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신, 오후 9시 40분> 18일 6자회담 개막, 6개국 대표 기조발언
-북미 개막전 양자협의 불발, 회담전망 불투명


6자회담 재개를 하루 앞두고도 북미간 양자협의가 열리지 않는 등 회담 전망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측은 북미간 사전 양자협의를 추진했지만 북측이 회담장에서 만나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7일 오후 7시(한국시간 오후 8시, 이하 중국시간 기준) 회담장인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 만찬에서도 뚜렷한 흐름이 잡히지 않고 있다. 만찬에는 참가국 수석대표(단장) 외에도 각국의 대표 2명씩이 참가했다.

만찬장에서 주최자인 우다웨이 중국측 수석대표 좌우에 자리한 북측 단장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아태담당 차관보는 덕담을 주고받는 이상의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이 "대북정책조정관으로 거론되고 있다는데 축하한다. 사실인가"라고 묻자 힐 차관보가 "사실이다. 고맙다"라고 답한 정도가 전부인 것. 만찬 시간도 1시간 반을 넘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개막일인 18일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댜오위타이17호각 팡페이위엔(蒡菲苑)에서 수석대표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는 6개국 대표 5명과 기록 1명씩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시 50분부터 개막식이 열려 우다웨이 부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11시부터 12시 30분까지 전체회의가 6개국의 모든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각국의 기조발언을 들을 예정이다. 한국측 기조발언은 오전 11시 20분부터 10분정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찬을 마친 대표들은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자유롭게 회담장 안에서 양자협의를 진행한다. 그러나 사전에 조율된 양자협의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기조발언에서 참가국들은 자신들의 기본 입장을 밝히지만 기조발언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며, 첫 입장 발표니만큼 자국이 바라는 기대치를 그대로 제시하게 마련이라 북미간 시각차가 크게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지속적인 양자협의와 수석대표회의를 반복하며 격차를 줄여나가는 본격협상을 거치면서 타결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회담 이틀째인 19일부터는 대체로 수석대표회의와 양자협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의장국인 중국은 21일경 폐막식을 계획하고 있지만 일정은 대단히 유동적이다.

그러나 북미간에 별도로 진행될 BDA회담에 대해서는 구체적 일시가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의장국인 중국측에서 댜오위타이에 회담장을 마련한 사실만 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물론 한국측 당국자도 "BDA문제와 6자회담은 완전히 분리된 것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북측 김계관 단장은 "우리에 대해 가해진 제재가 해제되는 게 선결조건이다"고 명백히 밝힌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3신, 오후 7시 10분> 천영우, "실질적 해결방안 모색 쉽지 않을 것"
- 회담전 북미 양자접촉 불발, 7시부터 수석대표 만찬

▲ 17일 오후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본부장이 내외신 기자들을 만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번 회담은 그간 논의되어온 제반 방안에 대한 탐색전의 성격도 있는 만큼 짧은 기간 내에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오후 6시 30분경(한국시간 7시 30분, 이하 중국 현지시간)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기자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중국 베이징 메리어트호텔 2층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천영우 본부장은 내외신 기자들에게 "오늘 제가 만나본 4개국 수석대표들의 일반적인 판단은 말씀드린대로 어느 때보다 상황이 어렵다는 생각을 다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회담 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 천영우 본부장은 회담 전부터 줄곧 회담 전망에 대해 지나친 낙관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천 본부장은 "오늘 오후부터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과 6자회담 수석대표들간 양자협의를 가졌다. 그리고 7시부터는 우다웨이 부부장 주최 만찬이 있을 예정이다"고 전하고 "오늘 양자협의에서는 주로 내일 재개되는 5차 2단계 6자회담의 진행방식과 이번 회담을 통해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각국의 복안 등에 대해서 초보적인 의견교환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6자회담이 약 13개월간의 동면기간을 거쳐서 재개되고 그간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안보리 제재결의 채택등의 사건이 있었던 것만큼 이번 회담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대표단으로서는 우리만의 입지와 여건을 충분히 활용해 나가면서 회담 진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브리핑을 마치고 수석대표 만찬장으로 떠나는 천영우 본부장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북미간 BDA회담에 대해서는 "BDA문제는 미북간에 별도로 협의해서 별도의 장소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며 "내일 열린다는 이야기는 들었다"고만 답했다.

회담 관계자는 BDA회담 장소에 대해 "중국이 조어대(釣魚臺, 댜오위타이)에 방을 잡은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으며, 이날 오후 중국과의 양자협의를 통해 북측의 입장을 "들었다"고만 확인해줬다.

천 본부장은 오후 7시 회담장인 댜오위타이로 서둘러 떠났으며, 오전에 중국과 양자접촉을 가진 뒤 주중 북한대사관에 머물러온 것으로 알려진 북측 대표단은 오후 6시 45분경 역시 북한대사관을 떠나 댜오위타이로 향했다.

가장 관심을 모아온 북미간 사전 양자접촉이 18일 회담 공식 개막 이전에 사실상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양자접촉 무산 배경을 둘러싼 구구한 억측도 회담장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수석대표가 17일 북미 양자회담을 기정사실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양자접촉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북미 양자가 공식회담 전에 미리 카드를 보여주기 꺼려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천영우 본부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늘 오후부터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과 6자회담 수석대표들간 양자협의를 가졌다. 그리고 7시부터는 우다웨이 부부장 주최 만찬이 있을 예정이다.

오늘 양자협의에서는 주로 내일 재개되는 5차 2단계 6자회담의 진행방식과 이번 회담을 통해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각국의 복안 등에 대해서 초보적인 의견교환을 가졌다.

이번 6자회담이 약 13개월간의 동면기간을 거쳐서 재개되고 그간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안보리 제재결의 채택등의 사건이 있었던 것만큼 이번 회담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회담은 그간 논의되어온 제반 방안에 대한 탐색전의 성격도 있는 만큼 짧은 기간 내에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대표단으로서는 우리만의 입지와 여건을 충분히 활용해 나가면서 회담 진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

<질문 답변>

□ 질문 : 북한이 원래 미국과 양자접촉을 한다고 했고 힐도 말했는데 북미 양자회담을 안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북한이 거부하는 것인지? 어제 밤에 중국과 북한이 만난 것으로 아는데 오늘 아침에도 외교부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는지?

■ 미북간의 양자협의가 언제 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것이 없다. 아마 6자회담이 재개되고 나면 양자접촉이 있을 것으로 안다. 중국과 북한간의 협의는 오늘 오전에 있었던 것으로 설명들었다.

□ 오늘 만찬에서도 북미간에 사전 대화는 없다는 말인가?

■ 거기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들은 것이 없다. 만찬 중에도 대화는 할 수 있겠지만 양자회담이라는 것은 오늘 중에 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 중국측과 접촉하면서 북한 김계관의 구상이나 입장에 대해 설명들은 것이 있는지? 그리고 나름대로 진전을 예상하고 있는지?

■ 개략적인 설명은 들었지만 자세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 올 때보다 더 전망은 밝게 보나?

■ 일단 오늘 제가 만나본 4개국 수석대표들의 일반적인 판단은 말씀드린대로 어느 때보다 상황이 어렵다는 생각을 다 하고 있는 것 같다.

□ 6자회담이 열리면 BDA회담도 분리돼서 열릴 것으로 아는데, BDA에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가 있었나?

■ 우리가 협의한 것은 6자회담을 어떻게 진행할 것이냐에 대해서만 논의했다. BDA문제는 미북간에 별도로 협의해서 별도의 장소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

□ 내일 열린다는 것은 맞나?

■ 내일 열린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정리 - 통일뉴스)

<2신> 힐, "약간의 아이디어 가지고 왔다"
- 미국 대표단 도착, 오후부터 양자회담 북적


▲ 6자회담을 하루 앞두고 힐 차관보가 북경에 도착했다.서우두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힐 차관보.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북한(DPRK)이 비핵화를 위해서 진지해진다면 많은 좋은 일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무 것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제5차 6자회담 2단계회의를 하루 앞둔 17일, 중국 베이징 서두우공항에 도착한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는 일성으로 북측에 공이 넘어가 있음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오후 1시 30분경(한국시간 오후 2시 30분, 이하 중국 현지시간) JAL781편으로 일본 대표단과 함께 공항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추운 날씨 탓이지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을 기다리던 수많은 기자들 앞에 섰으나 구체적인 답변은 피한채 신중한 태도로 간략하게 답했다.

▲ 힐 차관보가 도착한 공항에는 취재진이 몰렸다. 힐 차관보가 기자들에게 이야기하는동안 그를 태우고 갈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해서이다"고 거듭 확인하고 "북한이 제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베이징에 도착한 북측 단장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우리에 대해 가해진 제재가 해제되는 게 선결조건이다"고 말한 대목을 의식한 답변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우리는 어느 정도 아이디어들(some ideas)을 가지고 왔다"며 "우리는 뭔가를 이루기 위해 왔는데, 그 뭔가는 실질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에 달려있다"고 거듭 북측의 양보를 촉구했다.

한편 수석대표가 교체된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 낮 12시 11분경 베이징 서두우 공항에 도착했다. 이로써 모든 참가국들이 베이징에 도착해 오후부터 본격적인 양자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 이번 회담 결과는 북측에 달려있다는 힐 차관보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질문 : BDA문제를 북한이 바로 얘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푼다는 입장을 보이면,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 같은 것을 받아드릴 용의가 있는지?

■ 답변 :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해서이다. 북한(DPRK)이 비핵화를 위해서 진지해진다면 많은 좋은 일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무 것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 질문 :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 답변 : 북에 가해지고 있는 두 개의 유엔안보리 결의 1695, 1718호에 대해 조선은 잘 알고 있고, 그 제재들은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는 한 계속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북한이 제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어느 정도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왔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파트너들과 철저하게 이번 회담을 준비해왔고 이미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뭔가를 이루기 위해 왔는데, 그 뭔가는 실질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에 달려있다. 
(공동취재단)

<1신, 12시 50분> 17일 양자협의 봇물, 수석대표 만찬 예정
- 러시아 수석대표 교체, 회담장과 북한대사관 주변 한산

▲ 휴일을 맞은 베이징 천안문광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보였다.[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6자회담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 미국과 일본 대표단이 이날 오후 1시 30분(한국시간 오후 2시 30분, 이하 중국 현지시간) JAL781편으로 회담이 열릴 중국 베이징에 도착함으로써 사실상 6자회담이 개시된다.

러시아 대표단은 17일 오전 9시 50분 SU571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했으나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부 차관은 몸이 불편해 주중 러시아 대사인 라조프(S. S. Razov)가 대표단을 이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 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회담장인 댜오위타이 정문에는 손님을 맞기 위해 청소차가 눈에 띠었으며, 간간이 차량들이 드나들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날 의장국 중국은 참가국들과 양자협의를 가진 뒤 오후 7시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참가국 수석대표를 초청해 만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만찬에는 각국 대표단 2명도 자리를 함께한다.

한국측 대표단도 오후 1시 30분에 러시아와 베이징 시내 장안구락부에서 양자협의를 갖는데 이어 오후 3시에는 중국과, 오후 4시부터는 미국과, 오후 6시에는 일본과 모두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양자협의를 갖는다.

▲ 회담장인 댜오위타이 앞에는 벌써 외신기자들이 진을 치고 오가는 차량들을 유심히살피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북미간의 양자회동도 오늘 열릴 것으로 보이나 아직 일정과 장소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16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부무 아태담당 차관보는 일본에서 "내일(17일)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와 만날 것으로 믿고 있다. 내일 그와 만나 의견을 나누기를 고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 6자회담 북측 대표단이 묵고 있는 주중 북한대사관에는 중국 공안이 경비를 서고 있고 새로 설치된 철책이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제5차 6자회담 2단계회의를 앞둔 베이징은 최저 영하 9도의 차가운 날씨이며, 회담장인 댜오위타이에는 몇몇 외신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고 간간이 차량이 드나들 뿐 아직 회담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고 있다.

챠오양구(조양구) 르탄북로에 위치한 북한대사관 앞도 중국 공안 한 명이 경비를 서고 있을 뿐이고 역시 몇몇 외신 기자들이 출입자들을 주시하고 있는 한산한 풍경이다. 북한대사관 정문은 4차 6자회담 당시에는 없던 철책을 새로 설치해 경계를 강화해두고 있다.

▲ 북한대사관 공보판에는 북측 소식이 실린 화보들이 전시돼 있다. 휴일을 맞은 중국인들이 간간히 관심을 보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해설> 달라진 6자회담 관전법
 

18일부터 열리는 제5차 6자회담 2단계회의를 앞두고 16일 회담이 열리는 베이징에 남북 대표단이 도착하면서 이번 회담에 대한 관측도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대체로 이번 회담 전망이 밝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일부에서는 그럴수록 전격적인 타결도 가능할 것이라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1년이 넘게 장외에서 힘겨루기를 벌인 북미 양국이 회담장에 나란히 앉아서 과연 9.19공동성명에서 합의했던 한반도비핵화는 물론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이룰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번 5차 2단계회의는 외형상으로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내용적으로는 상당히 다른 조건에서 열린다는 점에 주목을 돌려야 할 것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뭐니뭐니해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회담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10일 핵무기보유 및 증산선언을 한데 이어 지난 10월 9일 전격적인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로써 북한은 9번째 핵보유국의 입지를 굳혔고, 미국의 핵선제공격 위협에 대한 대응력을 과시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핵보유국 북한이 6자회담장에서 한반도비핵화를 어떤 경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가를 눈여겨보는 것도 이번 회담의 전망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자회담 북측 단장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6일 베이징에 도착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이유는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북미간의 신뢰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서는 북한의 일방적 핵무기 포기는 없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일방적인 북측의 핵무기 폐기 외에도 남측지역의 비핵화와 주한미군의 비핵화 등도 함께 거론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한반도비핵지대화 내지는 핵군축을 회담 의제로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변화된 상황은 미국의 BDA 금융제재를 비롯해 유엔안보리의 두 가지 대북 제재결의안이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담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서는 미국만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점에서 9.19공동성명이 나왔던 4차 6자회담 당시의 북측에 유리한 4:2구도도 그대로 유지될지도 관심거리이다.

북측 김계관 단장은 16일 제재조치의 해제가 '선결조건'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측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위폐문제를 구실로 촉발된 BDA 금융제재 문제는 별도의 실무그룹에서 6자회담과 관계없이 다루어지면 된다는 입장이며,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은 여전히 유효하고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따라 해결될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당장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상황은 남북관계가 원할치 않은 가운데 이번 회담이 열리게됐다는 점이다. 지난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이 쌀과 비료 지원 중단조치를 취했고 북도 이를 맞받아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협력을 거부한 채 아직도 관계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차 6자회담에서 남측이 미국과 북측 대표단을 오가며 수행했던 메신저 역할이 이번에도 유효할지 지켜볼만한 일이다. 16일 남측 당국자는 "중국도 한다고 하고 있지만 남들이 못하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한국의 고유한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변화된 조건은 미국 내부의 상황이다. 중간선거에 참패한 부시 행정부가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을 해임하는 등 새로운 대외기조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제5차 6자회담 2단계회의의 의제는 이미 지난달 28-29일 베이징에서 북미 수석대표가 장시간에 걸쳐 협의를 나눈 바 있기 때문에 대체로 알려져 있다.

미국측은 △2008년까지 핵을 폐기할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나 한국전쟁 종선 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경제.에너지를 지원하며 △궁극적으로 북미 관계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북측에 구체적인 초기조치로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공은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고 이에 대한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제스쳐를 보였다.

그러나 북측 단장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6일 베이징에 도착해 1"지난 11월 조(북)미 베이징 접촉에서 미국측에 우리 요구를 이야기했고 미국은 알고 갔다"며 "이제 본 회담이 열리면 토의하자 했으니 어떤 대답을 가지고 왔을 지는 봐야 알겠다"고 말해 미국측의 회답을 기다린다는 태도를 취했다.

한국측 당국자는 이에 대해 16일 "15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지 않겠나. 그 과정 중에 자기들(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을 이야기했을 것이다"고만 말했다.

누가 답변을 할 차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북미 양측 모두 상대방이 만족할만한 보따리를 가지고 나왔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이번 회담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이는 대목이다.

또다른 변수는 북측이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상호 신뢰'의 척도인 금융제재를 비롯한 '대북 제재 해제' 문제가 어떻게 별도의 실무그룹회의에서 처리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이번 회담은 "아직 낙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극적인 타결의 길도 언제든지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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