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하얏트호텔 인근에서 “한미 FTA 폐기하라”며 노동자 허세욱씨가 분신했습니다. 이 시각 서울시내에서는 그를 보내는 '민족민주노동열사장'이 진행 중입니다.

6월항쟁 20년이 됐건만 노동자의 분신이라는 비극적 사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6월항쟁의 성격과 관련이 있는 듯도 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항쟁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가는 점과 관련 있다고 하겠습니다.

대통령 직선제 쟁취 이후 6월항쟁은 공식적으로 ‘민주’항쟁으로 자리매김 됐습니다. 한동안 이러한 규정은 도전받지 않았습니다. 노태우라는 군사독재의 잔당이 대통령으로 있는 상황에서 ‘민주항쟁’이라는 규정은 저항세력 결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혁세력이 정권을 장악한 지난 10년, 민주항쟁이라는 규정의 허실은 명확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나 권력기관의 투명성 증대가 힘없고 못사는 사람들에게는 이중, 삼중의 고달픔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그것입니다.

때문에 6월항쟁을 이후 7-9월 노동자대투쟁과 연계시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는 민중의 진출로서 완성된다는, 민주가 지향하는 바는 결국 민중이라는 그런 의미인 듯 합니다.

이렇게 볼 때, 6월 ‘민주’항쟁은 노무현 정권의 한미FTA타결로 그 끝을 봤다고 하겠습니다. 또 오늘 ‘민족민주노동열사 허세욱 장례’는 7,8,9월 노동자대투쟁과 단절된 6월항쟁에 대한 장례식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공교롭게도 내일은 4.19'혁명' 47주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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