
▲ 동포 청년에게 집단적으로 달려들어 폭행을 가하는 경관들. [사진제공-조선신보]
아침에 조선출판회관에 몰려 와서 “변호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직원에게 “변호사 따위는 필요 없어, 말을 안 들으면 문을 부서버리겠다”고 위협하고 건물 안으로 침입하듯이 들어가는 경관들의 모습, 도쿄와 그 인근에서 달려온 동포들에게 경관이 대형 방송차 위에서 “공무집행방해로 구속하겠다”고 위협하는 장면, 그래도 강력히 맞서서 항의하는 동포들을 보고 다른 경관이 “뭘 하는가, 체포해 체포”하며 호통치는 장면, 여러 명의 경관들이 동포들을 마구 때리고 차고 끌고 가는 장면, 그중 맨 앞에서 경찰과 맞섰던 강경익 동포에게 경관들이 집단적으로 덮쳐 땅 바닥에 엎드린 모양으로 쓰러지게 해놓고는 구두발로 그의 얼굴을 차기까지 해서 부상을 입힌 끝에 그에게 수갑을 채워 체포해가는 장면들이 대형 화면에 재현되자 참가자들은 그날의 분노가 되살아났는지, 또는 처음 보는 무지막지한 장면에 충격과 분노를 참지 못해서인지 여기저기서 비난과 분격의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 경관들은 아무런 저항도 안하고 당당하게 항의하는 강경익 동포에게 집단폭행을 가했다. [사진제공-조선신보]
▲ 부상을 입은 끝에, 손을 묶인채 부당하게 끌려가는 강경익 동포. [사진제공-조선신보]
필자 역시 경관들이 줴쳐댄 “오이, 곤찌키쇼(야 이 개새끼)”, “고노야로(이놈 새끼)” 하는 폭언들을 들으면서 일제시기 재일동포 1세들을 “센징(鮮人)”, “한또징(半島人)” 하면서 짐승 이하로 취급했던 왜놈들의 모습 그대로인 그들의 배타성과 야수성, 비인간성에 분격을 누를 길이 없었다.

▲ 2일 저녁, 도쿄의 일본교육회관 대홀에서는 ‘아베 정권과 경찰당국의 총련 산하단체에 대한 파쇼적 강제수색을 단죄규탄하는 재일본조선인 중앙대회’가 열렸다. [사진-박동호]
▲ 힘찬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사진-박동호]
상영이 끝나자 보고자로서 연단에 나선 총련중앙상임위원회 리기석 부의장이 그 날의 강제수색 만행의 자초지종에 대해 언급하면서 4월25일이라는 날을 의도적으로 골라서 감행한 일본 아베 내각과 경찰당국의 만행을 횡포무도한 정치탄압 폭거, 파렴치한 언론테러 행위로 단정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단호히 규탄단죄했다.

보고가 “옳소!” 하는 목소리와 박수 소리, 구호 소리로 자주 중단되던 가운데 그는 참가자들과 함께 아베 내각과 경찰당국의 정치탄압과 인권유린 행위를 당장 그만둘 것을 요구해서 앞으로도 힘차게 투쟁하며, 그들이 부당한 대북 ‘제재조치’를 철회하도록 전 조직, 전 동포적인 투쟁을 벌이며, 강경익 동포의 즉시 석방을 군중적 투쟁을 쟁취할 것 등을 확인했다.

보고자는 “우리에게는 선군정치에 의한 무적필승의 힘으로 담보된 강성부흥하는 조국의 지원이 있으며, 6.15자주통일시대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일본당국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재일동포들의 투쟁을 혈육의 정으로 지원해주는 남녘동포들이 민족적 연대의 목소리 또한 높아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동포들이 신념을 투쟁의 깃발로, 단결을 승리의 무기로 삼고 나가자고 호소했다.

▲ 내빈으로서 연대사를 하는 무샤코지 킹히데씨. [사진-박동호]
▲ 경과 설명에 이어 강경익 동포의 즉시 석방을 쟁취하겠다고 말하는 홍정수 변호사. [사진-박동호]
집회에서는 일본의 무샤코지 킹히데 오사카 호케이대학 아시아·태평양센터 소장과 가토 다케시 자주, 평화, 민주를 위한 광범한 국민연합 사무국장이 연대연설을 하고, 이번 일은 6자회담의 진전을 비롯한 격동하는 정세 속에서 고립되고 과거 죄행에 대해 추궁받고 있는 아베 내각이 ‘납치’문제로 그 출로를 찾아보려고 꾸며낸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이어 재일동포 홍정수 변호사가 강경익 동포의 석방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결의를 표명했다.

또한 성토에 나선 재일동포 유학생 대표와 청년학생 대표, 여성 대표들이 “이번 일은 정치난쟁이 아베 내각만이 저지를 수 있는 상궤를 벗어난 야수적 만행이자 유치한 자작극이다”, “우리는 아베 내각의 파쇼적 본성과 폭압성을 똑똑히 보았으며 그들에게 천백배로 복수할 것이다”, “우리가 한걸음이라도 물러선다면 우리 자녀들의 앞날과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강경익 동포가 보내온 편지 낭독

▲ 강경익 동포의 편지가 낭독되자, 참가자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사진-박동호]
집회에서는 부당하게 구속되어 있는 강경익 동포가 보내온 편지가 낭독되었다.

강경익 동포는 편지에서 아직은 미숙한 자신이 독방에 갇혀 있노라면 아이들 생각도 나고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밖에서 들려오는 “힘내라!”, “잘 싸워라!”는 동포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새 힘이 솟구쳐 오른다, “놈들에 대한 불타는 증오심을 안고, 승리의 신심을 안고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썼다.

▲ 연단에서 조국과 민족, 동포들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강경익 동포의 부인 박순아 동포. [사진-박동호]
▲ 동포 여성들은 박순아 동포의 발언을 들으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사진-박동호]
또한 그의 부인 박순아 동포가 연단에 나섰다. 그는 처음에는 충격스러웠고 아빠 보고 싶다고 찾아간 나와 아이들을 문전박대한 경찰의 오만하고 비인간적인 처사에 분격해서 울고만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조국이 있고 조직이 있고 동포들이 있어야 가정의 행복도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조국과 민족, 동포들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이제는 눈물을 거두고 동포들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 집회에서 부른 노래 ‘싸워서 이기자’. 앞으로 동포들은 투쟁 때마다 이 노래를 힘차게 부를 것이다. [사진-박동호]
편지 소개와 부인의 발언이 끝나자 장내가 떠나갈 듯한 박수소리가 오래도록 그칠 줄 몰랐으며, 특히 부인이 발언을 하는 동안 갓 난 아이를 업고 집회에 참가했던 동포 여성들과 처녀들은 장내의 여기저기서 눈시울을 적셨다.

이처럼 시종 열기띤 분위기속이서 진행된 집회에서는 만장의 박수 속에 항의단이 구성되고 아베 내각과 경찰당국에 보내는 항의요청문이 채택되었으며, 마지막에 참가자들이 ‘싸워서 이기자’는 노래를 힘차게 합창했다.

노래에 있는 바와 같이 가만히 앉아서는 막을 수 없고 오늘을 이겨야만 내일이 있다. 뭉치고 또 뭉치자!, 권력과 직권을 휘두르며 무장으로 달려드는 일본 당국과 경찰에 맞서 싸우는 우리의 무기는 이것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의 의지와 목소리가 남, 북, 해외 온 겨레에게 전해지게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승리하는 길이다.

이런 생각을 가슴에 새기고 앞으로도 계속되는 투쟁에 앞장서 나갈 결의를 다지면서 나는 집회장을 떠났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