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평통사, 범민련 남측본부 주최로 '11차 SPI회의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작전통제권 환수, 유엔사 문제, 평택미군기지 이전사업 등을 다루는 11차 한미안보정책구상(SPI)회의가 7일 서울에서 시작된 가운데,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우려가 높다.

특히, 최근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이 이같은 한미군사 현안에 대해 높은 불만을 토로하고 나서면서 한국 당국이 미국의 거센 요구를 제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 또한 제기되고 있다.

유엔사 문제 "작통권 반환에 핵심권한 양보 강요 위한 사전포석"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상임공동대표 문규현.홍근수)', '범민련 남측본부(의장 이규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11차 SPI 회의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벨 사령관이 주장하고 있는 유엔사 역할 강화가 정상적인 작전통제권 환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평통사 오혜란 미군문제팀장은 "벨 사령관의 발언은 한국군 부대를 유엔사 산하에 배속시켜 달라는 것"이라며 "이는 작통권 반환에서 핵심권한인 위기관리 사항에 대해 한국의 양보를 강요하려는 사전포석이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특히, '유엔사를 존속시키되 정전협정 유지기능만 담당하도록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오 팀장은 "유엔사의 유일한 임무인 정전협정 유지기능과 관련해서 2004년 10월 31일자 '주한미군 10대 군사임무 전환에 따라 DMZ 수색정찰 임무와 판문점 경비임무가 한국군이 전담하게 됐다"며 "유엔사가 정전협정 유지기능을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유엔사는 산하 경비대대 40명을 제외하고 껍데기만 남은 상황"이라며 "아무런 기능도 없이 간판만 남아 있는 유엔사를 당장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군-유엔사 장성급 회담을 통해 수행되고 있는 '정전협정 유지 관리'에 대해 "지금 당장 유엔사를 해체하더라도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의 모자만 벗고 북미 장성급 회의에서 처리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겸임하고 있으며, 유엔도 남한의 유엔사가 유엔의 책임범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문제라고 인정한 바 있다.

'평택미군기지 이전비용 한국부담 증가 의혹' 결정될 수도

▲평통사 오혜란 미군문제팀장이 '유엔사령부 해체하라'는 영문구호를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이번 SPI회의에서 또다른 핵심의제인 '평택미군기지 이전사업'과 관련해서는 이에 대한 비용을 한국이 대부분 부담할 것이라는 그동안의 의혹이 이번 회의를 통해 기정사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 회의를 통해 이 사업에 대한 MP(시설종합계획)이 확정될 예정이기도 하다.

기지이전 사업비 10조원 중 공식적으로 한국정부가 4조 5천억(부지매입지 포함하면 5조 5천억)을 부담하기로 되어 있지만, 최근 확인된 바와 같이, 한국이 지원하는 방위비분담금의 50%(5년간 2조여원)가 추가로 포함되고, 미군가족주택용 임대료(추산 1조6천억원), C4I(전술지휘통제) 현대화 비용 등에 대해서도 한국부담이 강요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방부는 방위비분담금을 미2사단 이전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임대료 역시 이미 방위비분담금 군수지원항목(2005-2006년 방위비분담 협정)에 포함시켰다"며 "국방부는 미국의 불법적이고 얼토당토 않은 요구에 사실상 굴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와 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한미지휘지체 구축작업'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의 광역동맹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미국의 구도에 이끌려 지역 차원의 한미양국 또는 한미일의 다국적 지휘관계에 포섭될 우려가 높다"며 이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미국이익만 대변하는 SPI회의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오후 2시 40분경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국방부앞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이번 SPI회의는 8일까지 진행되며, 이들 단체들도 이날 용산 국방부와 한미연합사 일대에서 하루종일 규탄농성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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