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 이사장 임종석)이 북측 저작물 사용에 관한 포괄적인 사전협상 권한을 부여받음으로써 남측 내에 북의 모든 저작물 출판을 협의할 수 있는 공식적 창구가 마련됐다.

그동안 남측 출판사에서 북측 저작물이 사전 동의 없이 출간되어 왔으며, 최근 이루어진 저작권합의도 출판을 원하는 사업자가 중국과 일본 등 제3국을 통해 북과 개별적으로 접촉, 합의서를 체결해 왔다.

경문협 신동호 문화협력위원장은 15일 “지난해 12월 30일-31일 개성 봉동관에서 북측 저작권사무국 장철순 부국장, 북측 민화협 리금철 부장과 북측 저작물의 남측에서의 사용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합의서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 북측 저작물의 사용을 원하는 남측의 사용희망자와 민족화해협의회와 저작권사무국을 대리하여 포괄적인 사전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동호 위원장은 북측이 정한 저작권 절차로 인해 “중국으로 통해 판권을 사는 것 보다 더 어려워 졌다는 출판사들이 있었다”며 “북과 자주 연락하고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작권)교류가 더 늦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사전협상 권한을 포괄적으로 이임해 달라고 북에 요청해 이에 대한 합의서를 쓴 거다”라며 경과과정을 전했다.

지난 3월 북측 저작권사무국이 ‘저작권자의 승인과 저작권사무국의 공증확인서가 없는 한 남측에서의 우리 저작권에 대한 이용은 저작권 침해로 된다’는 통지서를 통일부에 전달한 바 있다. 

자체적 출판계약, "6개월 단위로 북과 정리해"

신 위원장은 “북을 폄하한다든지 북의 신뢰를 흔드는 작품은 협상할 수는 없다”며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사전 협상해서 도서출판을 할 수 있도록 저희가 계약을 하고 6개월 단위로 북과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번 합의문에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남측에서 북측의 저작물이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사용될 수 있도록 신의와 성실의 원칙 밑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경문협은) 사전협상의 결과를 저작권사무국과 민족화해협의회에 즉시 통보하여야 하며 그 다음 북측 저작권자의 수표와 저작권사무국의 확인서를 접수하는 승인절차를 거쳐야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합의서는 규정하고 있다.

그는 “저희가 남북관계에 무리가 없겠다고 판단되면 출판계약을 하고 사후에 북의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출판교류가 그전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측 작품 47편의 저작권 양도받아

▶저작권사무국의 공증확인서와 저작권자의 위임장.[자료제공 -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번 회의에서 합의서 체결과 함께 남측 출판사들이 출판 전에 북측 작가 34명에게 47편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양도받았다. “출판 전에 북측의 저작권을 양도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신동호 위원장은 의미를 부여했다.

신동호 위원장은 “북측 작품 47편의 저작권사무국의 확인서와 저작권자의 위임장을 받았다”며 “6개월 전부터 남측출판사들이 요청해 온 것에 대해 합의된 내용을 이번에 받아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저작권이 양도된 북측의 작품에는 최명익의 <서산대사>, 림종상의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등의 장편 역사소설과 <청동항아리>, <작아지지 않는 연필>등 의 어린이 동화 여러 편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사계절, 자음과모음, 효리원, 도서출판 폄, 문학과지성 등 5개 출판사가 출판에 들어간다.

신 위원장은 출판권 인세에 대해 “북에서 저작권 관련된 저작권료를 받은 일이 거의 없어 남쪽 관례와 같이 10%를 지불하는데, 이런 관례를 존중해 선불제로 지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북측의 출판물을 출판했던 숫자가 많지가 않았다”며 “이번 기회로 많은 분들 관심 갖게 되기를 바라고 출판 뿐 아니라 영상, 방송, 음원, 미술까지 저작권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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