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대미 안보외교, 경제해법, 3대입법 처리 등에서 여전한 시각차이를 보이면서도 적어도 긴급현안인 대일 외교분야에서는 초당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양당 대표는 ▲일본에 대한 외교적 대응 ▲남북관계 및 북한 핵문제 해법 ▲체감경기 활성화 등 경제회생 대책 ▲사회 양극화 대책 ▲반부패 제도 개선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3대 입법 처리 등 최근의 현안을 망라해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우선순위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고, 현안에 대처하는 방식과 해법에있어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연설문의 우선순위에 있어서 정 원내대표는 긴급현안으로 부상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왜곡문제,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를 진단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할애했다.

이에 비해 박 대표는 연설문의 전반부에 저소득층 복지 대책과 신용불량자 문제, 국민연금제도 개선, 고령사회화 대책, 중소기업 살리기 등을 집중 제기했고, 외교와 정치분야는 후반부로 돌려 눈길을 끌었다.

우선 정 원내대표와 박 대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정 원내대표는 "과연 일본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고, 박 대표 역시 "(일본이) 이웃의 신뢰조차 받지 못하면서 어찌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겠느냐"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박 대표는 현 정부의 '조용한 외교'에 대한 비판을 빠뜨리지는 않았으나 단 한 문장에 그쳤고, "현 정부의 대일 외교정책에 대해 오늘 이 자리에서는 더이상 묻지 않겠다. 지금은 여야와 온 국민이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며 초당적 대처를 강조했다.

반면 북한 핵 문제 및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해법에 대해서는 여야의 시각이 엇갈렸다.

정 원내대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밝힌 '동북아 균형자론'의 기조 하에서 대북특사 파견 건의,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필요성,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6자 회담 복귀 결단 촉구, 남북 국회 대표단의 상호방문, 남북장관급 회담의 조속한 개최 등 남북의 직접 대화를 강조했다.

이에 비해 박 대표는 "'동북아 균형자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는 것은 모순이며, 힘과 실력이 뒷받침되고 다른 나라가 인정해줄 때 균형자의 역할도 가능하다"며 '균형자론'을 비판한뒤, 한미동맹의 강화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미간 공조 전략에 무게를 뒀다.

정 원내대표와 박 대표는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대책과 복지전달체계의 개선에 대해서는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접근 방식과 기본철학에서는 시각 차이가 여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개방과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되 재정의 조기 투입과 종합투자계획을 통한 공공 및 민간 투자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개입주의적 정책수단을 제시한 반면, 박 대표는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거래세 인하 등 감세정책과 공공요금 인상 억제를 강조했다.

반부패 제도 개선과 관련, 정 원내대표는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주요 입법 과제로 제시한 반면, 박 대표는 "공수처는 대통령이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장악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통령 측근 등의 부정부패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 제정 추진 방침을 밝혔다.

또 모든 국무위원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여야 모두 환영했지만, 박 대표는 공정거래위원장과 금융감독위원장, 방송위원장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와 관련, 정 원내대표가 "처리 시기보다는 토론과 논의, 절차와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며 4월 임시국회 회기중 처리를 강행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데 대해 박 대표는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야당도 몸으로 막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화답했다.

다만 박 대표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한나라당은 치열한 내부토론을 거친 끝에 매우 전향적인 개정안을 제시했다"며 "그 이상의 양보는 인권 신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국민도 원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보법 폐지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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