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 공동취재단/ 이현정 기자 (tongil@tongilnews.com)


남북이 28일 개성에서 11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회의를 열어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수산협력사업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문제 ▲개성공단 1.2단계 동시개발 문제 등을 협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문안 도출에 실패했다.

남북은 지난 21일∼22일, 25일∼26일 두 차례에 걸쳐 위원급 준비접촉을 갖고 쌍방이 제기한 의제들을 사전 조율했으나 주요 의제인 철도도로 연결사업과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 수산협력 사업의 경우 군사적 보장 문제가 얽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 제기된 일부 사업은 지난 10차 경추위에서 남북이 합의했지만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사업으로, 이중 경의.동해선 철도도로는 현재 남북이 철도연결 구간의 공사실태에 대한 공동점검을 끝냈으나 통행문제와 관련한 '군사적 보장조치'가 마련되지 않아 개통식이 지연되어 왔다. 당초 남북은 철도.도로 개통식을 10월경으로 잡고 있었다.

우리측은 11월 중에 연결문제를 마무리하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은 '준비가 다 돼 있다'면서도 날짜를 정하는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공동조사 문제 역시 통행 문제 등 군사적 문제가 얽혀 있는 상태다.

철도도로 연결의 경우 임시도로 통행에 대한 잠정합의서가 있고 임진강 수해방지사업은 군사접촉 없이 쌍방이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나 남북공동어로 수역을 설정하는 수산협력사업은 군사당국자 회담이 열려야 일괄 타결될 수 있는 문제다.

남북은 지난 7월 25일 수산협력실무협의회 제 1차 회의를 열어, 남북 공동어로 수역을 설정해 양측 어민들의 공동이익을 도모하고 제 3국 어선들의 출입통로를 통제해 불법어획을 원천 봉쇄하기로 합의했으나 서해상의 군사문제 등 특수성을 감안해 공동어로 수역 설정 문제는 남북군사당국자회담 등에서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북측은 백두산에서 개최하기로 한 남북군사당국자 회담 개최 시기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두차례의 위원급 준비접촉에서 남측 대표단은 더 이상 군사적 보장 문제로 사업추진을 늦출 수 없다며 북측에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측 역시 군사 문제가 해결돼야 경제협력이 진척될 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우리측 관계자는 전했다.

경공업 지원 규모에 이견, 세부사항 합의 이르지 못해

남북은 이날 회담에서 위원장급 접촉을 갖고 막판협의를 벌인 끝에 종결회의에서 합의문 대신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공동보도문에서 남북은 "경공업 원자재 제공과 지하자원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들인 철도도로 연결, 수산협력, 개성공단 건설,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등이 민족공동의 이익에 맞게 하루빨리 결실을 볼수 있도록 계속 협의"하기로 했으며 남북경제협력협의 사무소 개설을 계기로 "민간 및 당국 차원에서 제기되는 경제협력 문제들을 신속하게 지원, 또는 협의.추진하며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새로운 형식과 방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폭넓게 진행"하기로 했다.

또, 11차 경협위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현안을 논의할 제 12차 경협위와 실무접촉 개최 날짜. 장소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

공동보도문 (전문)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1차 회의 공동보도문

남과 북은 2005년 10월 28일 개성공단내에 새로 개설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1차 회의를 진행하였다.

회의에서 쌍방은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따라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회의에서 합의한대로 경공업 원자재 제공과 지하자원개발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들과 이미 여러차례 합의한 철도?도로연결, 수산협력, 개성공단건설,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등이 민족공동의 이익에 맞게 하루빨리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토의하고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쌍방은 앞으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개소를 계기로 민간 및 당국차원에서 제기되는 경제협력문제들을 신속하게 지원 또는 협의추진하며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새로운 형식과 방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폭넓게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2차 회의와 산하 실무접촉은 앞으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통해 날짜와 장소를 정하여 진행하기로 하였다.

2005년 10월 28일
개성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 문제의 경우 북측은 신발 6000만 켤레분, 비누 2만톤, 의류 3만톤 분량의 원자재 지원을 요청했으나 우리측은 너무 많은 양이라고 난색을 표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차 경협위 남측 위원장인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북측이 요청한 물량은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밝히기 곤란하다"며 "어느정도 질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금액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지하자원 개발 방식에도 쌍방간 의견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측은 투자 기업과 전문가가 현장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으나 광산 개발 문제는 단기간내에 확정, 추진하기 어려운 문제라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차 경협위 회의에서 남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6년부터 남측이 의복과 신발, 비누를 생산하기 위한 원자재를 북측에 제공하고 북측은 아연, 마그네사이트, 인회석 정광, 석탄 등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를 남측에 보장하며 생산물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박병원 차관은 위원장 접촉에서 "금강산 관광사업 정상화를 위해 사업자가 합의를 준수해야 하고 남북 당국간 적극적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에 북측은 "지난번 아태평화위에서 발표한대로 현대와 다시 협의하기로 했고, 그 과정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박 차관은 전했다.

박 차관은 또, "조류인프루엔자 문제에 대해 남북 공동 대응이 효율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남측 박흥렬 대표는 남북 최초로 시도된 사전의견조율 방식에 대해 "사전 의제를 교환하고 예비접촉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깊이있는 토의를 진행하는 새로운 회담 문화를 창출했다"고 총평을 내렸다.

<일문일답> 박병원 경추위 남측위원장

박병원 경추위 남측 위원장은 28일 11차 남북경협추진위원회를 마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회담에서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했지만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밝혔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높였기 때문에 추가로 협의해나간다면 다음 회담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더 있었다면 합의할 수도 있었다. 테크니컬한 부분에서 합의를 못했다"면서 "서명 못한 것에 너무 비중을 두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박병원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질문 : 북측이 요구한 원자재의 양과 금액은?
■ 박병원 : 그건 이번 협상의 핵심 내용인데, 합의가 안됐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 특히 합의가 어려웠던 이유가 원자재 제공을 어느 정도의 질로 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금액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북측은 물량으로만 얘기했다.

예컨데 신발 몇 천 켤레 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것도 성인용이냐, 아동용이냐에 따라 다르다. 금액은 의미가 없다.

□ 일부 언론에 북측의 요구량이 보도됐다는데.
■ 그건 그 언론에 물어봐라. 확인해줄 수 없다.

□ 우리측이 군사적 보장조치를 요구했을 때 북측의 반응은 어떠했나.
■ 북측에서도 그 문제가 앞으로 경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그 부분에 대해 가까운 시일 안에 구체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군사당국자간 회담 일자와 관련 진전된 발언이 있었나?
■ 군사당국자간 회담은 경추위와는 별개로 추진되고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북측이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충분히 있었다. 우리측은 그 부분을 굉장히 많이 강조했다. 북측이 돌아가서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 오늘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 경공업 원자재 제공 및 지하자원 개발과 관련한 물량의 이견차가 좁혀졌지만 시간 부족으로 합의가 안됐다. 또 우리쪽 입장에서 보면 물량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지만 대가로서 지하자원 개발을 받아야 하는데 어쨌든 이런것에 매달리지 않고 유무상통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방법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앞으로 그 부분에서 합의가 돼야 완전한 합의가 되는 것이다.

또 여러 합의가 이행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군사적 보장 조치를 강조했다. 이 3가지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원인이다.
□ 금강산 관광 문제를 지적했더니 북측이 뭐라고 하던가?
■ 최근 북쪽에서 한 말을 되풀이하더라. 북측은 '우리가 발표하지 않았나'고 했다. 그게 다다.

□ 다음 12차 경협추진위원회의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
■ 찍어서 얘기는 안했지만 꼭 3개월마다 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 특히 개성 실무접촉은 그 전에라도 할 수 있다고 얘기하더라. 내 생각도 의견이 좁혀지고 현안이 있다면 더 빈번하게 해도 좋다고 본다. 그렇다면 관례대로 4일씩 할 필요도 없고 기간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조류 독감 관련한 우리측 제안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 철도.도로 연결 날짜는 못 잡았나?
■ 최대한 빠른 시기에 하자고 촉구했다. 북측도 그렇게 노력하겠노라고 답변했다.

(개성 = 공동취재단)


<이모저모> 회의 시작전 힘겨루기, 협의과정 진통

제 11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는 사상 최초로 의제 조율을 위한 두 차례의 사전 접촉 후에 개최됐다. 이에 따라 위원장 접촉. 종결회의와 공동보도문 낭독, 종결발언을 내용으로 한 실질적 회담은 28일 하루로 끝났다.

남측 회담 대표단 일원인 박흥렬 남북회담사무국 상근대표는 "지금까지의 공식회담에서의 경직적 회담 분위기를 탈피, 아주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토의함으로써 새로운 회담 문화를 창출하고 상대방에 대한 입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경추위의 경우 분기별로 한번씩 열렸는데 앞으로는 정례적으로 열린다는 개념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남북 회담에서 이와같은 형식의 사전접촉이 의례화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렸던 10차 경추위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남측 회담 대표단장 박병원 재경부 차관과 북측 단장 최영건 공업자재부상은 개소식 전 양측 대표단이 잠시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서로 뼈 있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회동 자리에서 박 단장은 보다 원활한 인적, 물적 교류를 위해서는 남한 사업가들이나 관광객의 방북 시 입국 및 통관 절차가 더욱 간편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근 개성공단관리위원회장이 "개성공단 개발 속도를 내는 문제는 경추위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자 최영건 단장은 박 단장을 가리키며 "박 위원장이 안 도와준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박 단장은 다시 한 번 "최소한 중국에서 북한 드나드는 것 보다야 '우리민족끼리'는 더 간편하게 드나들게 해줘야지 더 복잡해서 쓰겠나"며 다시 통행. 통관 문제로 말을 받았다.

또 최 대표가 "박 선생은 회담 때마나 남측 국회가, 언론이 잘 안도와준다고 하는데 국회에서 좀 잘해달라"며 동석한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에게 말을 건네자 박 단장은 다시 "언론이나 국회가 국민 여론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북쪽에서 우리 국민들이 볼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대북 사업이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지지를 받아야 남북협력기금 예산도 의원들이 승인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받았다.

본격적 회담이 시작되기 앞서 박 단장이 다시 "오늘 개성 시내를 둘러보고 다시 공단을 보니 이게 다 지어지면 용수는, 전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다음에 개성에서 회의할 떄는 여기가 제대로 꽉찬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자 최 단장은 "그렇게 합시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두 경추위 단장들은 오후 2시 40분부터 4시 20분까지 위원장 비공개 접촉을 가졌으며 이때 회담장에는 기자들의 접근이 원천봉쇄되는 등 장시간 심도있는 협의가 이뤄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끝내 양측은 합의문 도출에 실패, 협의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있었음을 반증했다.

(개성 =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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