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 미국 민주당 성향의 전직 고위인사들은 21일 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를 연쇄 면담하고 6자회담 합의 이후 대북 정책과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올해 한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계의 유력인사들이 전날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에 이어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을 잇따라 만났다는 점에서 이날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페리 전 장관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를 오전과 오후 각각 만나 "미국의 안정과 안보는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안보에 달려있지만 이를 해칠 수 있는 2가지 요인이 있다"면서 "첫째는 북핵이고 둘째는 한미동맹의 와해로 인한 주한미군 철수"라고 지적했다고 양 측이 전했다.

페리 전 장관은 6자회담 '2.13 합의'와 관련, "북한이 이미 개발한 핵무기까지도 폐기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합의 이행 이전까지 합의문은 종이쪽지에 불과하다"고 강조한 뒤 "한국 정부가 섣불리 승리를 외쳐서 북한에 대한 계획이 깨지지 않나 우려되기도 했다"며 "아직은 임무가 완결된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임무 완결을 외치고 싶어도 이를 물리쳐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특히 페리 전 장관은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와 만난 자리에서는 "최근 한미관계가 약간 변화했다"며 "그건 단기적인 견해와 이익관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전 지사측은 이와 관련 "양국 관계가 악화된 원인은 양국의 지난 대선 후보들(부시.노무현)이 당선을 위한 단기적 이익을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과의 면담에 동석한 존 틸럴리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전시작통권 이양문제는 북핵문제의 진전상황 등에 연계해 융통성있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한국 정부가 당장 작통권을 환수하더라도 추가비용이 전혀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은 이와 관련, "북핵 문제, 남북관계의 향방 등에 따라 작통권 이양을 그대로 추진할 지, 계획을 수정할 지 판단이 설 것인 만큼 양국은 융통성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그는 "우리는 북핵 폐기가 완료된 다음에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북핵문제는 한미 공조를 토대로 6자회담을 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며 북핵 해결 이후에는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 협의체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고, 페리 전 장관은 "공감한다"며 "협의체가 결성된다 해도 미군이 여기에 주둔할 명분이 충분히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주력 병력이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손 전 지사는 "한미 양국이 핵 포기시 북한에 인센티브를 주며 우방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시장 경제를 도입하고 이를 발전시켜 민주주의를 이끌 수 있도록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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