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의 중소기업들과 평양에 공단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져 개성공단에 이어 또 하나의 남북 경제 공동체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남북투자기업협의회(회장 김영일 효원물산 대표)는 29일 "최근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베이징 대표부와 평양에 남한 중소기업들이 입주할 공단 조성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남북투자기업협의회에는 ㈜G-한신(유리), ㈜경평인터내셔날(식품가공), ㈜효원물산(농수산물 가공), ㈜ 굿팜(유기농비료), KH인터내셔널(의류) 등 12개 중소기업이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협의회는 회원사를 대표해 작년부터 북측과 평양 공단 조성 문제를 협의해왔다.

협의회에 따르면 공단은 평양시 락랑구역 승리3동에 1단계로 15만∼20만평 규모로 들어설 계획이며 북측이 부지, 인력, 원ㆍ부자재를 대고 남측 중소기업이 자본, 기술, 건축자재, 생산설비를 제공하는 합영ㆍ합작 형태로 조성된다.

공단은 약 2㎞ 거리에 동평양 화력발전소가 위치해 있어 전력 공급에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평양-개성간 고속도로도 인접해 있어 서울까지 육로 운송도 가능하다.

이미 굿팜, KH인터내셔널, 두경물산 등은 작년 11월 북측 민경련 산하 광명성총회사, 새별(샛별)총회사 등과 기업별로 공단 진출을 추진키로 하고 각각 합의서를 체결했다.

김영일 남북투자기업협의회 회장은 "공단에는 북측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유리와 가구 등 기초 공산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진출할 예정이어서 북측에는 경제 성장의 기반을 조성해주고 남측에는 생산비 절감을 가져다주는 상생형 경협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협이라면 평양 공단은 개미에 비유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이 힘을 합쳐 평양의 문호를 연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투자기업협의회는 30일 오후 3시 서울 무교동 국가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대북 사업의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는 길은 있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중소기업들이 주도하는 평양 공단 조성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남측의 중소기업들이 북측과 공단 진출을 협의하고 있다는 소식은 파악하고 있지만 평양 공단은 아직까지 남북협력사업으로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로 추진 경과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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