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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카트리나'와 '친절한 금자씨'
이강호 기자  |  leekh@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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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5.09.05  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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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하세요"

얼마전 개봉했던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금자씨(이영애)는 교도소를 나오자마자 복역 중 자신을 감화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던 한 성직자에게 이같은 대사를 던져 화제를 모았다.

어법을 무시한 이 대사만큼이나 엽기적인 일들이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시를 강타해 수만명의 이재민과 사상자를 낳은 것. 르포 등을 통해 전해지는 뉴올리언스시의 참상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구호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배고픔을 참지 못한 이재민들이 약탈에 나섰고, 주 방위군이 약탈자에 대한 사살권도 부여받았다고 한다. 배고픔을 참지못해 인육까지 먹었다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 최신 보도에 따르면, 무정부 상태에서 극도의 무력감에 빠진 경찰과 소방관들이 뺏지를 스스로 던지고 이재민의 대열에 끼어들거나, 자살 또는 퇴직하는 경우까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빈부와 흑백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과 '자유.인권' 국가를 자임하는 미국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 이번 허리케인의 내습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부시 행정부는 도덕성에 치명타를 맞고 있다. 수해지역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수해지역을 마지못해 방문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최고의 휴가 대통령으로 불리는 그가 미처 휴가일정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태풍이 몰아치던 때 휴가지에서 돌아오지 않은 딕 체니 부통령과 뉴욕에서 쇼핑과 뮤지컬을 즐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순식간에 전쟁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예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라크 침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수해지역에 인권말살과 독재자, 대량살상무기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가난하고 힘없는 흑인 빈곤층이 살고 있기 때문일까.

살인과 강간 약탈, 사살 등 자국내의 최대 '인권' 말살 지역에 그들의 대책은 무엇일까. 기자는 이번 사태가 강력한 자연재해에 무릎을 꿇은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뉴올리언스시의 '아비규환'은 오랜 흑백차별과 빈곤에 대한 무관심 등 미국의 구조적 모순이 자연재해로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을 밀어붙이고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는 미국을 보면서 기자는 문득 '친절한 금자씨'의 대사가 떠올랐다.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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