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설악산에서 열린 통일언론인포럼에서는 남북 언론교류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오갔지만 막상 남쪽 내부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북측이 선뜻 교류에 나서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한마디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들의 북한관련 보도들을 살펴보면 건강한 상식을 가진 남측의 일반 국민이나 언론인들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토론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받아든 동아일보에는 「공무원까지 "北아리랑 보러가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1면 탑을 장식하고 있었고, 소제목에는 「"北체제 과시 행사에 왜..." 비난 목소리」라는 '친절한' 비판요지가 실려 있었다.

중앙일보나 동아일보가 자사의 기자들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 관람이 포함된 평양 문화유적 답사 참관단의 일원으로 파견하면서도 '아리랑'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참으로 가관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4일 「남한 관객 앞에서 '적군' 격퇴 장면 연출」이라는 제목으로 " 3명의 북한군이 한국군 구형 전투복 차림의 가상 '적군' 30여 명을 때려눕히는 격술 시범도 보였다"는 '기묘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중앙일보가 적시한 '적군'의 복장은 한국군이 아닌 것으로 연합뉴스에 의해 판명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동아일보는 "'아리랑' 공연 관람을 위해 전국의 공무원과 교사들이 대거 방북하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는 역시 '기묘한' 기사를 내보냈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교조가 단체 방북한 사실을 두고 이같이 호들갑을 떠는 모습도 가관이려니와 "6일 확인됐다"는 보도는 언론으로서 상식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교조가 방북을 위해 공개적으로 참관단을 모집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이며, 이를 새삼스럽게 6일 확인했다면 그들의 취재능력을 의심케할 뿐이다. 오히려 "6일자로 문제삼기로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좀더 솔직한 것이 아닐까.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쌍둥이처럼 「아리랑 축전 열린 평양은 외화벌이 '호객 중'」(중앙 6일자), 「외화벌이 위해서라면... 확바뀐 북한」(동아 7일자)이라는 기사를 통해 '전인민의 세일즈맨화?'에 나선 북한을 역시 '기묘한' 뉘앙스로 비판하고 있다.

원래 북한의 개혁.개방을 누구보다 앞장서 외쳐왔던 보수언론들이 정작 북측의 변화에 왜 대대적인 환영 대신 '기묘한' 뉘앙스를 풍기려 하는지 그 저의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보수언론의 보도행태는 우려를 넘어 상식을 깨뜨리는 몰상식의 극치로 치닫고 있어 퇴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강정구 교수에 대한 메카시즘적 매도나 현대아산의 경영권 분쟁, 6자회담 이후의 북미관계 등에 대한 보도태도를 보면 건전한 비판기능이라는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불순한 저의가 느껴지고 '아리랑'관련 보도는 그 과정에서 표출된 백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8.15민족대축전 당시 서울을 방문한 북측 당국.민간 대표단이 국립 현충원을 방문하고 참배하는 '제2의 6.15시대'에도 냉전시대의 시각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보수언론들은 무엇보다도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시대의 격류에 휩쓸려 사라질 운명에 처할 것이다.

그러나 일제시대의 추한 친일의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우리 사회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경각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는 감시와 비판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보수언론에 대한 본질적 문제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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