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정상회담 5주년을 앞두고 정치권과 민간차원에서 역사적 재평가작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한나라당은 정체성의 혼란을 우려한 탓인지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6.15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안정에 기여한 만큼 이제는 이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최근 북측이 5주년 기념행사 방북단의 규모축소를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남북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며 여전히 반감을 드러내는 시각이 적지 않기때문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공동 상임의장인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의원과 공동 정책위원장인 같은 당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오는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6.15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비록 민화협 임원자격이긴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동안 당 차원에서 '대북 퍼주기'라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던 6.15 관련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정의화(鄭義和) 의원이 대표를 맡고있는 '민족대통합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도 오는 15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평가하고,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도 14일 6.15 5주년의 의미를 평가하는 자리를 갖는 등 예년보다 '진일보한' 행사를 갖는다.

그러나 최근 당내에서 당 소속 의원들의 평양축전 참석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이 같은 기류가 6.15에 대한 재평가의 분위기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우려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재철(沈在哲) 의원은 5일 "북측 요구대로 (참가규모를) 축소해 참석하게 되면 북측의 요구하는 이유가 맞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며 "한나라당만이라도 북한에 이용당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불참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당내 강경보수파인 김용갑(金容甲) 의원도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6.15 남북정상회담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땅을 칠 노릇"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 핵심관계자는 6일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은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 당의 기본입장이며 평양축전 참석여부도 각 의원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기념행사 참석을 두고 통일장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거나, 북한이 최소한의 원칙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것이 당내 다수의 분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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