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을 한번밖에 가보지 못한, 그것도 10시간 정도 머물렀던 치과의사 이병태 박사의 개성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한다. 필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개성관광이 실현되면 “이 글이 개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필자도 첫팀으로 가서 북측 안내원 리정수 兄을 또 만나면 좋겠다”고 밝혔다. 필자는 2003년 10월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식에 참석차 평양에서 행사를 치른 뒤 귀환길에 개성을 들렀으며, 이때 ‘방북기’를 네 차례에 걸쳐 통일뉴스에 연재한 바 있다. 필자가 열렬히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리정수 兄은 당시 북측 안내원이다. <이병태의 개성이야기>는 매주 화, 목, 토요일에 연재된다. - 편집자 주 |
☞ 박연폭포는 박 총각과 용왕딸
옛날 천마산에 박(朴)씨 성을 가진 총각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살림살이는 가난했지만 박 총각은 효성이 지극했다. 그리고 피리를 잘 불었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아들이 나무하러 나가기만 하면 돌아올 때까지 한시도 마음 놓지 않고 가슴 조이면서 아들이 돌아와야 한숨을 돌리곤 하였다.
먼저 박연(朴淵)폭포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박연은 폭포 위의 큰 바위에 둥글게 파인 연못이다. 연못가에는 선바위가 있다. 그리고 거기서 떨어지는 물이 폭포이고 이 폭포가 떨어져 고인 물이 고모담(姑母潭)이다.
박 총각은 나무를 하러 갔다 내려 올 때면 선바위에서 쉬곤 하였다. 쉴 때마다 피리를 불었다. 박 총각이 피리를 얼마나 잘 불었던지 산새들도 모여들고 바람이 없는 날인데도 잔가지가 흔들리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박 총각이 짐을 지고 선바위를 떠나 폭포를 돌아서 집으로 내려오면 새들도 박 총각 머리 위 높이서 떼를 지어 내려오곤 하였다. 이 때 새소리가 요란해지면 어머니는 아들이 내려오는 것을 알고 마중을 나갈 정도였다.
이날도 박 총각은 지게를 세워 놓고 선바위에 앉아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지금 어머니는 뭘 하고 계실까?’
아버지 없이 자라온 박 총각은 늘 어머니 생각이다. 얼른 돈도 벌어 어머니 고생을 벗어드리고 호강시켜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박 총각은 피리를 불었다. 새 지저귀는 소리가 멈추더니 갑자기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꽃향기가 어디서부터 날아오나?’
박 총각은 평생 이런 향기를 맡아본 적이 없다.
정신이 황홀해지기까지 했다. 박 총각은 입에서 피리를 떼어 옆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놀랐다.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선녀가 옆에 앉아서 박 총각을 바라보면서 웃고 있기 때문이었다. 곧 그는 꿈을 꾸는 듯 하였다.
“아니, 당신은 누구시오?”
“저는 서해 용왕의 딸입니다.”
“그런데 어찌…”
“제가 피리소리도 피리소리지만 도련님 만나 같이 가려고 이렇게 왔습니다.”
“선녀님 어디를 가자는 겁니까. 안됩니다. 지금 저 밑에 어머니께서 기다리십니다. 저는 집에 가야 합니다.”
“어머니도 모시고 같이 가시지요. 아버지(용왕)께서도 도련님과 어머님을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저와 결혼하시면 용궁나라에 부마(사위)가 되시고, 아버지께서는 높은 벼슬도 주신다고 언약하였습니다.”
“혼자 돌아가십시오. 아마 사람을 잘 못 보신 것 같습니다.”
박 총각이 일어섰다.
순간, 선녀는 박 총각을 끌어안고 연(淵)못으로 풍덩 빠져 들어갔다.
사람들은 박(朴)씨 성을 가진 총각이 연(淵)에 빠졌다 하여 박연(朴淵)이라 했고 이 연(淵)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박연폭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박 총각과 선녀가 연못에 빠지자 수많은 새들은 홀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날아가 집 위를 날며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나 지저귀는 새는 하나도 없었다.
홀어머니는 무슨 변고가 있음을 직감했다. 평소에 아들이 내려오던 길을 걸어 올라갔다. 그때서야 새들은 폭포 위 그리고 박연 위 하늘을 날며 슬프게 지저귀고 있었다.
홀어머니는 목놓아 아들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폭포가 떨어지는 곳으로 갔다. 큰 물 웅덩이에 물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홀어머니는 기운도 지쳤고 맥마저 빠져 버렸다. 휘청거리다가 돌부리에 걸려 그 소용돌이치는 물웅덩이에 휘말려 들었고 곧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연에서 떨어져 생긴 물웅덩이를 고모담(姑母潭)이라고 한다.
며느리가 홀로 사시는 시어머니까지 용궁으로 모셔가 만났는지 그래서 잘 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