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은 군사당국간 핫라인 및 군사당국자간 회담 등 군사 부문의 신뢰구축 방안과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차원의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등 두 가지 사안을 놓고 북측의 양보를 얻어내기위해 이른바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다는 분석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는 이날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프라피룬이 결과적으로 남측의 회담 전략 운용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남측 대표단을 태우고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아시아나 여객기 OZ1002편이 이날 오후 3시 21분께 평양 공항에 도착했으나 태풍의 영향으로 평양 공항을 이륙할 수 없어 남측 대표단은 자연스럽게 배수진을 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북측은 오후 5시 30분께 아시아나 전세기가 이륙할 수 없다고 남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은 이에 앞서 낮 12시께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오찬 장소인 만수대의사당으로 출발하기 직전 이례적으로 출발을 늦추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이번 평양회담에서 남측이 군사적인 신뢰구축 방안과 군국포로 송환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 보다는 일부 보수층 여론을 의식한 과시용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남측으로선 서울에서 열리게될 3차 장관급회담에서 이들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포석의 일환으로 회담에 임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회담 전략은 북측 대표단에 군사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은 마당에서 남측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남측 전략 못지 않게 2차 장관급회담에 대한 일반의 시각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대목은 남측 대표단의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이다.
당초 정부측은 명시적으로 확인해주지는 않았지만 지난 7월말 서울의 1차 장관급회담 때 전금진(全今振) 단장 등 북측 대표단이 청와대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예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예방할 것으로 시사했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뒤늦게 원래부터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예방할 계획이라고 둘러댔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즉 평양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방 현지지도중이라 참석하지 못해...`라며 남측과 엇갈리게 전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말 서울에서 열린 1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석했던 북측의 전 단장 일행은 회담 마지막 날 청와대를 예방, 김대중 대통령과 면담했었다.
이에비해 우리측 대표단은 이번 평양 회담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대신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예방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연합2000/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