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노래극단 희망새 예술단장)

혁명가극 '피바다'에 수록된 곡 중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사랑하는 을남이는 어데로 갔나'이다.

가극 제6장, 막이 열리면 갑순이가 밖에서부터 을남이를 애타게 찾다가 집으로 들어온다.
갑순이는 앓는 몸으로 을남이를 부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자 어머니에게 자기가 을남이를 찾아보겠노라고 다시 나가려 한다.  '사랑하는 을남이는 어데로 갔나'는 이러한 정황에서 갑순이에 의하여 불리우는 심리극적인 노래이다.

가사는 감방에서 받은 상처로 하여 앓고 계시는 어머니에게 약 한첩, 미음 한 모금 제대로 대접 못하여 괴로운데 동생마저 어데론가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친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안타까와지는 갑순이의 내면적 심리세계를 절절하게 토로하고 있다.

가사는 '어데로 갔나'와 서구의 도풀이 수법을 쓰고 있을 뿐 아니라 '앓고 계신 어머니가 근심하는데', '철없이 어델 가서 오지 않느냐'와 같이 회화어에 가까운 시구들로 새로운 시적 운율을 잘 살리고 있기 때문에 그 표현이 간결하고 알기 쉬우면서 내용을 뜻깊게 형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노래의 사상정서적 내용은 통속적이면서 세련된 시형상에 의하여 훌륭히 표현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서적 색깔이 뚜렷한 통속적이고 예술적 품위가 있는 선율에 의하여 더더욱 부각되고 있다.

곡조는 애틋한 정을 담아 절절하게 울리는 선율로 일관되어 있다.
첫악단에서 선율은 3/4박자의 탄력있는 리듬을 타고 처음에는 아래 소리목에서 좀 느리고 부드럽게 오르내리기 시작하다가 점차 폭넓게 솟구쳐오르면서 갑순이의 안타까운 심정을 그대로 진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다음 악단에서는 이러한 선율주제를 정서깊이 가공발전하면서 갑순이의 안타까운 마음을 불안 속에서 그리고 있다. 곡조는 셋째 악단에 이르자 선율주제를 거의 그대로 반복하면서 정서적 고조를 이루며 마지막 악단에서 둘째 악단 선율을 다시 변형반복하면서 앙양된 감정을 서서히 삭이며 노래를 끝낸다. 이러한 선율형상으로 하여 둘째 부분에서는 철없이 노는 을남에 대한 갑순이의 원망에 가까운 심정을 잘 그리고 있다.

이처럼 곡조는 처음에 제시된 인상적인 선율주제를 작품전반에 걸쳐 계속 변형반복하는 방법으로 형상적 내용을 심화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하여 부르기 쉬우면서도 예술적 품위를 훌륭히 보장하고 있다.

'사랑하는 을남이는 어데로 갔나'는 특색있는 통속적인 선율로 을남이를 찾는 갑순이의 구체적인 심리세계를 통하여 동생을 극진히 사랑하고 어머니를 효성 다해 모시려는 그의 성격을 두드러지게 보여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을남이를 철없는 아이로 보여줌으로써 다음 장면들에서 물고기를 팔아 약을 사온 그를 보다 기특하고 사랑스럽게 형상할 수 있었고 그의 죽음을 그처럼 격동적인 것으로 형상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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