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십자공로훈장은 김 전 대통령의 남북 화해 및 긴장 완화 노력, 한독관계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을 인정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출신인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이 수여하는 것으로, 이날 행사에서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가 훈장을 대신 전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수훈 연설에서 "독일은 우리가 군사독재하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줬고, 제가 사형언도를 받고 생명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독일 국민과 정부, 국회는 저의 구명을 위해 힘을 다해주셨다"며 "독일은 또한 2000년 3월 베를린선언을 한 장소로서 이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물꼬를 튼 계기가 됐다"고 독일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제가 그동안 받은 어떠한 영예보다도 이 일등 대십자공로훈장을 받은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며 "독일정부와 국민들의 호의에 대해 잊지 않고 좋은 친구이자 협력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같은 호텔에서 열린 6.15 5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참석자 환영 만찬을 주재한 자리에서 만찬사를 통해 "6.15 공동선언은 대체로 양측이 윈-윈의 합의를 이룩해 낸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인데, 이것은 민족의 화해 협력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우리 모두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을 꼭 방문하도록 우리 모두의 뜻으로 요청하자"고 제안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을 참배하는 문제로 북측과 논란이 됐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참배 요구를 이해할 수 있으나, 남한의 국민 감정으로 봐서 대통령이 참배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합의를 해도 국민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참배 문제 하나 때문에 반세기만에 열린 민족의 대사를 망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재고해달라고 설득했고, 이는 결국 우리가 주장한대로 됐다"며 "김정일 위원장은 백화원 초대소의 복도를 같이 걸어가면서 나에게 '금수산궁전은 가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만찬에는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 첸치천(錢其琛) 전 중국 부총리,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 이름가르드 쉬베처 전 독일 건설교통부장관 등 학술회의 참가자들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오영교(吳盈敎) 행정자치부 장관, 정창영 연세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