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날(17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 하나가 작은 파문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노 대통령은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유연성과 책임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견하여 “저는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지만, 무슨 사상과 교리의 틀을 가지고 현실을 재단하는 태도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는 노 대통령의 말이 틀렸다고 할 진보는 없을 듯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노 대통령이 기존 진보세력의 무책임성.경직성의 대표적 사례로 ‘평택미군기지이전확장반대’와 ‘한미FTA반대’를 꼽았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논쟁은 노 대통령의 생각처럼 이 두 사안이 과연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 ‘유연성.책임성’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냐는 것으로 돌아갑니다. 반대자들은 아니라고 보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노 대통령이 지향하는 ‘진보의 가치’와 반대자들의 ‘진보의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게 전제되어야 ‘유연한 진보’, 또는 ‘교조적 진보’라는 규정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글에는 그가 지향하는 ‘진보의 가치’는 단 한 줄도 언급 돼 있지 않습니다. 이래서는 글을 쓴 의도 자체가 의심받게 마련입니다.

진정으로 진보세력과 생산적인 논쟁을 하고 싶다면, 노 대통령 자신이 지향하는 ‘진보의 가치’를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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