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저희들이 이땅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시간동안 어르신들 고생이 많았고, 협의를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도 해봤다. 그런데 어르신들 대신 나간 저희들이 큰 힘이 못된 것 같다."
정부와 최종 합의한 이주여건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팽성주민대책위' 김택균 사무국장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먼저 흘러나왔다.
13일 오후 6시 40분, 896일째 주민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대추리 농협창고에 모인 50여명의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은 여느 때와 같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이 이주합의 내용을 전하자 주민들은 착찹한 심정으로 하나둘 고개를 떨궜다.
김 사무국장은 이주단지의 조성단가를 비롯해 이주단지가 조성되는 동안 전세주택으로 3월 31일까지 이주해야 한다는 점 등 이주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총리든 누가 내려와서 어르신들에게 유감을 표명하기로 했다", "대추리 수목을 이주단치로 옮겨주기로 합의했다"는 등 합의문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제가 설명을 잘해드려야 하는데 마음이 무거워 설명을 잘 못드린 점 이해해 달라"며 마무리 지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촛불문화제 행사장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정부에 대한 그동안의 불만과 질문이 터져 나왔다.
"여기다 가만히 나두면 저런 거(농사)라도 해먹고 살지", "여기서 집 지어서 살다가 가면 안되나?", "(이주단지) 공사는 금방 안되잖아. 왜 두번 이사해야 혀!" 이주단지단가가 높아 들어가지 못하는 마을사람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문정현 신부도 앞으로 나와 심정을 밝혔다. 문 신부는 "주민들이 상처를 덜 받았으면 하고, 저는 마음이 참 무겁다"면서도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가능하다면 한 곳에서 한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며 "어려움이 있다면 상부상조해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 기름진 땅, 비옥한 땅, 이 쌀을 더이상 먹을 수 없다. 이 기름진 땅을 죽은 땅이 되는 것 아니냐. 용납할수 없다"며 "끝까지 싸울 것이다. 저들이 나를 들어내도, 떨어지는 그 자리에서부터 이 황새울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문 신부는 늘 그랬던 것 처럼 '팽성은 우리땅'을 목청 높여 부르기 시작했다. 주민들도 조그마한 목소리로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리고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눈을 감았다.
정부의 강제력으로 밀려날대로 밀려난 상황속에서 결정한 '이주'라는 선택에 대해 이날 주민들은 스스로 버거워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