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저지를 요구하며 10일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노숙단식농성을 진행중인 오종렬 공동대표의 얼굴이 초췌하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대통령, 함부로 막말하면 안된다."

2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10일째 단식농성 중인 오종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공동대표의 초췌한 얼굴에서는 분노를 넘어 선 그 어떤 결기 마저 엿보였다.

전날 서울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열린 '농어업인 대상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에서 '농업포기'를 내비치고, 광우병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이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부친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다.

농업분야 고위급 협상이 진행중인 와중에, 노 대통령은 "우리가 과연 농업을 방어하고 보호할 수 있는가", "식량안보라는 가정이 정말 맞느냐", "상품으로 경쟁력이 없으면 농사를 더 못짓는다"는 등의 표현으로 한미FTA 협상 타결을 위해서라면 농업을 대폭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앞에서 '한미FTA저지범국본'이 20일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이와 관련, 오종렬 대표는 "대통령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꼭 1백년전 이랬다. 나라 팔아먹은 을사오적들이 꼭 이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매국노들은 그때도) 일본의 보호 아래 들어가면 안전할텐데 철딱서니 없는 쇄국주의자들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FTA하면 광우병 소고기 들어온다며 단식농성하는 이들은 정직하지 않은 투쟁을 하는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미국서 들여오는 뼛조각 묻은 소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며 "대통령이 거짓말해서는 안된다"고 일축했다.

오 대표는 "만약 한미FTA협상을 체결하면 즉각 전민중적 봉기로 치달을 것이다.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품안으로, 역사와 정의의 품안으로 돌아오라"고 노 대통령에게 최후 통첩을 날렸다.

전날 대통령 발언 현장에 있었던 윤요근 한국농촌지도자회 중앙회장은 "노 대통령이 '어차피 FTA가 체결 안돼도 광우병 소고기는 들어온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기가 막혔다"고 개탄했다. 농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 체념은 이미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여성농민을 대표한 윤금순 전국여성연대 준비위원장은 "대통령이 어제 기가 막힌 엄청난 얘기를 쏟아냈다. 할 수 없어서 밀려서 했다고 고뇌를 토로하고 사과라도 하려나 했는데 적반하장을 넘어섰다. 이제 (대통령에게 기대하기에는) 너무 많이 나간 것 같다. 돌이킬 수 없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농민이 국민이 아닌 것은 진작 알았지만 (어제 대통령은) 농민뿐 아니라 전국민을 모욕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만 남았다. 대통령이 국민들을 짓밟았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그간 오랜 싸움으로 지쳐 있었는데 대통령이 오히려 우리 마음에 불을 질렀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문경식 전농 의장이 낭독한 '망국적 농업 포기 발언 노무현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문'을 통해, 50여 단식농성 참가자들은 "퇴출해야 할 것은 농업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라면서 "계속 이렇게 국민들의 소중한 목소리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묵살한다면 거대한 범국민적 저항이 청와대를 뒤덮을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이날 참여연대 사무처 간사와 활동가, 회원 10여명이 농성장을 찾은 가운데 오종렬 공동대표(맨 왼쪽)과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맨 오른쪽) 과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참가자들은 전농 전기환 사무총장의 선창에 따라 "전국민이 반대한다 한미FTA 중단하라", "굴욕적인 밀실협상 고위급협상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로 30분여에 걸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농성장에는 7년 만에 상임집행위 결의에 따라 참여연대 김민영, 김기식 신.구 사무처장이 거리농성에 결합했으며, 이 단체 사무처 간사와 활동가, 회원 10여명이 기자회견장을 지켰다.

망국적 농업 포기 발언 노무현 대통령 규탄 기자회견
- 퇴출해야 할 것은 농업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다 -


한미FTA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FTA 핵심쟁점 사항이고 인간의 삶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먹고 사는’ 문제인 ‘농업 분야’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온 국민의 분노를 촉발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서울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열린 농·어업인 대상 국민과 함께하는 업무보고에 참석해 "우리가 농업을 과연 방어하고 보호할 수 있는가", “식량안보라는 가정이 정말 맞느냐"며 "상품으로 경쟁력이 없으면 농사를 더 못 짓는다.”며 사실상 한미 FTA을 통해 농업에 대한 대규모 퇴출을 시사했다.

이는 다른 말로 하자면 현재 농민들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농민들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실상 전체 농민들을 ‘게으른 농민’들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더 이상 할 말 이 없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자국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막대한 보조금과 관세들에 대해서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FTA 하면 광우병 소 들어온다는 것은 이 나라의 진보적 정치인들이 정직하지 않은 투쟁을 하는 것" 이라며 사실상 한미 FTA 협상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뼈가 포함된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미 검증된 사실이고,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런 언급은 진보적 정치인들 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분들을 거짓말쟁이로 모는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진짜 거짓말쟁이는 한미 FTA 장밋빛 미래만을 홍보하며 졸속적이고 비밀리에 FTA를 추진하는 노무현대통령과 참여정부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농업도 시장의 힘과 시장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 한다면 한 나라의 국가가 하는 역할이 무엇인가. 강한 부분은 키우고 약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보호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놓으려 치면 도대체 국민들은 국가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

지금 퇴출해야 할 것은 실익도 없고 한국사회를 벼랑 끝으로 내몰 한미 FTA 이며, 한미 FTA 추진을 위한 농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그 명분을 위해 농민들과 양심적이고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분들을 공격하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또 마구 퍼주기해서라도 망국적인 한미FTA의 “묻지마 타결”을 강행하는 노무현정부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인권을 탄압했거나 기본적 권리를 탄압했거나 그랬다면 단식으로 항의해야 하지만 정책의 옳고 그름을 가지고 단식을 하시면 참 난처하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참 어이가 없다. 대통령은 농민들이 쌈짓돈으로 만든 TV광고가 전파를 못 타고 있다는 사실과, 반FTA 집회가 원천봉쇄된 사실, 경찰이 집회 참가 시민들뿐만 아니라 기자들까지 무차별 구타한 사실은 모른단 말이냐? 한미 FTA 앞에서는 ‘인권’ ‘민주주의’ 도 없는 오늘을 현실을 모른단 말이냐. 거짓말도 정도가 있지, 제정신으로 하는 얘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고, 더 이상 언급의 가치도 없다.

한편,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되는 고위급 협상은 예측되었던 것처럼 ‘퍼주기 비밀 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 협상단은 한국이 제시한 배기량 기준 세제의 완화만으로는 의회를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자동차 기술과 환경표준 등 부가분야에서 성과를 올리는 것은 물론, 한국산 자동차 관세철폐기한을 최대한 늦추기로 하고 FTA를 타결하려면 한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압박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측은 마지노선을 넘어 계속 밀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익 보다는 손해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분야와 함께 무역구제분야는 한국이 엄청난 이익을 있을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협상 마감일인 현재 전혀 실효성이 없는 ‘무역구제위원회’ 만이 얻어 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얻는 것이 하나도 없다”라고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미국측은 '뼈있는 쇠고기' 즉 갈비 등의 수입 없이는 한미 FTA 없다고 공언하며 한국측을 협박하고 있다.

이 정도면 협상장을 진작 박차고 나왔어야 한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이를 원하고 있다.

모든 권리는 국민들에게 나온다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노무현 대통령은 명심하라! 만약 계속 이렇게 국민들을 소중한 목소리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묵살 한다면 거대한 범국민적 저항이 청와대를 뒤덮을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

2007년 3월 21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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