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벤치마킹' 노력은 특히 냉전시대 동.서 분단을 딛고 통일 대업을 이뤄낸 배경과 통일후 정치, 경제, 사회적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정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통일에 대비한 노 대통령의 선행학습은 12일 통독 관련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접견하는 것으로 밀도가 더해가는 분위기다.
전날 독일의 분단과 통일을 상징하는 브란덴부르크문 시찰을 통해 민족통일의 각오를 다잡은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숙소에서 차기 총리감로 꼽히는 앙겔라 메르켈(여) 기민당 당수를 비롯한 동.서독 출신 지도급 인사들과 릴레이 면담을 갖고 통일에 관한 소견을 집중 청취했다.
메르켈 당수는 90년 통독 당시 구동독 마지막 정부의 대변인으로서 노 대통령에게 독일 통일 및 통합 과정에서 겪은 개인적 경험 등을 소상히 전달했다고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구 동독의 마지막 총리였던 드 메지에르와 서독 빌리 브란트 총리의 외교보좌관을 지낸 에곤 바, 데틀레프 퀸 전 독일문제연구소장, 헤르베트 해베르 전 동독정치국원을 면담했다.
이들은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안정을 위해 합리적이고 유용하다고 평가하고, 이 정책을 인내심과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통일은 전 분야에서 일어나는 만큼 각 분야에서 통일에 대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적, 제도적 통일이 이뤄지더라도 심리적, 정신적 통합은 오랜 시일이 걸린다"고 조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주요 의회 인사들을 숙소로 불러 만찬을 함께한 데 이어 13일에는 남북문제에 관해 '코드'를 맞춰온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독일의 내적 통합 과정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노 대통령이 그려오고 있는 통일관이 독일 정치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것이란 분석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 노 대통령은 방독전인 지난 8일 독일 언론과의 회견에서 "한반도는 보다 점진적이고 장기간에 걸친 과정을 필요로 한다"며 "안정된 평화구조가 어떤 관념적인 통일 계획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동포간담회에서는 북한의 신뢰문제를 정면 거론하면서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앞이 안보이는 것 같지만 반드시 풀린다"고 낙관론을 폈다.
또 브란덴부르크 문을 돌아본 뒤에는 "독일 통일을 한달 전에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이와는 반대로 적지 않은 사람들은 20년전부터 예측했다"고 소회를 피력하면서 "역사의 진보는 구체적인 과정은 예측하지 못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갈 곳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방독 과정에서 얻은 현장학습 자료를 토대로 통일에 관한 구상을 가다듬고 이를 당면 현안인 북핵문제와 6자회담 타개 노력에 접목시킬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연합뉴스) 조복래 김재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