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비전향장기수송환대책위원회(공동대표 권오헌) 등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송환되는 63명은 대부분 남한에 공작원(간첩)으로 남파된 후 붙잡혔거나 아니면 빨치산, 인민군 등으로 활동하다 검거돼 짧게는 15년부터 길게는 45년까지 장기 복역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연령별로도 70세 이상이 전체의 82.5%인 52명에 이르고, 특히 90살 이상의 장기수도 2명이 있다.
한결같이 사회주의 이념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로 북한에서는 이들을 `전사`라고 부른다.
의용군 또는 빨치산 출신이 17명이고 나머지 46명은 50년대부터 정치공작원(간첩)으로 남파됐다 체포된 사람들이며 이중 리재용(57)씨는 `납북어부`출신이라는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리씨는 `67년 안개 속에 헤매다 월선한 뒤 북한의 실정을 보고 잔류했으며 3년을 지내고 자발적으로 `통일사업`에 나섰다`고 말한다. 자칭 총각인 그는 북한에 가 장가들 꿈에 부풀어 있다.
송환 비전향 장기수 가운데 51명은 북쪽에 가족을 두고 있으며 가족이 없는 12명은 남쪽 출신으로 주로 빨치산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북쪽에 가족이 없는 사람들 대부분은 남쪽에 가족이 있으나 대체로 연락을 끊고 지내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현재 대구와 경상북도 출신이 9명으로 가장 많으며, 63명 가운데 이남출신이 43명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해 이북출신 20명보다 곱절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작원(간첩)으로 남파됐던 비전향 장기수의 상당수는 북한에서 중견 간부로 활동한 인텔리들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김동기(69)씨는 평양 상업대학을 1회로 졸업하고 상업성 과장을, 그리고 최하종(74)씨는 우리의 재정경제부에 해당하는 국가계획위원회 무역계획국 수출계획부장을 지냈다.
안영기(72)씨는 평양건설대학 건축공학부(김책공대의 전신)를 졸업하고 평양의 명소인 `옥류관` 등 평양 건설사업에 참여했다. 우용각(72)씨는 경제연구소(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로 바뀜) 정치경제학과를 수료한 뒤 경제연구소에서 일했다.
가족들 두고 떠나는 이들도 많아 신인영씨는 93세된 노모와 형제 자매들과 헤어져야 하고 리경구씨는 부인을, 량정호씨는 형제 자매들을 두고 가야 한다.
송환자 가운데 45년을 복역한 김선명씨는 `세계 최장기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연합 2000/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