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800여개 시민.사회단체를 포괄하고 있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공동대표 오종렬 등)’은 13일 오후 2시30분,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전국사회단체비상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또, 6월과 11월의 총궐기를 내실 있게 준비하기 위해 5월말에서 6월 중순, 10월말에서 11월 중순에 걸쳐 전국 주요 거점 도시를 순회하는 ‘세몰이형’ 순회강연과 집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내년 총선시기에도 대대적인 대중투쟁을 벌인다는 복안을 갖고 있기도 하다.
민경우 정책기획팀장에 따르면, 범국본이 준비중인 ‘한미FTA무효화 투쟁’의 뇌관은 ‘협정문 공개’이다.
국민 대다수의 3월말 타결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정에 맞춰 졸속적으로 타결지은 협상의 전말이 공개될 경우 대대적인 물량홍보에 의해 인위적으로 올라간 ‘협상 타결지지 여론’의 거품은 곧 빠지고, 국민적 공분이 폭발할 것이라는 기대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셈이다.

‘원천무효’의 이유와 관련, 각계 대표자들은 협상단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떤 내용을 가지고 미국과 거래하고 있는지, 그 내용이 국민과 국가의 장래에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국민의 장래를 함부로 거래했고 민주적 선택권을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월권과 독주를 일삼으면서 역대 독재정권처럼 국익을 운운하며 ‘역사적 선택’이라고 강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계 대표자들은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농어민과 노동자들, 그리고 도시서민들을 대거 삶의 현장에서 퇴출시킬 권한을 부여한 바 없다”면서 “퇴출되어야 할 것은 정부를 믿고 열심히 일해 온 그들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강도 높은 노무현 대통령 퇴진 투쟁 방침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문경식, “제2의 항쟁 준비하는 자리”

정광훈 범국본 공동대표는 “500년만의 기회”라며 “한미FTA 개선투쟁이 아니라 세상을 엎는 작업”을 촉구했다. “변란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 의장은 “국민 대다수의 타결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타결로 끝났고 많은 동지들이 허탈해 했다”고 그간의 사정을 전하면서 “심기일전해 마음을 가다듬고 제2의 항쟁을 준비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했다.

“정권의 핵심인사조차 정책 추진 자료에 접근하지도 못했고 한미FTA 추진의 유일한 근거자료조차 조작, 엉터리로 드러났다. 줄기찬 시민단체의 정보공개요구를 무시하고 시종일관 국민을 배제했으며 타결 이후에는 대통령이 반대론자들을 상대로 이념공세를 벌였다”고 지적하고 “한미FTA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효”라고 선언했다.
26일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던 문성현 대표는 햇살과 추위에 타들어간 검붉은 얼굴로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협상의 진실, 가면을 벗겨내는 일”이며 “대중투쟁으로만 한미FTA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대외협력팀장과 민경우 정책기획팀장의 보고에 이어 지난 1일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호텔 정문 앞에서 분신을 시도, 중태에 빠진 한독운수 노조원 허세욱씨에 관한 영상이 ‘민들레처럼’의 애잔한 선율 아래 상영됐다.

범국본 산하 노동, 농수축산, 공공, 영화인, 금융, 여성, 소비자, 학생, 교육 등 16개 부문대책위 대표자들과 13개 지역대책위.본부 대표자들의 1분 발언이 이어졌다. 대표자들은 중간중간 “한미FTA 원천무효 투쟁으로 저지하자”, “범국민적 투쟁으로 한미FTA 저지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회의장 뒷면에 미리 배치한 ‘한미FTA는 죽음의 협상이다’는 제하의 대형걸개판에 각자 ‘한미FTA는 00이다’는 손피켓을 부착하는 상징의식이 이어졌다. 이날 대표자회의는 오종렬 공동대표의 사회 아래 1시간 20분간 계속됐다.
이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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