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앞에서 한미FTA저지 범국본 대표단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타결로 치닫고 있는 한미FTA 협상을 막기 위한 몸부림이 무기한 집단단식농성에까지 이르게 됐다.

지난 8일부터 청와대 앞 노숙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에 이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오종렬, 한상렬 공동대표 등 대표단들이 광화문 한 복판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범국본은 이번 중앙대표단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19일 지역대표단으로 확장시키고, 26일에는 일반인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단식농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지난 2002년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여의도 국회 앞에서 벌어진 1천여 명의 목숨을 건 집단단식농성이 재현되는 것이다.

"4,800만 민중을 향해 몸뚱아리 던지는 것"

▲ 범국본 오종렬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한미FTA 8차협상이 끝나는 12일 오후 3시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범국본 대표자 집단단식농성 돌입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범국본 오종렬 공동대표는 "정부에서 내놓은 장미빛 전망은 국민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음의 핏빛으로 가라앉고 있다"며 "절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가 죽음에 직면한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들어주겠나"며 "4,800만 민중들에게 우리 몸뚱아리를 던지는 것이다. 4,800만이 거대한 횃불이 되어서 일어설 것을 믿는다"며 국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이날 함께 무기한 단식농성에 참가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장동화 부의장은 "먹거리를 생산해야할 농민들이 굶으려 한다. 굶어서 목숨을 담그려 한다"며 "그 대열에 전국 방방곡곡의 농민들이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퍼주기식'으로 마무리되고 있는 협상결과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8차협상을 지켜보면서 이것을 협상이라 할 수 있는지, 해도해도 너무 한다"며 "이 협상에 도장을 찍는다면 그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이상규 사무처장은 "독선적, 오만적, 반민주적인 이 정권을 이 자리에서 박살내자"고 소리 높이기도 했다.

경찰 봉쇄로, 대표단 천막 없이 노상에서 단식농성 시작

▲이날 기자회견장 및 농성장인 열린시민공원 입구는 경찰 병력에 막혀 있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이들은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미FTA 협상은 전형적인 퍼주기 일변도의 굴욕적인 매국 협상으로 전락했다"고 단정했다.

그 근거로 "무역구제 협상은 '비합산조치'에 대한 요구를 한국 측이 양보하면서 결국 빈 껍데기만 남았고, 자동차 분야 협상은 우리의 요구는 실종되고 상식을 뛰어 넘는 미국 측의 공세로 도리어 방어해야 할 쟁점으로 부상한 상태이며, 섬유의료 분야에서의 수출 증대 효과는 미국 측의 거부로 거론하기 민망한 수준으로 왜소화되었다"고 제시했다.

이어 "한미FTA 협상이 촌각을 다투는 엄중한 시점에 접어 든 이 시각 우리는 필사즉생의 각오로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한다"며 "다시금 일어나 3월의 거리를 투쟁의 함성으로 장식하자"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앞에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노숙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경찰은 기자회견 시작부터 공원 내 진입을 병력으로 가로막았다.

아직 차가운 봄바람 속에서 고령의 대표단들은 경찰의 봉쇄로 천막도 없이 단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날 무기한 노숙단식농성은 범국본 오종렬.한상렬 공동대표, 전여농 김덕윤 회장, 전농 장동화 부의장, 전대석 금융공대위 집행위원장과 수배중인 범국본 박석운 집행위원장이 시작하며, 계속해서 결합하는 대표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범국본 관계자는 전했다.

아울러 대전교도소에 수감중인 김창근 민주노총 대전본부 총파업투쟁 공동본부장, 김양호 민주노동당 대전시당 사무처장, 황의경 농민, 정현우 한미FTA충남본부 상황실장도 1일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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