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차관보는 "2.10 성명이후 관련국간에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많은 접촉이 있었다"고 전하고 특히 "북중간에 오고간 내용은 알고 있으나 언급할 수는 없다"고 말해 비공개 협의과정에서 상호 구체적인 제안과 역제안이 타진됐음을 시사했다.
28일 부시 미 대통령이 북 김정일 위원장을 '폭군'으로 지칭한데 대해서는 "앞 부분은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묘사한 것이고 뒷 부분은 북핵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외교적으로 해결한다고 세번에 걸쳐 강조했다"며, "북에 대한 묘사보다 미국의 행동계획을 밝힌 뒷부분에 중점을 둬달라"고 요청하고, "북한도 미국의 행동계획에 주목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미 국방정보국 국장이 언급한 북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우려한다"며, "특히 군사담당자들은 능력의 높은 부분에 중점을 둬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6자회담재개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재개나 재개후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어떤 추가적 노력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윤곽은 나와 있으나 그것을 언제할지는 유동적이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막바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낙관도 비관도 아니고 위기라는 평가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재 진행중인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고려중인 추가적 노력에 북이 요구하는 회담재개 명분이 포함되었느냐는 질문에는 "(추가조치에는) 회담재개와 재개후 실질적 진전 방안 모두가 포함된다"면서도 "명분과 실질로 나눠서 볼 수는 없다"고 비켜갔다.
특히 "관련국간 많은 상호작용이 있었다"며, "한쪽은 요구하고 다른쪽은 답변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상호 요구와 답변이 오갔다. 쉽게 말해 많은 사람이 왔다갔다했고 많은 요구와 응답이 왔다갔다"고 그간 6자회담 관련국간 협의 경과를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고드름이 녹는 방법을 보더라도 슬슬 녹아 없어지는 방법과 느닷없이 뚝 떨어지는 방법이 있다"며, "(북핵해법도) 여러 방법이 있는 데 어느 한쪽으로만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현실세계에서 어떤 안이 있다고 바로 'Yes' 또는 'No'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특히 관련국간 협의가 필요한 것"이라며, "(외교에서는) 사이클이나 사고의 '회임'기간이 길다"며, "그렇게 보면 지난 2개월은 결코 긴 시간은 아니다"고 강조해 북의 제안에 대한 관련국간 협의가 정리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이 6자회담의 구도를 '북한 대 다른 5개국'으로 규정한데 대해서는 "6자회담은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의 도구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며, "최소한 우리 스탠스는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나아가 "미국도 외교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많이 관련되는 한 협상과 외교의 책임이 더 커진다"고 강조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 평화의 기틀을 놓는다는 것이다"고 거듭 확인했다.
외교부당국자는 특히 미일 언론에 나오는 각종 대북 강경, 압박조치들은 "대부분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능성의 영역에서 말하면 모든 것이 열려 있으나 우리가 논의하는 가능성은 적어도 시계에 들어오는 정도여야 한다. 제재방안이나 북한의 핵실험은 시계에 들어오지 않는 가능성이다"는 것이다.
한편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9일 오후 3시 용산 주한미국대사관 공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중일 3개국 순방결과 및 6자회담 재개에 관한 미국측 입장을 설명했다.
이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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