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의 주요한 쟁점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지속,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정식 참여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금강산.개성사업, '계속 추진 하되 운용방식 조정'
먼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에 대해 '계속 추진'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운용방식의 조정'이라는 해법을 내놓아 다소 후퇴한 형국이다.
지난 15일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번 (유엔안보리)결의안과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사업은 무관하다고 본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자금과 금융자산 등을 동결토록 한 것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관련된 것인데,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은 이와 관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18일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에서 "정부는 남북간 경협이나 개성공단사업, 금강산 관광을 중지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면서도 "운용방식이 유엔 안보리 결의나 국제사회 요구와 조화되고 부합하도록 필요한 부분을 조정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형 외교부 1차관도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가 미국 정부와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한 바 없으며 이 문제에 대한 미측의 공식 요청은 없었다"고 전제하고 "기본적으로 이번 안보리 결의 내용은 남북간 경협사업에 직접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와 국내 의견을 종합해서 조율된 대응을 하기로 한 만큼 여러 의견을 감안해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검토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다소 후퇴한 정부의 입장 정리는 미국측의 잇단 압력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분리 대응
미국측의 입장은 유엔안보리 결의안 채택 직후와는 달리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 문제를 분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유엔안보리 결의안이 나오기도 전인 지난 11일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과 중국 등이 금융 자원의 유입을 중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성공단이 자본주의를 심어주는 방법이 되긴 하지만 북한이 큰 실수를 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라고 말해 개성공단사업에 대해 압박을 가했고, 질문에 대한 답변이기는 했지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또는 평양에 있는 한국인들이 인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18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무부 차관보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만난 뒤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사견을 전제로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경제의 장기적인 개혁문제지만 금강산관광의 목적은 그런 선상에서 보지 않는다"고 말해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을 분리해 금광산관광 중단 압박을 가하고 있다.
개성공단사업의 경우 입주한 중소기업체와 연관 업체 등 이해당사자가 많고 생산설비투자와 북한 인력고용 등 사업이 중단될 경우 미칠 파급력이 크다는 점,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생산적 사업이라는 명분 등을 고려했을 것으로 추측되며 금강산관광의 경우 이해당사자가 현대아산과 관광객에 국한되고 핵실험 국면에서 관광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명분도 가질 수 있으므로 미국측은 분리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PSI, '참여폭 조정 검토중'으로 후퇴
현시국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에 대한 정부 입장도 다소 후퇴한 입장으로 정리됐다. PSI는 실제로 북한 선박에 대한 강제 수색 실시 등으로 무력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담고 있다.
15일 정부 당국자는 "이번 유엔결의 이행하고 PSI 가입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보고 있다"며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서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에 대한 검사를 포함한 협력조치를 요청'하는 결의 8조f항 이행과 관련해서는 "(남북해운합의서라는) 이행에 충분한, 이미 집행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유엔안보리 결의로 인해 우리 정부가 PSI에 적극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18일 송민순 안보실장은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필요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참여폭을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민감성을 반영하면서 우리의 남북해운합의서와 PSI 내용을 맞춰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형 외교부 1차관도 18일 "유엔 결의와 PSI 참여는 별개 문제"라면서도 "현재도 일부 참관하고 있는 부분이 있고 일부는 우리 사정을 감안해 안하고 있는데, 앞으로 유엔 결의 내용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적절하고 필요한 수준에서 우리의 참여 폭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요약하면 유엔안보리 결의와 한국의 PSI 참여는 별개라는 입장에서 '참여폭 조정 검토중'으로 후퇴한 것이다.
미국, "PSI 한국 활동 확대 희망"
미국측은 일찌감치 PSI 전면 참여를 한국정부에게 압박을 가해오고 있었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미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관련된 활동이 더욱 확대되길 희망한다"며 "조만간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군축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방한하면 한국의 PSI(정식) 참가에 대한 협조 논의도 분명히 이뤄질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으며, 11일에도 한나라당 간부들과의 면담에서는 "한국이 PSI에 참여하는 것이 유엔 결의안과도 일관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의 19일 방한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힐 미국무부 차관보는 18일 "PSI는 여러 종류의 활동을 묶은 것"이라며 "이러한 활동들이 세계 모든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설명이 한국에서도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해 사실상 한국의 PSI 참여를 압박하고 나섰으며, 라이스 장관의 방한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미국 압력으로 3일만에 입장 후퇴
이처럼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채택이후 한국 정부가 15일경에는 비교적 독자적인 입장에서 추가적인 대북제재 참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가 18일경에는 큰 원칙은 변화가 없다면서도 '운용방식의 조정'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 PSI 참여 문제에 대해 부분적 손질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이날(18일) 오전 송민순 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18일 힐 차관보의 방한과 19일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한 등을 통한 미측의 직접 압력 외에도 19-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와 오는 23-17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3차 한미FTA협상도 한국측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 PSI 참여에 대한 큰 틀에서의 방향은 견지하겠지만 이같은 미국의 압력에 밀려 핵심 사안들에 대한 '운용방식을 조정'할 경우, 북한으로부터의 반발은 물론 남측 내부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