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4.6 월 20:32
홈 > 오피니언 > 기자의눈
[기자의눈] ‘반세계화’ 농민운동, 씨뿌렸다
이강호 기자  |  leekh@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05.12.24  14:42:00
페이스북 트위터

한국 농민 시위대에 대한 홍콩 경찰의 연행이 모두 끝난 18일 저녁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회원들의 숙소인 ‘우카이샤 유스호스텔’에는 10여명의 농민이 남아 연행된 동료들의 짐을 꾸리고 있었다. 농민들은 “동지들을 남겨두고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느냐”고 말끝을 흐렸다.

숙소에 남아있는 농민들은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전원 연행하기 전, 집회 장소를 미리 빠져 나온 농민 또는 부상 치료를 받다가 재집결하지 못한 농민들이었다. 다리를 절룩이는 농민, 깨진 머리에 붕대를 감은 농민도 있었다. 당초 이날 오전에는 홍콩 ‘反 WTO 원정단’의 ‘투쟁승리 보고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투쟁을 승리로 평가’하며 한 판 잔치를 벌여야할 농민들의 숙소에는 깊은 침묵만이 감돌았다.

‘삼보일배까지 좋았는데 과격시위로 망쳤다?’, ‘한국 농민들의 본색이 드러났다?’ 정말 농민들은 여론의 ‘불화살’이 자신들에게 돌아갈 줄 몰랐을까. 이미 그들은 2명의 농민을 하늘로 보낸 터였다. 농민들의 과격시위만을 부각시키는 국내 보수 언론에 그만큼 당하고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홍콩 6차 WTO 각료회의의 의제와 농민 지도부의 대응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농 박민웅 사무총장은 “계량화된 질문을 하지 말라”고 답했다. 이어 박 총장은 농민운동의 장기적인 안목에서 홍콩 투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어차피 이번 홍콩 각료회의는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철저히 종속돼 국내 농업이 개방농정의 파고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농은 향후 농민운동의 비젼을 ‘반세계화 운동’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박 총장의 말처럼,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번 홍콩 투쟁은 향후 농민운동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 농민회의 핵심 일꾼으로 이뤄졌던 이번 원정 투쟁단이 다시 각 지역으로 돌아가 홍콩에서 경험한 반세계화 운동의 씨를 뿌릴 수 있다는 말이다. 해외라고는 처음인, 불행하게도 원정 데모가 처음이었던 농민이 어느덧 반세계화 운동의 투사로 변모한 모습을 기자는 볼 수 있었다.

17일 컨벤션센터 앞에서 벌어진 격렬한 시위 끝에 홍콩 경찰이 농민 지도부에 자진 해산 기회를 줬다고 전해진다. 홍콩 경찰은 ‘자진 해산하면 버스로 숙소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끝까지 투쟁을 사수하겠다’는 각 지역 일선 농민회의 의지를 누구도 꺽지 못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농민들의 처절한 분노가 바로 홍콩 투쟁이었다.

그 누가 만리타국에서 경찰의 곤봉에 머리가 깨져가면서, 근처에만 있어도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최루액에 범벅이 되면서,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강경 시위를 벌이고 싶어했겠는가. 홍콩 경찰에 전원 연행이 되면서까지 국내외에 알리고 싶었던 ‘Down Down WTO'와 'WTO Kills Farmers'라는 구호를 이제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한편, 이번 농민들의 홍콩 투쟁은 홍콩 시민에게도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각성과 성찰의 계기였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농민들의 투쟁은 홍콩 시민들에게 관광상품이자 흥밋거리가 아니었다. 자발적으로 시위대열에 합류한 홍콩 시민들은 그들의 민주주의와 빈부격차, 정경유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은 의지를 어떻게 표현해내야 하는가에 대해 한국 농민들에게 감동을 받았다. 또 개개인으로 모인 홍콩 시민들은 조직의 필요함을 절감하고 언젠가 조직을 만들어 그들이 이뤄야할 민주주의를 이뤄낼 것이다.
 

이강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트위터 뒤로가기 위로가기
댓글
아이디 비밀번호
(현재 0 byte/최대 500byte)
댓글보기(1)
이윤수 () 2005-12-24 16:36:00
신자유주의 시대, 세계화라는 흐름으로 다국적, 초인류적인 기술
혁신등의 공유가 모든 이에게 공평한 것 아니고,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외국 자본의 투기가 이어져 내수 경기는 침체되고, 부자와
가난한 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보수와 진보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어
심리적 박탈감으로 서민은 불안하다.
농민은? 자살과 타살로 심각하다.
도전과 응징도 타협도 안되고... 그들은 정당한 투쟁을 하는 것이다.

힘의 논리에 의한 세계화를 바라지 않는다. 진실은? 어느 교수의
말처럼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자에게 평화란 없다" 가 아닐까? 세계화를
주도하는 미국의 국회 도서관 벽화-손에 날샌 검을 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를 해석한...
0 0
통일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후원하기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3-2번지 삼덕빌딩 6층 | Tel 02-6272-0182 | 등록번호 : 서울아00126 | 등록일자 : 2000년 8월 3일 | 발행일자 : 8월 15일
발행·편집인 : 이계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계환
Copyright © 2000 - 2015 Tongil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ongil@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