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이는 한나라당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작년 11.24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조세개혁특위가 올린 개악안(종합부동산세제의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합산, 종합부동산세제의 과세 기준을 6억에서 9억으로 상향조정 등)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는 작년 11월 부동산과 관련하여 들끓는 민심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의원이 대지임대부 아파트(이른바 ‘반값 아파트’) 등 개혁적인 정책을 제안하였고, 같은 맥락에서 작년 “12월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정부가 4조원에 가까운 돈을 대학당국에 지원하고, 후원금제도를 통해 대학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학술진흥 및 학자금대출 신용보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 과정에서 보여준 것은 한나라당이 홍준표, 이주호 의원의 주장과 같은 개혁 조치를 수용할 수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이 결국 ‘친부자’ 정당임이 명확해진 것이다.
둘째는 운동진영의 동향이다.
작년 11월 부동산 광풍 당시 민주노동당과 진보민중진영은 참으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당시 운동진영은 거리 농성, 대규모 시위 등 운동진영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든 것을 했어야 했다. 필자는 한참 태풍이 지나가고 나서야 이런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임을 알았다. 그 만큼 민심의 향방과 민중의 생활상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심각하게 생각되는 점은 운동 진영의 상당수가 아예 이런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북제재 반대와 같은 자주통일 현안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다.
필자는 통일과 반통일 문제가 민생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통일과 반통일, 민생 중 어느 것이 중요한 문제인가 하는 운동적, 전략전술적 문제가 아니라 운동 진영이 민중의 생활 현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에 대응하려는 자세와 관점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낙선이 운명을 좌우하는 관건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나라당을 고립시킬 수 있는 길은, 첫째 통일과 반통일, 평화와 전쟁의 관점에서 한나라당을 공격하거나, 둘째 주거, 교육 등 민생문제에서 한나라당이 본질적으로 ‘친부자’ 정당임을 밝히는 것이다.
전자는 북미공방, 남북관계 등 정부 수준의 각축에서 기본 구조가 형성되는 만큼 민간 차원의 노력으로는 판세를 흔들기 어렵다. 운동진영의 노력은 가상하기는 해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반대로 후자의 영역에서 운동진영은 이를 실질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역량이라 할 수 있다. 가령 경실련의 경우 조사연구와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쟁점화할 수 있지만 이를 대중적인 정치쟁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반면 운동진영은 수천명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힘과 역량을 구비하고 있다.
11월 부동산 광풍이 불었을 때 주거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광화문 일대에서 수천명이 노상 농성을 하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의 연장선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공공연히 주택법 개정을 거부하는 한나라당을 규탄하면 어떠할까? 필자가 보기에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을 궁지로 몰아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도는 한나라당이 ‘친부자’ 정당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거대 담론에 대한 천착과 함께 살아 숨쉬는 민생 현장에 대한 관심과 기민한 대응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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