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순(한국진보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

   전영호, 『북한의 경제발전전략』, 도서출판 6.15(02-3673-4214)


경제는 곧 생활이다. 따라서 경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아니라도, 일상적인 생활인들은 누구나 다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터득한 경제에 대해 일가견을 갖고 있다. 구체적 생활 속에서 터득된 지식과 지혜는 그만큼 생활력을 갖고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한다. 자본주의 경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북한경제를 이해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바로 이러한 공고한 선입견이다.

이러한 공고한 편견과 선입견은 비단 일반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경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북한경제 연구학자들일수록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에 훨씬 더 깊이 빠져 있다. 한국사회에서 출판되고 있는 대부분의 북한경제 관련 서적들은 연구목적 자체가 북한경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경제의 지속불가능성(북한체제의 지속불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자본주의 경제와는 전혀 다른 운영원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북한경제 구조를 자본주의적 분석방법론으로 분석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책 표지
최근 ‘도서출판 6.15’에서 발간한 『북한의 경제발전전략』(필자 전영호)의 미덕은 바로 이러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북한경제를 객관적으로 접근하도록 편안하게 이끌어 준다는 데에 있다. 특히 경제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상식에 기초해서 북한경제의 실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은 북한경제의 현실에 맞지 않는 자본주의적 분석방법론을 사용하지 않고, 편견과 선입견 없이 북한경제의 운영원리와 경제발전전략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주고, 그러한 원리와 전략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 하는 구체적 사례들을 차분하게 보여줌으로서, 북한경제에 대한 과학적 객관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필자에 따르면,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 원동력이 자본이라면, 사회주의 경제체제인 북한경제에서 성장의 원동력은 자본의 힘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힘이며, 사람을 어떻게 발동하느냐 하는가가 성장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한다.

자본주의적 분석방법론에 따르면 경제성장 또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자본의 힘이므로 자본이 부재한 북한경제로서는 외부로부터 자본을 도입하지 않는 한 경제회생과 발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경제의 유일한 출로는 개혁개방을 통해 서구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는 길뿐이라고 본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지도부는 개혁개방을 거부함으로서 경제회생과 발전의 기회를 놓치고 있기 때문에 북한경제의 미래는 불투명하며 비관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접근방법론을 비판하면서 북한경제는 자본주의 경제가 아니라 사회주의 경제이므로 자본의 힘이 아닌 사람의 힘을 기본 동력으로 경제가 발전하며, 특히 사상으로 무장된 인민들의 통일 단결된 힘의 크기가 경제성장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보고, 그것이 북한경제 발전과정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를 밝히고, 그로 인해 파생된 북한경제의 회생과 발전의 구체적 성과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

필자는 북한경제 회생과 성장의 키워드를 '선군'에서 찾고 있다. 그것은 제목에서부터 잘 나타난다. 필자가 이 책에 선군정치와 북한경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나듯이 선군과 북한경제의 상호관계를 북한경제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내세우고 그것을 중심으로 북한경제를 고찰하였다. 바로 이점이 이 책의 독특한 특징이다.

지금까지 북한 관련 논문들은 선군정치 따로 북한경제 따로 고찰하였을 뿐 선군정치와 북한경제의 내적 연관성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밝힌 책은 아마 이 책이 최초이지 않는가 싶다. 필자는 “마술이라 할 정도로 끈질긴 북한경제력의 원천은 크게 두 가지로 살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북한사회가 혁명적 군인정신과 일심단결이라는 정치사상적 의지가 꽉 들어찬 사회라는 점과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다른 북한경제체제의 고유의 특수성을 들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특수성은 국방경제와 민간경제를 통일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상호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점이라고 평가하였다. 바로 이 점이 선군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국방공업과 군인들이 북한경제 회생과 발전에서 주도적이며 선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을 아주 잘 밝혀주고 있다.

따라서 북한경제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선군은 어떠한 경제적 의미를 갖는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보다 더 좋은 교재는 보지 못했다. 선군이란 단순히 정치적 구호라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선군이 갖는 경제적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선군을 단순히 군사적 의미 특히 호전적 군사노선으로 이해했던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선군이 갖는 평화지향적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선군에 의거해서 북한이 경제적 난관을 돌파해 온 구체적인 사례들을 분야별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사례들을 읽어보면 독자들은 경제생활의 주인은 자본 또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생활에서 이윤이라는 미명하에 상실된 휴머니즘을 다시 느끼게 될 것이다.

북한이 자체의 힘으로 경제적 난관을 돌파해 오는 과정에서 전체 인민대중들이 어떻게 단결하고 투쟁하였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 투쟁과정에서 노동자들과 군인들이 창조한 집단주의적 정신과 문화들을 잘 그려주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하는 북한사람들의 생동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필자는 북한경제의 현실과 미래를 구체적 실증을 통해 진단하고 있다. 비록 아직 경제적 난관이 다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고난의 행군 이래로 북한경제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난제들을 자체적으로 잘 해결해 오고 있으며, 어느 정도 기본공정이 마무리되고 도약을 향한 새로운 전진을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북한경제의 새로운 전망과 그 속에서 보이는 희망의 싹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현대 북한 경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실리사회주의적 측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것이 상당히 아쉽다. 많은 독자들은 북한경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도대체 선군과 실리는 어떤 관계이고, 실리사회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매우 궁금해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다. 아마도 필자는 현대 북한 경제를 이해하는 데 핵은 선군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실리사회주의의 측면을 다루기에는 너무 내용이 방대해지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은 것 같다. 추측컨대 이 책에 이은 후속편에서는 그 내용들이 충분히 다루어지리라고 기대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북한경제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선군이기 때문에 선군을 중심으로 북한경제를 분석한 이 책의 가치는 전혀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 책 이 많이 읽혀져서 왜곡되어 있는 한국사회의 북한경제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글을 쓰신 전영호 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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