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남측대표단은 북측과 세부일정에 관한 아무런 합의를 보지 못한채 평양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남측 수석대표인 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은 이날 서울을 떠나기 직전 `(회담 세부일정에 대해) 확실한 것은 모른다`며 `하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장관급회담을 운영할지 전반적인 진행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 대표단의 북한 체류 일정은 초청자인 북측이 안을 제시하면, 남북간의 협의를 거쳐 확정하는 것이 관례이다. 하지만 북측은 행사 직전까지 일정 확정을 미뤄 남측의 애를 태우는데 재미를 들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남측 대표단이 도착한 이날 낮 전금진(全今鎭) 북측 단장(수석대표)은 체류 일정과 관련, `회담도 두어번 하고 관람도 하고 대동강 유람도 해 볼까 한다`며 평양 시내 관광 일정으로 단군릉 참관도 권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또 `오늘은 잠시 휴식을 취한다음 식사하고 오후에는 무용조곡 `계절의 노래` 관람과 저녁 홍성남 총리 주최 만찬에 참석하는 등 오늘 일정은 이럴까한다`고 말했다.
전 단장의 이야기로는 첫날 오후에 공식회의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 북측 입장인 셈이다.
회의 시간을 더 갖기 위해 비행기까지 타고 평양을 방문한 남측 대표단으로선 첫날 일정을 공연 관람으로 정해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또 남측대표단의 30, 31일 일정도 아직은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하나하나 북측과 협의를 거쳐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 양측, 특히 남측은 이번 2차장관급회담이 이미 한달전에 합의된 회담으로 최소한 북한과 세부 일정을 협의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회담을 앞두고 북측에 질질 끌려다닌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회담 일정등과 관련, 북측과 더욱 충실히 사전협의를 했어야만 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합2000/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