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이 1일 '올해 8.15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을 들고 나오면서,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이 2일 "얼마 남지 않은 노무현 정권이 회담을 강행 추진한다면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인 것이 될 뿐이며,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려는 북한의 술책에 동조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우려 섞인 논평을 냈다.

유 대변인은 "북핵사태가 해결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의 섣부른 정상회담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확인하는 자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북한의 오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만 높이게 될 것"이라고 '남북정상회담'의 비관적 전망을 확신했다.

한나라당 본심은 '대선'에 '북풍 개입' 우려

▲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부설연구소인 (재)여의도연구소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때마침,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부설연구소인 (재)여의도연구소(소장 임태희 의원)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주제로 '한반도 평화프로젝트 제1차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2차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속뜻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김덕 전 통일부 장관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송영대 전 통일부 차관이 발제를 하고 보수적 색채가 짙은 고려대 남성욱 교수, 중앙대 제성호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 동국대 박순성 교수도 토론자로 참석해 나름의 균형을 맞췄다.

송 전 차관, 남 교수, 제 교수의 발언은 대체로 일치했다.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지금은 안된다. 따라서 차기 정권으로 넘겨라'는 것이다. 시기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송 전 차관은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며 "중요한 것은 남북정상회담과 이에 따른 북풍이 과연 남북한 정권 책임자들의 뜻대로 남측의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냐에 있다"고 말했다.

'시기'를 문제삼는 이들의 본심은 송 전 차관이 지적했던 '남측의 대선'에 있는 것이다. 이른바 한나라당이 두려워 하는 '북풍의 개입'을 말한다.

한나라당이 지적했듯, 남북정상회담의 '시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시기'는 '대선'이 아니다. 북핵문제 해결의 모멘텀 속에서 '시기'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날 한나라당 유 대변인은 "(정부 일각에서) 정상회담 뒤 이르면 9월 중 한국과 북한, 중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2+2' 4자회담을 개최하여 종전선언과 함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북한측과 실무협상을 맹렬히 추진 중"이라며 정형근 의원이 제기한 말을 인용했다.

정 의원의 시나리오처럼 6자회담이 진전돼 북핵문제가 일정 부분 풀리고 부시가 제기한 종전선언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적극적으로 한국정부가 이에 대응하는 것은 한반도문제 '당사자'로서 응당 해야할 임무다.

이때도 한나라당은 '정략적', '북한의 대선개입'을 운운하며 남북정상회담을 무조건 반대하고 나설 것인가?

이날 보수논객들은 '북한은 핵문제를 두고 미국과 상대하지, 남한과는 상대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북핵해결에 있어서 '남북정상회담' 무용론을 들고 나왔지만, 북핵문제를 북미간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손놓고 있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지나친 부자 몸조심, 돌아올 독배 될 수 있다"

▲ 김덕 전 통일부 장관(왼쪽에서 네번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송영대 전 통일부 차관(세번째)이 발제했다. [사진-통일뉴스 정명진 기자]
이날 김근식 교수는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는 한나라당이 예리하게 통제하고 경계해야지, 남북정상회담의 논의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소극적인 자세"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나친 부자 몸조심은 돌아올 독배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유례없이 70%가 넘는 대선후보 빅3를 보유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옹졸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그 어떤 일도 피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아니다.

그러나 정당으로서 정권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족과 국가의 운명이 달린 '남북정상회담'을 뒤로 하고 정권잡기에만 급급하면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 법이다.

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말미에서 "노무현 정권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직시하고, 진정 국민을 위한 국정을 펴 나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말을 다시 한나라당에 던져주고 싶다. 2월 1일자 '세계일보' 여론조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연내 개최에 대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51.9%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보다 많았다. 그들이 좋아하는 '동아일보' 여론조사조차도 '대선전이라도 추진'이 높게 나왔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한나라당이 먼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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