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일 과거사법 처리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근.현대사의 어떤 사건들이 새롭게 조명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사법은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사건 가운데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 의혹 사건을 조사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뤄진 독립운동의 경우 지난해 말 개정된 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에 따른 조사 대상과 시기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포커스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건이 두 개의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동시에 다뤄지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로 둔갑한 경우는 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에 따라 조사되고, 독립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묻혀있거나, 왜곡되거나, 공적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은 사건은 과거사법에 따라 조사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대상은 신간회 사건 등 공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일제하 사회주의 독립운동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분류에 따른다면 김일성(金日成) 전 주석의 항일 빨치산 운동도 조사대상이 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광복 이후와 한국전 전후의 민간인 학살사건 등도 조사대상이다.

몽양 여운형(呂運亨)과 고하 송진우(宋鎭禹) 등 건국 이전의 요인 암살 사건도 조사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권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발생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 의혹사건의 경우 최근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경찰청 등 국가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규명작업에 착수한 사건들과 겹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기관이 자체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더라도 과거사정리위가 각 사건에 대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진실위원회는 ▲김대중(金大中) 납치사건 ▲김형욱 실종사건 ▲KAL 858기 폭파사건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부일장학회 강제헌납 및 경향신문 강제매각사건 ▲인혁당 1,2차 및 민청학련사건 ▲동백림사건 등을 우선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경찰청은 ▲서울대 깃발사건 ▲민청련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 사건 ▲자주대오 사건 ▲민청학련 사건 ▲남민전 사건 ▲46년 대구 민간인 사살 의혹 사건 ▲보도연맹원 학살 의혹 사건 ▲나주부대 사건 ▲진보의련 사건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국방부는 ▲실미도 사건 ▲5공화국 학원녹화사업 등에 대한 진상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과거사정리위가 구성될 경우 자체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사법부 관련 사건들에 대한 조사가 우선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피고인 8명이 대법원의 사형선고 하루만에 형이 집행된 인혁당 사건의 경우 우선적으로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적인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폭력.학살.의문사'도 조사범위에 포함됨에 따라 북한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과 좌익세력의 폭력사건도 조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한나라당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김신조 간첩 사건 ▲'이승복 어린이 사건' ▲이한열 피살사건 및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국가보안법 위반사례를 조사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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