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 식량 부족량은 100만t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0년대 중반 부터 잇단 자연재해로 매년 이 정도를 외부에서 지원받아온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단 올해는 세계식량기구(WFP) 등 국제기구와 중국 등의 지원으로 부족량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을에 접어들어 추수가 시작되면서 9월부터 옥수수, 10월부터 쌀 수확에 들어가기 때문에 올해에는 식량수급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올 가을에 수확한 식량 재고가 바닥나는 내년 초 춘궁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러한 분석에 기초해 정부는 대북식량차관 제공을 서두르지 않고 오는 연말께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식량재고량 등을 따져보고 북측과 식량차관 규모, 상환조건 등에 대해 협의하는 것은 물론 국민여론의 지지과정을 충분히 확인해 가면서 지원시기를 결정해도 대북식량차관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 핵심적인 사안은 얼마나 줄 것인가 하는 규모이다.
일본이 현재 북한에 40만t의 쌀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남측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지원 규모의 적정수준을 검토중이다.
일본 지원 40만t과 국제기구 지원량과 북한의 식량부족량 등을 고려하면 대략 20만t 정도는 지원해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국내산 쌀로 전량(대략 20만t 추정) 충당할 경우 약 3천300억원(t당 1천500 달러) 정도가 들어가며 국제곡물시장에서 쌀을 구입해 제공하면 미국산 쌀은 1천100억원, 동남아산 쌀은 660억원이 들어간다.
외국산 쌀을 수입해서 지원하는 것이 경제적이지만 여기에는 국민정서 상의 미묘한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인지 정부측은 제공 식량의 전량을 쌀로 충당하기 보다는 옥수수나 밀가루까지 포함시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중국산 옥수수는 1t당 120달러, 밀가루는 1t당 국내산이 300달러이고 중국산은 200달러선이다.
옥수수나 밀가루의 지원시 국내생산량이 적다는 점에서 수입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규모를 북측에 제공할 수 있고, 국민감정이 쌀과는 다르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또 국내산 쌀을 인도적 차원이 아닌 거래형식으로 북한에 지원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와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대북 식량차관을 둘러싸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2000/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