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 이광길 기자(tongil@tongilnews.com)


▶3일 가평에서 열린 통일교육협의회 회둰단체 워크숍에서 이종근 한국무역협회 수석
연구위원이 핵실험과 남북경협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북핵실험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큰 피해가 있다거나 그런 것 없다. 사업 줄이겠다는 업체도 없다. 그러나 무역협회에 찾아와 걱정은 많이 한다."

'핵실험이 남북경협에 미친 영향'과 관련, 이종근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3일 오후 3시30분, 경기도 가평 청심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2006통일교육협의회 워크숍' 초청강연에 참석, 이같이 전했다.

그는 "남쪽 언론에서는 핵실험이 경협에 어떤 영향 미치나 얘기 많이 하는데 별로 영향을 미치는 것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그 이유로 "상업거래는 계속 밀고 나가야 하는 기업들의 처지"를 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는 하라마라 할 처지는 아니나 업체는 정부가 하지 말라고 할 때까지는 계속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신용장 개설 같은 국제금융관행이 없는 북과의 거래에서 "먼저 돈을 주고 물건을 가져오다 보니 전쟁이 나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몇 가지 우려되는 사례들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대북사업을 좀 크게 하는 강원도의 한 업체가 상품을 뉴질랜드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정부가 '낙진 오염 있으면 수입 안 하겠다'한 사례가 있다"면서 "다행히 낙진오염이 없다고 인정, 통과는 됐으나 해당업체는 상당히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다른 예가 북한산 바지락조개다. 참고로 하루 국내 바지락 소요량 250톤 거의 전부가 북한산인 실정이다.

▶100여명의 워크숍 참가자들은 남북경협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지난달 19일부터 일본이 북한산 바지락을 수입 금지하면서, 남측 업자들이 중국산으로 위장하려니 가격 때문에 타산이 안 맞고 한국산으로 위장하려니 일본 당국이 DNA 검사하겠다 해서 그 물량이 전부 한국으로 오게 됐고, 그러다보니 하루에 많으면 400톤의 북한산 바지락이 국내에 쏟아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북이 국내 시장사정을 고려해 가격을 낮춰주지도 않고, 또 남측 업자들은 선금을 지불하고 들여오는 상황이라 당장은 아닐지라도 12월초 가면 가격폭락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북한 검덕에는 아시아 최대의 아연광산이 있는데, 최대 수입체인 일본에서 수입금지가 걸리면서 한국 중개업자들에게 송금하는 문제가 생겼다고도 한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객도 줄어들고 있다. 수지를 맞추려면 매달 3만명이 가야 하는데 올해 10월달에 그 절반정도였다며 "11월은 그 절반이고 12월은 또 그 절반이라고 보고 있다. 원래 11-12월은 비수기라 크게 피해는 없으나 앞으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한가지 다행스런 소식은 6자회담 재개 합의"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경협에 종사하는 업체들은 핵실험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의류를 가공하고 시계를 만들고 있으나 "남북경협이 수치로 드러나는 11월말"에 가면 핵실험이 경협에 미친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핵실험 같은 경우 피해를 대비한 보험이 있나'는 질문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보험은 없으나 이와 유사한 정부의 보조제도는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이에 가입한 업체는 개성공단 15개 업체 중 3개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어차피 정부가 중단하라고 할 때까지는 사업을 무조건 계속할 것"이고 "정부가 중단시키면 정부가 물어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개성공단, 성공여부 말할 단계 아니다'

▶지난 7.28 개성공업지구관리위 2/4분기 정기회의 광경. [사진제공-통일부]
개성공단사업에 대해서는 "지금 성공이냐 아니냐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부 조성하면 2천만평인데 아직 10만평도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초기에 "북과 약속은 했으나 2천만평은 무리다 해서 시범단지 100만평만 먼저 해보자. 그것도 많다 해서 파일럿프로젝트로 2만8천평에 15개 업체가 들어가 14개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면서 "문제가 없으면 조금씩 넓히고 10년후에는 2천만평 다 개발한다는 것"이라고 개발방향을 설명했다.

그간 개성공단이 진척이 더딘 이유로는 경제외적인 요인들의 영향을 들었다. 공단개발에 관여한 한국토지공사에 대해, 북측에서는 회사명 표기시 '한국 빼라' 하고, 토지공사측은 '한국토지공사에서 한국은 국적이 아니라 회사명'이라고 버티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핵실험으로 업체들도 상당히 놀란 것 같기는 하지만 공단사업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100만평이 개발될 경우 북쪽 인력이 최소 6만명에서 10만명이 필요한데 "벌써 북쪽에서 근로자가 고갈됐다는 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강연후 따로 만난 이 연구위원은 현재 남과 북의 협의과정에서도 "인력수급 문제가 핫이슈"라며, 현재 개성공단 근로자 9천명은 전원 개성에서 수급하고 있지만, 인구 20만에 불과한 개성에서 10만명의 근로자를 수급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어디서 올 것으로 보는가'는 질문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알 수 없다. 북은 거주이전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북 당국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개성공단의 성장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북쪽이 개성공업지구법에 규정된 대로만 해주고 자본주의는 아닐지라도 우리 업체가 원하는 것을 조금만 해준다면 거기 근로자들이 손재주도 있고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고 단언했다.

남북경협에서 성공사례가 드문 것과 관련해서는 경협의 역사를 통해 몇 가지 이유를 짚었다.

먼저 남측은 원하는 업체에게는 북측과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창구를 넓히는 반면 북측은 시간이 흐를수록 창구를 좁혀서 종국에는 민경련으로 단일화한데 따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자신이 LG에서 오랫동안 대북경협에 종사했던 이 연구위원은 "북측 창구가 하나다 보니 삼성, 효성, LG 등 남측업체들이 피해사례가 생겨도 끙끙 앓았다"고 저간의 사정을 전했다. '그곳에 밉보이면 다음에 사업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LG도 철강 계약을 했는데 북측이 물건을 대우한테 넘긴 적이 있다. 그래서, '돈이라도 돌려달라' 했더니 북의 높은 사람이 나와서 '앞으로 LG가 영원히 북하고 사업 안 하려면 돈 받아가라' 하더라"며 "안 좋은 얘기 많은데 얘기하기가 겁났다. '느그 나가라' 할 수 있게 되니까.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사업을 접어야 하니 어려움이 있어도 풀리지 않는 상황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북의 특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대외경제위원회 아주사에 가면 공무원들이 50명 정도 앉아있다. 거의 한족인데 우리말에 능수능란하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도 많다. 진심으로 조언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왜 북한은 사람들도 부지런하고 손재주도 좋은데 중국은 올라서는데 북한은 어려우냐?' 물으면 '북쪽 사람들은 일을 안 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쪽 사람들은 완벽하고 일을 잘하는데 그들은 좀 특수한 사람들이고 일반적인 북 주민들은 대체로 근로의욕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99% 경제 이야기 하다 심심풀이로 정치 얘기하는 반면 북쪽은 월요총화나 정치학습에는 빠짐없이 가지만 나머지는 대충 보낸다"면서 "확실한 충성도, 정치적인 입지를 주변에만 보이면 살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거래로 접근하면 답이 안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쪽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북과의 경협에서 뚜렷하게 성공했다는 사례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중국 사람들 인식은 우리보다 북에 대한 인식이 더 안 좋다. 동북3성을 가보면, 어디 가도 돈을 안 떼이는 중국 화상이 북쪽에서는 돈을 떼인다고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대만도 정치적 목적 때문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는데 앞발뒷발 다 들고 나왔"으며 "예전 조총련 기업가들이 북에 조건없이 기업 200개를 지어줬는데 지금 200개 모두가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북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할 문제는 아니"라면서 "어떤 업체든 다 관심이 있다. 무역협회 산하에 8만개 업체가 등록돼 있는데 물어보면 다 하겠다 하는데 여건이 안 된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흥미있는 주제 탓인지 이날 강연은 열띤 질의와 반박, 때로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한 참가자가 '자신이 북에 가서 치킨집을 개업하기로 약속하고 왔다며 자꾸 큰 것 가지고 하려니 실패한다'고 지적하자, 이 연구위원은 "우리가 큰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북에서 큰 것을 요구한다. 북은 돈은 없지만 생각은 항상 크게 한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친목 시간. '위하여!'.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초청강연에 이어 체육시간을 가진 100여 참가자들은 저녁에 각 조별로 분임토론, 친교의 시간을 가진 후 첫날 일정을 마칠 예정이다. 4일에는 김홍재 통일교육원장의 '남북관계 현황과 2007년 전망' 강연을 들은 뒤 종합토론을 가지고 워크숍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