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독일연방하원인사들과 만찬중인 노 대통령.
[사진제공 - 청와대]
독일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시간 13일 독일연방하원인사 초청 만찬사를 통해, “독일은 부끄러운 과거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할 줄 아는 양심과 용기,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했다"고 우회적으로 일본을 비판했다.

특히 "독일의 과거사 청산방식을 존경한다"며,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역사교과서 또한 이웃나라들과 협의를 거쳐 편찬하고 있다"며 독일과는 대조적인 일본의 역사인식을 부각시켰다.

노 대통령은 "독일의 이런 노력이 주변국과의 화해를 이뤄내고 오늘의 EU 통합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며,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독일에) 가장 부러워하는 세 가지"로 "‘독일 통일’과 ‘EU 통합’ 그리고 ‘과거사 청산'"을 들었다. 남북 통일, 동북아 평화구조 정착, 일본과 국내 과거 청산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12일 일부 언론은 방북한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초청하면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노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보도했으나, 청와대관계자들은 13일 이를 부인했다.

노 대통령 만찬사 (전문) 

존경하는 코쉭 독·한의원친선협회장, 쩜브리츠키 경제협력개발위 부위원장,
그리고 의원 여러분,

여러분의 환영과 두 분의 따뜻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이 독일방문 사흘째입니다. 이번 방문에서 나는 세계 일류국가 독일의 저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그 중심에 독일의회가 있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루어온 위업에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독일은 수출 세계 1위의 경제대국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 경쟁과 연대의 조화, 그리고 환경문제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모범국가로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독일이 이루어낸 성공에 대해서는 오늘 저녁 내내 말씀드려도 시간이 부족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 가장 부러워하는 세 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독일 통일’과 ‘EU 통합’ 그리고 ‘과거사 청산’입니다.

나는 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어제 브란덴부르크 문을 보면서, 역사의 진보에 대한 확신과 함께 대결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그곳을 자유와 평화의 광장으로 바꿔놓은 독일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서두르지도 좌절하지도 않습니다. 독일의 통일에서 희망과 교훈을 얻게 됩니다.

독일은 또한 세계 역사에 남을 EU 통합을 주도적으로 이뤄냈습니다. 최근 EU 확대와 헌법조약의 타결에도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유럽은 이제 전쟁과 대결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나는 ‘하나의 유럽’을 만들어가는 이 과정을 보면서 동북아시아에도 화해와 통합의 질서가 구축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 그렇게 되도록 앞장서 노력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나는 이와 함께 독일의 과거사 청산방식을 존경합니다.

부끄러운 과거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할 줄 아는 양심과 용기,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역사교과서 또한 이웃나라들과 협의를 거쳐 편찬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이런 노력이 주변국과의 화해를 이뤄내고 오늘의 EU 통합을 가능하게 했을 것입니다.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원 여러분,

나는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 두 나라가 평화와 번영의 동반자로서 이루어갈 미래에 대해 큰 희망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올해 한·독간 ‘입국 및 체류 양해각서’가 발효됨으로써 양국 국민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게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코쉭 의원을 비롯한 의회 지도자와 독일 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변함없는 우정 속에 양국 관계는 더욱 돈독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독일연방하원의 무궁한 발전과 양국관계의 미래, 그리고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건배를 제의합니다. 건배!

(자료제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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