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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실과 상식에 따라야중앙일보.보수인터넷신문의 기협회장 '때리기'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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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04.05  2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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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보도할 때 용어선정에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납북이다 아니다 상반된 입장이 대립돼 있고 또 확실한 근거도 없다면 꼭 그 사람들이 납북자라고 단정할 근거도 없습니다. 수십 년 세월이 흘러서 사실 확인도 불가능하다면 아마 우리는 적절한 대체 용어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런 선입관이나 편견없이 위 글을 읽는 독자는 대부분 이 같은 주장에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또한 "지금 현재 북쪽에는 국군포로나 어부처럼 남쪽 출신자로서 북쪽에 거주하시는 분이 꽤 계십니다. 우리는 대개가 이런 분들이 납북이 돼서 강제로 억류가 돼 있다 뭐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그렇지만 사실은 정확히 파고 들어가서 보면 자진 월북자도 있습니다. 북쪽에서 60, 70년대 어부들 납북해갔을 때 거기에서 남지 않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거기에 머무르기로 스스로 결정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보면 제3국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 남한 주민이 찾아가서, 제 발로 찾아가서 북쪽으로 보내 달라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라는 대목에 대해서도 잘 몰랐을 수는 있겠지만 대체로 수긍할만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같은 발언이 최근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보수언론들의 '공격거리'로 쓰여지고 있다.

위 발언들은 정일용 한국기자협회 회장이 지난 1일 KBS-1TV '미디어포커스'에 출연해 한 말들이고 이에 대해 3일 납북자가족모임과 피랍.탈북인권연대가 성명을 내고 공개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납북관련 단체들의 민감한 반응이나 반북수구적 태도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는 않지만 넘어갈만한 사안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중앙일보가 4일자로 <"납북자를 자진 월북자라니...">라는 기사를 통해 이 성명 발표에 대한 사실보도를 넘어 이른바 정 회장의 발언 '녹취록'을 인용보도하고 기자협회 관계자의 발언이라며 지난 3월 27일자 '납북은 입증이 필요하다'는 기자협회 성명발표 당시 "협회 간부들이 반발했으며, 심지어 '정 회장 당신 개인 이름으로 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2006.4.4일자 14면 기사. 인용된 '녹취록'은 실제 발언록과 차이가 있다.
보수적인 인터넷신문들도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3일 데일리엔케이는 <납북단체, 記協회장에 '월북발언' 사과요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4일 독립신문이 <"정회장, 당신 개인 이름으로 내라">를, 데일리안이 <"정일용은 어느쪽 기자협회장이냐">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예전과 달리 보수적 인터넷 매체들이 일제히 들고나선 형국이다.

그러나 4일자 인터넷판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한국기자협회는 중앙일보 기사에 대해 "중대한 사실을 왜곡했고, 기협 회장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판단, 중앙에 정정보도 요청과 동시에 기사를 쓴 이 기자에 대해 법적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기자협회보가 확인한 바로는 중앙일보가 인용한 '녹취록'은 정 회장의 실제 발언이 아니라 미디어포커스의 대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기사를 쓴 셈이다. 그것도 납북자 전체를 마치 '자진 월북자'로 발언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제목하에.

늘상 북한과 관련된 기사들은 사실 확인마저 소홀히 한 채 '색깔론'이나 '공격거리'로 몰아가는데 익숙해진 기성 보수언론과 반북수구적 논리만을 앞세우며 입맛에 맞는 이슈를 찾아 떠들어대는 인터넷매체들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가 쉽게 '납북자'라고 일괄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의거 입북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용어 사용에 있어서도 일괄적으로 '납북자'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고 '특수이산가족' 등 보다 포괄적이거나 가치중립적인 용어를 채택할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특히 문제의 기사를 쓴 중앙일보 이영종 기자의 경우 지난해 11월 금강산 이산상봉에서 발생한 유사한 사건을 주제로 11월 16일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제10회 JAK 콜로키엄'에 참석해 당시 연합뉴스 민족뉴스부장이던 정일용 회장과 토론을 벌인 적도 있어 상대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관련기사 보기]

당시에도 남북이 서로 다른 개념으로 쓰고 있는 용어들에 대해 서로 인정할 수 있는 중립적 표현을 모색해야하고 남북이 공동의 '보도준칙'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공감했다.

물론 북측이 남북 언론인 교류에 적극 나서 공동의 보도준칙을 마련하는데 앞장서지 않는 모습이나 '납북자'라는 표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점에 대해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것처럼 북일정상회담 과정에서 북측이 일본인 납치자를 인정함으로써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된 상황에서 북측이 '납북자'라는 용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으며, 거꾸로 북측의 입장에서는 '납남자'의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남북간에 사상과 제도, 문화와 행동준칙이 다른 엄연한 현실에서 서로의 처지를 헤아린 데 기초해 조심스럽게 동질성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상식적인 자세라 할 것이다.

일부 기성 보수언론과 보수인터넷 매체들이 더 큰 민족적 이익을 위해 한번 더 심사숙고하는 지혜가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국기자협회 성명

남북관계 보도제작 준칙을 준거틀로 삼자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 제13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보도를 둘러싸고 남북 사이에 심각한 마찰이 빚어졌다. 급기야 남측 취재단이 취재 보도자유 보장을 요구하며 전원 철수하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치달았다.

마찰이 빚어지게 된 직접적 원인은 ‘납북’, ‘나포’라는 보도상 용어였다. 이것으로 시작된 갈등이 점차 격화되면서 취재단 철수라는 극한 처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갈등의 원인을 해소할 방책을 찾을 대신 서로가 자극의 강도를 높이기만 했다는 점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와 함께 광복 50주년인 1995년에 제정한 남북관계 보도제작 준칙은 이번 사태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제작보도 준칙’은 남북관계 보도 제작의 준거틀로서 기능하도록 현업 3단체가 합의 제정했다.

1. 보도제작 준칙은 냉전시대에 형성된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보도 제작함으로써 남북 사이의 공감대를 넓혀 나간다고 밝히고 있다.
‘납북이다, 아니다’로 정반대의 주장이 대립돼 있을 때 객관적 사실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먼저 납북인지 아닌지를 사실로써 입증해야 하며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남북 사이의 공감대를 넓혀 나가는 노력에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1. 보도제작 준칙은 남북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언론이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 금강산 행사의 본질은 이산가족 상봉이다. 수십년 간 헤어졌던 혈육들이 상봉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데 우리도 동참해야 한다.

우리는 북측에도 유감을 표시한다. 남북 공동의 보도제작 준칙 제정을 지난 2001년부터 요구해 왔으나 북측으로부터는 아직까지 응답이 없다. 남북이 공감하는 준거틀이 있어야 이번과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남북 언론 분과위 간 협의를 거쳐 공동의 준칙을 제정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당연히 양측 당국도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2006년 3월 27일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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