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는 표대결까지 빚어지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지난해와 달리 '일사천리'로 순조롭게 끝났다.

오는 31일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를 끝으로 현대-KCC 경영권 분쟁이 '종지부'를 찍은지 1년을 맞는다.

현대그룹은 지난 1년간 고 정몽헌 회장 사후 불거졌던 경영권 분쟁의 '여진'을 수습하고 계열사별로 결속력을 강화, 비교적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으며 지난해 8월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고 그룹 재건을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현대상선 등 주력 계열사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으며 대북 사업도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의 그룹 장악력도 강화, 체제가 안착했으며 그동안의 조직안정을 바탕으로 현회장이 향후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대북사업은 정치적 변수를 포함,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속에서 적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으며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은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해소, 경영권 안정을 기하는 부분도 현대그룹의 남은 과제다.

◆계열사 결속력 강화..실적 호조 = 현대그룹은 지난해 8월 2010년 매출 20조원을 달성, 재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 그룹 재건 및 재도약을 위한 본격적 시동을 걸었으며 이에 따라 신성장 사업 육성 등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현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내실 경영을 바탕으로 1등을 향해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며 "그룹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물류, 기계 및 제조, 금융, 남북경협 등 핵심사업을 반드시 세계 일등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그룹 해체 후 '각개격파'식으로 움직였던 계열사들은 현회장을 구심점으로 해 결속력을 과시했다.

계열사들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지난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며 호조를 나타냈다.

특히 현대상선은 지난 25일 창립 29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매출액 49억6천300만달러, 영업이익 6억4천900만달러를 달성, 2년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아산도 지난달 5일 창립 6주년을 맞아 남북경협 산업의 성공적인 추진 및 수익성 제고를 통해 올해를 흑자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특히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증권선물위원회의 현대상선 분식회계 징계 결정을 계기로 과거의 분식의 부담을 상당부분 털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허치슨그룹 계열사 사장 및 변호사 출신 등을 사외이사진을 대폭 보강, 투명경영 의지를 밝혔고 그룹 전체적으로도 분식 해소를 투명경영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대북 사업 순항할까 = 2003년 정몽헌 회장 사망당시 금강산 관광 사업은 98년 11월 시작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었다.

그러나 같은해 9월 육로관광이 본격화되면서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에는 금강산 관광이 6돌을 맞은 가운데 올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금강산 골프장이 힘찬 첫 삽을 떴다.

이어 12월15일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 중 하나인 리빙아트가 준공과 함께 첫 제품을 생산해 현장에서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기념식을 갖기도 했다.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는 금강산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골프장을 비롯, 스키 장, 해양 레포츠 및 리조트 시설 등을 건설, 금강산 주변을 국제종합 관광단지로 개 발한다는 계획이며 개성공단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당장 현대아산측은 이달말까지 북측에 지불키로 한 9억4천200만달러의 금강산관광 대가 문제를 안고 있는 상태로 현재 협상이 막바지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아산이 올해를 흑자 원년으로 선언했지만 적자 탈피도 핵심 과제다.

적자가 지속될 경우 계획된 개발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사업 자체의 전망도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북핵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남북관계 추이도 현대아산의 미래를 좌우하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출범한 김윤규- 윤만준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남북경협사업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쟁 완전히 끝났나 =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지만 KCC측은 여전히 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22.02% 보유하고 있다.

KCC는 작년 3월말 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완패'하면서 결과 승복을 선언, 보 유 주식 전량 매도 방침을 밝혔지만 '가격대가 맞지 않아 큰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며 지분을 처분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법정에서 "현대그룹의 3자 인수는 용납할 수 없다"며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갖고 있는 한 분쟁은 없겠지만 외국인이나 제 3자가 인수를 시도할 경우 가만 있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었다.

현대그룹의 중간지주격인 현대상선의 경영권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현대엘리베이터(17.16%)를 비롯, 현대측의 우호지분이 20.54%에 이르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게버린 트레이딩, 스타뱅거 등 공격적인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46%대에 육박, 적대적 M&A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었으며 KCC측도 6.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CC가 외국인 세력과 연합, 재기를 노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심심찮게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지분구도와 무관치 않다.

이와 관련, 현대상선은 지난해 6월 현대상선의 자사주 전량인 우호세력인 홍콩의 허치슨 왐포아사에 매각했고 현대상선의 외국인 매수세가 급증했던 하반기에는 콜옵션 조항에 따라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왐포아사 지분 일부를 되사는 가하면 종업원 지주제(ESOP)제를 본격 시행, 경영권 방어에 나서왔다.

더욱이 현대상선의 지분을 8.69% 갖고 있는 현대건설이 누구의 손으로 넘어가느냐 여부에 따라 현대상선 경영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이와 함께 현대-KCC 분쟁이 가족간의 다툼이었다는 점에서 정 명예회장과 현회장이 하루빨리 서먹서먹한 관계를 해소하는 것도 숙제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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