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호전과 관련해 `북한의 부담`을 이유로 하는 `속도조절론`이 제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속도조절론이 제기된 것은 8.15때 실시된 남북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으로 이산가족들의 상봉 열기가 고조되고 9월초 비전향장기수 송환, 이어 시작될 2차 남북적십자회담,경의선 복원공사 착공,북한 고위 인사 방문 등 남북관계가 짧은 기간에 급진전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된데 따른 것이었다.

이후 정부와 언론에서는 잇따라 `북한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북측이 남북관계 개선 속도와 관련해 이렇다할 거부감이나 부담감을 보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남측에서 제기하는 `속도조절론`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북측은 오히려 김정일 총비서가 지난달 12일 남한 언론사 대표단과 만나 올해 두 차례 더 이산가족 방문단을 교환하고 내년부터는 `가정방문`이 허용될 것이라는 `전향적`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김 총비서는 또 `이산가족 문제는 준비 없이 갑자기 하면 비극적인 역사로 끝나거나 다른 방향으로 가 버릴 수 있다`면서 `너무 인간적이고 동포애만 강조하면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에도 북측은 남한을 방문하는 관리들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이산가족 고통의 근치를 위한 대책으로 통일을 강조해오고 있다.

최근 남측은 북측을 방문하는 남측 인사들을 통해 최근 남북관계의 진전이 급진전되는데 대해 곤란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실제로 북측을 방문한 재계나 관계 인사들 누구도 북측의 이런 입장을 공개적으로 전한 적이 없다.

남북 당국간 대화나 각종 교류 사업이 다양화되면서 북측 실무자들이 갑자기 늘어난 업무에 고충을 표시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갖고 남북관계의 개선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것은 자의적인 해석으로 보인다. 즉 현재 일고 있는 남북관계 속도 조절론은 `북측의 부담` 때문이라기보다는 남측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2차 남북장관급회담과 내달초 이어질 남북 적십자회담 등에서 남과 북이 내세우는 주장을 보면 어느쪽이 남북관계 속도를 조절하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연합200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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