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가 25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배기선)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앞으로 10년 뒤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선 농업, IT, 관광 사업에 주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 교수는 북한 해주에 있는 생수공장이 지난 4월 중국 측에 넘어가고 이미 중국화폐인 인민폐가 평양에서 유용한 화폐로 쓰이는 등 중국이 공세적으로 북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경고한 뒤 시급히 새로운 남북경협 로드맵을 만들어 "중국의 평양 러시에 대항하는 컨셉으로 한반도 경영 대 전략을 펼쳐 남측의 힘을 북쪽으로 밀고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가 신 남북경제협력 사업으로 농업, IT, 관광 사업을 제안한 이유는 북한이 이 세 가지 분야를 시급히 추진해야 할 중심 사업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식량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뒤 지난 달 11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 11기 3차 회의에서 농업분야 예산을 지난해 보다 29.1%늘려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과학기술 부문 투자도 전년에 비해 14.7%증가시켰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북투자기업 대표들은 평양에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리면서 평양 내 호텔 객실이 가득 차는 등 관광분야 역시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남 교수는 "신 3대 협력 사업의 파급효과를 넓히기 위해 민간 쪽에 포커스를 실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농업, IT, 관광 등은 북측에서도 남측과의 협력을 원하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개성공단이 남북경제협력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국의 대북 진출에 대응해 향후 10년 남북경협을 끌고 갈 전차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란 게 남 교수의 주장이다.

남북경협 심장부 '평양'공략이 중요

남북경협운동본부 김정태 상임고문도 남 교수의 주장에 동조하며 "정부가 철도.도로 연결사업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사업에만 빠져 있어 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업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우리가 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평양에 공장 하나라도 세워 북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남측의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측에서 섬유 제조업 회사인 안동대마방직을 운영하다 지난해 말 평양에도 진출해 '평양대마방직 합영회사'를 설립한 바 있는 김정태 상임고문은 경협 활성화를 위해 우리 기업들을 합영회사 형태로 북한의 '심장부'인 평양에 적극 진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평양 엘리트들이 우리 기업인들과 만나 공부한 것이 보고되면서 북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직접적인 경영지도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김정태 고문의 주장 중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일부 북한 고위층들이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태 고문은 자신이 만난 북 고위 관계자가 "금강산 사업으로 한 달에 들어오는 돈은 100여만 불 정도며 개성공단 수입 역시 남측에는 120억 달러가 떨어지는 반면 북측은 7억 달러만 가져오고 있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앞으로 우리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려 한다면 여러 방면에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반면, 조명균 통일부 개성공단 사업지원단장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앞선 발제자의 주장에 "개성공단 사업 추진으로 많은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 다른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반박했으며 "향후 개성공단과 다른 남북협력사업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개성공단 제품을 북 남포항으로 가져가 수출하는 등 개성공단의 영향력이 남포와 평양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남북경협 중단 최대 피해자는 '우리 기업' 

토론자들은 개성공단 등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경협 사업에 대해 다소 다른 평가를 내리기도 했으나 북핵문제와는 별개로 남북경협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데는 아무도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다.

조명균 단장은 "북한과 이뤄지는 사업 중 당국 차원의 사업은 철도지원사업 밖에 없다"며 "북한에 대해 우리가 어떤 제재를 가한다고 한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북이 아닌 우리 기업"이라고 지적하고 "정경분리 원칙에서 기업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도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사업 외에 성공한 남북경협 모델을 만드는 것이 북한이 핵 개발 노력을 포기하고 경협 등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길"이라 역설했으며 남성우 교수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의존도가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우리가 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남 교수는 남북이 함께 민족경제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는 기관인 'NKDI (North Korea Development Institute)'를 설립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비전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후 2시부터 4시 40분까지, 2시간 40여분 동안 국회 본청 145호실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인 참여자들은 남북경제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주)에스제이테크, (주)녹십자 등 대북진출 기업들의 애로점을 직접 전해듣고 문제점을 짚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통일부 김천식 교류협력국장과 조명균 개성공단 사업지원단장 등 정부 관계자와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 등 전문가, 김정태 남북경협운동본부 상임고문,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 우한상 녹십자 이사 등 기업인과 국회 남북특위 소속 여야 의원 10여명이 참여해 정부와 전문가, 기업인과 정책입안자가 어우러진 토론마당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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