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시절 가장 놀라웠던 일이 당시 교육사령관의 영어 솜씨였습니다.

그 후로 십수년이 흘렀고, 이 땅의 별들치고 영어 못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영어는 '별'이 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건이었습니다.

그 서글픈 내막을 알게 된 것은 역사 공부를 통해서였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이 땅을 점령한 미군은 그해 12월 군사영어학교(Military Language School)를 세워 영어를 할 수 있는 장교를 양성, 국방경비대(국군의 전신) 간부로 삼았습니다.

군사영어학교는 그 후 국방경비사관학교로 이름이 바뀌어 1950년까지 10기생을 배출하였고, 1951년 12월 정규4년제 과정으로 개편되었으니 오늘날의 육군사관학교입니다. 보통 11기생으로 불리는 이 해 입학생 중에는 전두환, 노태우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나라 군 간부들의 태생이 이렇다보니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전직 ‘별들’이 군사전략을 이야기하노라면, 미 태평양사령관 등에게서 주워 들었다는 영어 한마디 꼭 나오게 마련입니다.

세계 최대 군사강국이며 한국군을 길러낸 미국 고위 군사관료를 만날 수 있고, 그들의 말을 그대로 들어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군사전문가의 표지이고, 그들의 ‘프라이드’였습니다.

한미연합사와 여기에 위임된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은 ‘별들’이 미군 장성들과 일상적으로 만나 ‘군사영어’ 한 마디라도 얻어 들을 통로인 셈입니다. 이걸 없애겠다니 ‘별들’이 반대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대통령이 군작전통제권 반환을 반대하는 ‘별들’한테 ‘미국 바지가랑이 잡고,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 형님 형님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으니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이 땅 ‘별들’에게는 자신들의 지난 삶을 부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제 재향군인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국충정’이니 ‘사과요구’니 하면서 울그락불그락 했던 이 땅 ‘별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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