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러 순방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라이스 장관은 이번 순방의 목적이 북한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저지하는 '포괄적인 전략'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이를 위한 과제로 △한.일 등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 및 상호의무 재확인 △완전한 결의이행을 위한 집단대응 확보 △핵무기 이전을 막기 위한 PSI확대 △비확산체제 유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및 9.19공동성명 이행이라는 대안의 유효성 재확인 등을 들었다.
이날 기자회견 중 라이스 장관은 곳곳에서 '호혜', '상호의무' 등의 표현을 동원, 이번 순방이 방문국에 많은 부담을 요구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호혜적 의무를 재확인하는 기회"이며 동북아 역내 국가들이 "공통안보의 혜택뿐 아니라 부담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 제재이행으로 인한 '한국의 불안'과 관련해서는 "결의 이행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도록 이뤄져야 한다는 이 지역 국가들의 우려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도 "(그 결과를)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또 이번 결의가 북한 관련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PSI)'를 위한 새로운 국제 기준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PSI를 통해 해당 나라들과 협력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PSI 확대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에 대해 안보리 결의를 들어 참가를 압박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날 라이스 장관의 언급은 '결의 1718호와 PSI 가입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앞선 미 국무부 대변인의 언급과 상치된다. 외교부 당국자도 15일 결의 8조(f)항은 공해상에서의 북한 화물 검색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결의 1718호와 미국이 의도하는 PSI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결의가 남북경협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 입장에 대해서는 "한국이 북한과의 활동 전반에 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볼 것"이라고 자발적 중단을 압박하고, "그 활동의 많은 부분이 (핵개발 등) 북한이 하는 일과 관계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있다"며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에 부정적인 미국의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냈다.
"(북 핵실험 시) 한국은 북한과의 활동 전반을 평가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혀온 만큼, 우리는 그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추가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시하고 있다"면서 "제재와 외교가 작동해 북한이 방향을 바꾸게 될지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실패하더라도 "우리는 북한이 방향을 바꾸도록 만들 수 있는 훨씬 더 강한 도구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번 순방의 주된 과제 중 하나로 북한이 핵무기나 물질을 제3자에 이전할 경우에 대비, "실용성있는 탐지 및 점검 구조"를 만드는 방안을 해당국가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현지시각 17일 출국, 일본을 거쳐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막판에 러시아가 순방지로 추가됐다.
이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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