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시한을 이틀간 연장하면서까지 이견 조율에 애로를 겪는 최대 쟁점은 단연 쇠고기와 자동차다.

이들 품목은 양국의 실리와 명분을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어 어느 쪽도 쉽게 양보할 수가 없다.

협상 시한 연장이 발표된 31일에도 양측 협상단은 쇠고기와 자동차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접점을 찾기 위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 쇠고기 "검역 의제 아니다" vs "수입일정 서면 제출"

쇠고기는 미국에 경제적인 실리를 의미하는 분야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되기 전인 2003년 우리나라는 일본, 멕시코에 이은 세계 3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이었다. 금액으로는 8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이 때문에 쇠고기 관세 철폐는 물론 오는 5월 자국에 대한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의 '광우병 통제국 등급' 판정을 기정 사실화하고 뼈를 포함한 쇠고기에 대한 수입 절차와 일정을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입장은 단호하다. 5월말 OIE 총회가 미국에 대한 광우병 위험 등급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결코 현행 미국산 쇠고기 위생조건의 개정 내용이나 일정 등을 앞서 약속해줄 수 없다는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또 지금까지 농림부가 "쇠고기 검역은 FTA 공식 의제가 아닌 만큼 FTA와 연계하려는 미국 움직임에 동조할 필요가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협상 시한에 쫓겨 이를 양보할 마땅한 명분도 없다.

공식 FTA 의제인 쇠고기 관세 역시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현행 40%인 우리의 쇠고기 관세에 대해 완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당장 없애기 힘들다면 5~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낮추더라도 '결국 철폐한다'는 약속을 꼭 받아 내겠다는 의지다.

우리나라는 관세 완전 철폐 역시 국내 축산농가의 피해를 생각할 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지난 29일 "쇠고기 관세 완전 철폐는 어렵다"며 "축산농가가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는 낮출 수 있지만 이 역시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관세의 경우 원칙부터 충돌하는 검역에 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절충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이라는 검역 문제에 협상의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관세 부문에서 타협이 이뤄져도 쇠고기 문제를 둘러싸고는 입장차를 좁히는데 한계가 있다.

미국 협상단의 고문역을 맡고 있는 패트릭 보일 미국 식육협회(AMI) 회장이 "쇠고기 협상이 검역과 관세 두 개 트랙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어느 한 쪽만 해결돼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도 미국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자동차 "관세철폐" vs "세제 개선"

자동차는 교역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한미 FTA를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2대 수출 품목이고 미국에 대한 수출 품목 중에서는 비중이 가장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87억5천만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의 20%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미 자동차 수입은 금액 기준으로 20대 품목에 끼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

물량 기준으로도 우리나라는 80만대 정도를 수출하지만 미국 차 수입은 4천대 정도에 그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에 승용차 관세(2.5%)의 즉시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의 관세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대신 우리나라의 자동차 관세(8%) 철폐와 함께 배기량 기준으로 된 우리나라 자동차 세제를 바꿔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완강하게 버티는 것은 GM과 포드 등 자국 자동차 업체들의 경영 위기 때문이다.

조시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들 업체의 공장을 직접 방문하고 최고경영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의견을 나눌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의회 쪽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포드의 스테판 비건 국제담당 부사장은 최근 하원 한미 FTA 청문회에 출석 "한해 130억달러에 달하는 대한(對韓) 무역적자의 80% 정도가 자동차에서 발생한다"고 의회에 한국시장의 개방과 자국시장의 보호를 요청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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