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취임후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우리는 개성공단을 통해서 민족이 염원하는 평화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고, 마침내 통일의 역사를 현실적으로 이 자리에서 체험하고 있다.”

24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취임후 처음으로 방북해 개성공업지구와 개성시내를 둘러보고 개성공단의 차질없는 추진 의사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개성시내 관광은 지난해 7월이후 중단된 뒤 처음으로 진행됐다.

북측도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등이 나와 이날 이 장관 일행의 방문 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하며 조속한 개성공단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이날 이 장관의 개성방문은 김동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안내를 맡았고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과 윤만준 사장, 한국토지공사의 최영 단지사업이사를 비롯해 입주기업 대표 10명, 통일부 직원 40여명, 출입기자단 36명 등이 동행했다.

▲ 자남산여관 오찬장에서 이재정 장관이 건배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정은 회장, 주동찬 총국장, 김동근 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재정 장관은 개성시내에 위치한 자남산여관에서 북측 인사들과 함께 한 오찬에서 “북과 남의 만남이 개성공단을 통해서 개성시내에 들어와서 좋은 자남산식당에서 이런 모임을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늘 개성공단을 둘러보면서 정말 개성공단이 그동안 이루어놓은 모든 사업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염원하는 평화와 통일의 꿈을 한단계 한단계 실현해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가슴 뿌듯하게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먼저 1단계 100만평 사업을 확충해서 300개 기업이 들어와서 7만여 근로자가 함께 일해서 이제는 개성공단이 한반도 만이 아니고 전세계에 꿈을 펼치는 남북합작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정말 간절하다”며 “과거 모든 어려움을 떨쳐내고 마침내 20007년을 한반도 평화의 원년으로 삼아갈 수 있는 그런 귀한 역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 이날 말을 아낀 주동찬 총국장은 오찬 건배사를 한 뒤 "쭉 냅시다"를 외쳤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주동찬 총국장은 “여기에 모인 북과 남, 남과 북 여러분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서 6.15공동선언의 리념에 맞게 온겨레가 바라는 공업지구 건설을 더 잘, 더 빨리 건설하리라는 확신을 표명한다”고 말하고 “개성공업지구의 건설의 성공을 위하여 쭉 내자”고 건배를 제의했다.

이에 앞서 이 장관은 주 총국장을 만나 “나이가 나보다 적은 것으로 안다”며 “북미관계가 잘 이루어져서 북이 원하는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고, 주 총국장은 이 장관에게 “기반시설이 다 되어 있으므로 이제 공장을 빨리 갖다 놓으면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동찬 총국장은 기자들의 질문공세에도 입을 열지 않았으며 “개성공단사업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며 “장관 선생과 이야기를 많이 하겠다”고만 답했다.

개성거리 “더 깨끗하고 활력 있어 보인다”

▲ 정몽주가 숨졌다는 선죽교를 둘러보는 일행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남북이 함께 오찬을 나눈 일행은 선죽교와 고려 성균관으로 더 잘 알려진 고려민속박물관을 참관하고 개성공업지구로 돌아왔다.

개성 시내는 겨울 옷차림의 개성시민들로 붐볐고, 자전거도 눈에 많이 띄었다. 개성을 자주 와본 남측 인사들도 “이전에 비해 거리가 더 깨끗해지고 간판도 새로 고쳐단 것 같다”며 개성시가지가 더 깨끗하고 활력 있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 현대아산의 현정의 회장과 윤만준 사장에게 개성관광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은 최근 북측이 개성관광을 현대아산측과 진행키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는 안됐다”면서도 “실무적으로 계속 준비하고 있고 북측과 실무적으로 얘기해왔다”고 밝히고 올 봄에 개성관광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되도록 노력해야죠”라고 답했다.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은 “2월에 만나서 2006년 사업을 정리하고 새해사업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며 “아직 날짜도 못 잡았다”고 말하고 “항상 빨리 하고 싶은 게 우리 마음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회담도 안 해봐 뭐라고 말할게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날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을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현대측과 개성관광과 관련한 정식 합의서를 맺은 것이 없으며, 최근에 현대측과 이와 관련한 협의를 한 것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이재정, “불확실한 안보상황 빨리 해소해야”

▲ 개성공업지구 홍보관 개관 테이프 커팅 의식이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에 앞서 이 장관 일행은 오전에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를 찾아 개성공단 사업 추진현황과 남북경협협의사무소 현황을 브리핑 받았으며, 새로 마련된 숙소와 우리은행과 남북 협력병원(그린 닥터스), 소방대, 한전 개성지사, 경제협력협의사무소 등을 둘러보고 홍보관 개관 테이프 커팅과 기념식수 등의 간단한 행사도 가졌다.

이재정 장관은 현황 브리핑을 받고 “상반기 기반시설 완공 등으로 1단계 개성공단 사업이 본격화할 수 있도록 물적 토대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며 “그러나 아직도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국내외 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재정 장관은 "아직도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국내외 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 장관은 “북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간의 보다 긴밀하고 적극적인 노력도 이루어가야 한다”며 “한반도의 불확실한 안보상황을 빨리 해소해서 국내외에 보다 많은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통행.통관 절차의 간소화 △노무관리의 자율권 제고 △법.제도적 장치 확충 △개성공단 생산제품 전세계 수출 등의 과제를 꼽고 정부당국의 최선의 노력을 약속했다.

현대아산 개성공업지구 김철순 총소장은 1단계 사업이 종료되면서 유휴장비와 인력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공장용지의 조속 분양과 정부 발주공사의 조기 발주,  공사비 산정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북측 한 관계자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으며, 개성공단 내에 북측 근로자 숙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1만명을 넘어선 북측 근로자들을 추가로 보충하기 위해서는 황해도 등 다른 지역 인력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일행은 개성 시내를 다녀온 뒤 입주기업중 신발을 만드는 삼덕통상과 의류를 생산하는 신원 공장을 방문하고 정.배수장과 변전소 등 건설중인 기반시설을 둘러보았으며, 기술교육센터, 현대 개성사무소, 토공 개성지사 등을 들렀다.

▲ 개성공업지구 내에서 현재 가장 많은 1,700여 명의 북측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삼덕통상 내부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재정 장관은 “1단계 인프라가 잘 정리가 되고 특히 전기, 용수, 폐기물 처리장 등이 상당히 의미있게 잘 정비돼 나가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하루 6만톤 상수도 물을 생산해서 개성지역에 1만 5천톤을 지원한다는 것은 한반도 분단이후로 서로의 이익을 나누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장관은 "(개성공단 사업은)남북간 좋은 시범 케이스"라며 "개성공단을 통한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더 연구하고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남북 협력병원인 ‘그린 닥터스’가 23일 새 건물로 이사했다.
“2년 전부터 진료해왔다”는 김정용 원장은 “놀라운 것은 북측 진료진도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소개하고 이를 “통일의 발걸음”이라 의미부여했다.

북측은 의사 3명과 간호사 2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흥보 소장은 “북측 근로자를 같이 빨리 치료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북측 의료진은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는 환자가 없다”며 “주로 감기환자들이 많고 일하다 손을 베는 외상 환자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개성공단에는 여성 근로자들이 80%인 탓에 하고 주로 여성환자들이 많고 중환자는 일산 백병원으로 이송한다고 전했다.

◎ 통일신발과 예배실

▲ '통일 신발'을 만드는 삼덕통상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개성공단에서 가장 많은 1700명의 북측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삼덕통상.
공장을 들어서자 ‘남과 북 화합의 결실 통일신발 - 스타필드’라는 커다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신발을 생산하는 이곳은 북측 근로자의 손솜씨로 제품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작업대에는 생산공정분석규격서와 검사기준 등이 게시돼 있고 게시판에는 작업관리방법이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다.

문창섭 사장은 “300여 공정을 거쳐 200여 종의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며 “주로 의료기 판매장으로 나가고 유럽에 수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신원 공장건물 2층에 마련된 예배실. 박성철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려에 감사를 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830명의 북측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신원은 15개의 봉제라인을 갖춰놓고 있다.
박성철 회장은 “노동력과 생산성이 아주 좋아 손익분기점이 예상보다 빨라졌다”며 베트남 등 신원의 다른 나라 공장들에 비해 개성공장의 실적이 우수하다고 자랑했다.

신원측은 도시락을 싸오는 북측 근로자들을 위해 따뜻한 국물을 제공하는 등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다.

박 회장은 공장 2층에 예배실을 갖춰놓을 수 있도록 배려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 "물을 나누는 것은 생명을 나누는 것"

▲ 개성공단 제일 높은 곳에서 6만톤의 물을 공급할 정.배수장이 공사중이다. 공단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개성공단의 ‘물’을 책임지는 정.배수장이 개성공단 내에서 가장 높은 해발 110미터에 위치해 있다. 개성공단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는 올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1565억원을 투자해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특히 이곳에서 정수된 물 6만톤 중 4만 5천톤은 개성공단에서 쓰이고 1만 5천톤은 12km 떨어진 개성시내 자남산 배수지로 보내 개성시민들이 이용토록 할 예정이다.

이재정 장관은 “먹는 물을 나누는 것은 생명을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1만 5천kw의 전기를 남측으로부터 끌어와 쓰고 있는 전력사정도 개선된다. 올 3월 공단내 변전소가 완공되면 2기의 변전설비를 통해 약 10만kw의 전력이 공단내에 공급될 수 있다.

◎ 사진으로 보는 이모 저모

▲ 개성공업지구를 찾은 남북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오랫만에 남측 손님을 맞은 자남산여관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자남산여관 오찬 테이블 마다 정성스런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고 코스요리가 계속 제공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한석봉이 썼다는 선죽교 글씨.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개성 시내에 위치한 고려민속박물관을 참관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고려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남과 북에 각각 하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머리 전'자가 새겨져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고려민속박물관 앞에 자리잡은 우표수집가상점. 만수대창작사 전시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개성공업지구 소방대 이수근 남측 반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북측은 민영호 반장등 11명이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하고 있다. 지금까지 17건의 화재를 조기 진압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한국전력 개성공업지구를 찾은 일행을 안내하고 있는 북측 근로자 정윤희, 주성옥 씨. 2005년 9월부터 이곳에 근무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새로 건립된 숙소건물 헬쓰장에서 이재정 장관이 헬쓰기구를 시험해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기술교육센터 건설 공사 현장. 노란 헬맷은 북측 근로자, 흰 헬맷은 남측 근로자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정귀동 한국전력 개성지사장이 변전소 건설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신원 공장 앞마당에는 북측 근로자들이 타고온 자전거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의류를 생산하는 신원 공장 내부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삼덕통상 공장 안에 설치된 게시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현대아산 김철순 총소장이 개성공단 개발 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이재정 장관 방문 기념식수 모습. 이날 이 장관은 3차례 기념식수를 했다.

▲ 차창으로 바라본 통근 버스를 기다리는 북측 근로자. 개성공단 안에도 신호등이 등장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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