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현대경제연구원 2007년 3월21일자 보고서 ‘중진국 함정에 빠진 한국경제’를 소개하고 몇 가지 시사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위 보고서에서 흥미있는 부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강소국(1천만명 이하), 강중국(1천만~5천만명), 강대국(5천만명 이상)으로 분류하여 분석하고 있는 점이다.

<표> 인구규모에 따른 성장 부문의 차이 

 

강소국

강중국

강대국

주력 성장 부문

수출

내수 및 수출

내수

 

위 표에 따르면 인구 5천만 명에 달하는 한국은 강대국에 속하고 강대국의 경우는 내수가 선진국으로 가는 주력 성장 부문이다.

위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06년 기준 재화와 서비스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8%로 강대국들의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점의 비중인 15.4%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 뒤 “중장기적으로 경제발전 모델의 전환을 통한 내수 부문의 집중적 육성이 시급”하다고 쓰고 있다.

이어 구체적인 정책과제로, 첫째 지속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성장산업의 조기 발굴, 둘째 내수 파급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부품ㆍ소재 및 신기술 관련 벤처 기업의 육성, 셋째 남북경제협력을 활성화하여 협소한 내수시장 확대, 넷째 저출산 사회 도래, 노동력의 조기 퇴장 등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 극복, 다섯째 자본시장을 보다 활성화시켜 시중 부동 자금이 생산적인 투자 부문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금융 시스템 구축 등을 들고 있다.

이에 기초하여 몇 가지 시사점을 제출해 보겠다.

첫째는 경제 정책에 대한 판단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중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는 수출의 확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수출 증대를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위 보고서는 ‘후진국-중진국’으로 가는 시점에서는 수출 증대가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중진국-선진국’으로 가는 시점에서는 내수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시공을 초월하여 적용되는 법칙이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모든 정책은 그것을 둘러 싼 조건과 결부지어 판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중진국-선진국’으로 가는 현 시점에서는 내수가 중요하다는 위 보고서의 진단은 음미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둘째는 한국경제가 전환적인 시점에 있는 조건에서 전환해야할 방향과 국민관념이 괴리되어 있는 점이다.

위 보고서의 지적대로 한국경제는 수출 주도형에서 내수를 중시해야 하는 전환적 시점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사람들의 뇌리에는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신화가 깊숙이 퍼져 있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한국경제의 확장을 주도했던 박정희의 후예들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 한미FTA에 대한 찬성 여론의 상당 부분도 이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셋째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우위가 튼튼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나라당의 정치적 우위는 다분히 노무현 정권의 경제 정책 실패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위는 국민대중의 전통적인 경제 관념에 편승한 회고적인 또는 새로운 시대 발전에 부합하지 않는 반사적인 이익이지 미래를 향한 진취적인 동의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위 보고서의 진단과 대안은 한나라당의 정책 기조, 계급적 지반과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많다. 남북경제협력, 시중 부동자금의 생산적 투자로의 전환, 노동력 부족 문제 극복 등이 그러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 상황은 기존의 경제정책이 유효성을 상실한 반면 이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경제정책이 정착되지 못한 과도기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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