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사진작가)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1주일간에 걸쳐 한반도 전역에서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과 ‘독수리 연습’(Foal Eagle)의 병합훈련이 진행된다. 2002년부터 병합해 실시되고 있는 두 연습은 매년 개최되는 최대 규모의 한.미 동맹간 군사연습이다. 이번 군사연습에 대해 평화운동가로 더 알려진 사진작가 이시우 씨의 특별연재를 비정기적으로 게재한다. - 편집자 주


21일 포항시 송라면 독석리 해안에서는 예년과 같이 한미간 실제 기동연합군사훈련인 독수리연습중 한미연합상륙훈련이 있었다.

월포해수욕장에서부터 독석리 쪽으로 걸어가며 바다를 보아도 함정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수평선에 간신히 한 대의 함정이 떠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의 상륙전 훈련은 미군과 함께해 오던 과거의 상륙전훈련과 달리 한국군 단독으로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있던 차였다.

해병대에서조차 한국군은 상륙함을 더 이상 만들고 있지 않고 현재의 상륙함 규모로는 연대병력도 상륙시키기가 불가능하며, 미 해군의 대형 상륙함 없이는 이러한 상륙작전은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해안을 오가는 한국군들의 분위기에서 예년에 느낄 수 있었던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작년 훈련의 경우에는 한국군측에서 해병대 1사단 7연대 상륙단 2000여명과 해군함정 10척, 헬기 6대가 참가했으며, 미군측에서는 오끼나와의 31해병원정단(MEU) 1000여명과 사세보기지의 상륙함 3척, 공기부양정(LCAC) 3척, 상륙지원정(LCU) 2척, 헬기 10대, 키티호크항공모함 상에서 발진한 전투기 2대 등으로 이루어진 병력이 참가했다. 항상 이 정도의 병력이 한미연합상륙훈련에 동원되었다.

올해 상륙훈련에는 공군 전투기 2대, 헬기 5대 해군특수전여단(UDT/SEAL팀)과 해병 제1사단의 1개 대대급 상륙단(BLT), 상륙함(LST) 등을 비롯해 미 군수지원함, F-15 전투기 등이 투입되었을 뿐이다. 정보와 지휘통제기능을 미군으로부터 공유받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군사력은 예년에 비해 절반에 절반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봐야할 것이다.

상륙훈련의 시간별 전개

시간별 전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오전 8시40분경 수평선에는 상륙함 3척과, 군수지원함 한 척, 기함 한 척이 등장했다. 해안가에는 예년과 달리 상대방 역할을 하는 자주포 1대와 박격포 등과 함께 2대의 6공 트럭으로 병력이 도착 배치되었다.

8시55분 상륙장갑차(AAV: Amphibious Assault Vehicle)들이 상륙함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9시4분 상륙장갑차 20여대가 3척의 상륙함에서 모두 나오자 상륙함의 후미 문이 닫히고 급히 바다 너머와 좌우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9시8분 UDT보트 한척이 해안에서 수평선을 향해 사선으로 바다를 가로질러 갔다. 9시16분 상륙장갑차들이 수평선 근처에서 3열로 대열을 정비하고 대기하는 상태가 되었다.

9시30분 독석리 해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월현산 전망대에서는 브리핑이 있었다. 10분도 안되어 브리핑이 끝나고 장교들이 줄지어 앉아 바다를 관찰하는 장면이 보였다. 9시30분 정도에 수평선에서는 상륙장갑차들이 해안으로 갈지자를 그리며 접근하고 있었다. 해안으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전진방법으로 해병대의 상륙전 교리에 따른 것이다.

9시40분 해안에서는 특수작전부대인 UDT와 SEAL팀이 장치한 폭탄이 상륙장갑차 1파가 도착하기 직전 수중에서 폭파되며 고막을 터트릴 듯한 폭음과 함께 거대한 물기둥을 솟구쳐 오르게 했다. 해안 포병이 자주포 2발을 응사하자마자 수상함정에서 발사한 것으로 묘사된 폭발이 해안에서 검은 연기와 붉은 불꽃의 아수라를 만들며 이번엔 고막을 찢듯 터지고 있었다. 올해 상륙훈련의 특이점은 바로 해안에서의 응사로 상대방의 공격을 가정하며 진행되는 점이었다.

9시55분 전투기 2대가 해안가 상공을 가로질러 지나가고 9시56분 다시 돌아와 2번째 소티(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들의 임무는 근접항공지원 (CAS : Close Air Support)인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의 경우 이들 한국 전투기들은 강릉비행장(K-5)에서 출격했었다.

전투기와 함께 해안가에 거의 접근해오던 상륙장갑차 1파로부터 연막과 화염이 발사되었다. 9시1분 5대로 이루어진 공중헬기돌격부대가 수평선으로부터 소음을 내며 급속히 날아오고 있었다. 상륙장갑차부대에 대한 지원사격 등으로 상륙을 위한 화력터널을 만드는 것으로 판단된다.

상륙장갑차 3파가 도착하고, 9시12분 상륙함 685가 해안이 접수된 것을 전제로 접안하기 시작했다. 9시17분 상륙함의 문이 열리고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탱크 2대가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중장비와 육공트럭 지휘부차량 순으로 모래사장에 속속 발을 디뎠다. 9시25분 병력과 물자의 하역이 완료되었다. 9시43분 상륙함의 문이 닫히고 수평선으로 철수를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도 해안의 솔밭에 매복한 상대방 병사들은 기관총을 쏘아댔다. 물론 총구에 달린 레이더장치에 의해 사격이 점검되는 연습용 마일즈이다. 이는 해안가가 평정되지 않은 상태란 뜻인데 상륙함에서는 병력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상륙함에서 직접 병력과 물자를 하역하는 절차도 이전 한미연합훈련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작년의 경우 이 시각 바다에서는 LCVP를 중심으로 구조구난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인근 칠포해안에서는 프로펠러가 달린 전술수송기 CN-235 2대에 탑승한 공수대원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공정돌격이 실시되었다. 또한 바다종마라고 불리는 미군 CH-53 2대가 105미리 곡사포를 매단 채 해안을 통과했다. 그리고 전차 등을 탑재한 공기부양상륙정(LCAC: Landing Craft Air Cushion) 2대가 미 해병대들이 경계하고 있는 북측해안으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실려 있던 장갑차와 트럭 등을 모래사장에 내려놓았다.

독수리연습에 불참한 미군의 딜렘마

이번 상륙훈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상륙군이 본격적으로 상륙하기 전에 함포 및 항공사격을 통해 상대의 주요 화력과 방어진지를 무력화시키고 특수부대 UDT와 SEAL팀이 종심지역 후방에 침투하여 상륙해안과 종심지역의 주요 표적을 타격 및 확보하는 것이다.

해병부대가 상륙돌격을 실시하여 해안두보를 탈취하고 해병대 상륙단이 두 개 목표지역에 헬기돌격과 공정돌격을 강행하여 해안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탱크와 지휘차량 등이 한국해군의 대형상륙함을 통해 잇달아 양륙함과 동시에 내륙 깊숙이 돌진하여 지상작전부대와 연결을 실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올해의 상륙훈련은 이례적으로 미군이 빠진 한국군 단독 훈련이었다. 아무래도 전력면에서 예년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으며 해안의 상대방 병력이 조금만 강해도 상륙부대는 모래사장에 발을 딛기 전에 전멸할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근접항공지원도 약했고 화력터널을 만들만큼 속도와 화력이 받쳐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군이 연합상륙훈련에서 빠진 이유 자체가 이번 훈련의 성격을 규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2005년 2월 16일 하원 청문회에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이라크전쟁에 배치된 미군을 고려할 때 한반도 위기가 발생하면 미국은 이라크에서 복귀해 쉬고 있는 예비군 병력을 재소집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리고 미 상원 군사위 잭 리드(민주) 의원은 3월 3일 청문회에서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과 ‘독수리연습(Foal Eagle)’에 참가해온 미 해병대가 올해는 이라크 순환배치 주기 문제로 인해 훈련에 불참키로 결정, 훈련 참가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안다”며 "해병대가 매우 중요한 군사연습에 이라크 때문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은 전 세계에 걸쳐 (이라크 외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우리의 대응 능력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드 의원은 "이번 불참은 미 해병대에 과중한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는 첫 징표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연합뉴스)

이에 2005.03.21 마이어스 의장은 20일 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은 북한이나 이란의 핵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력을 써야 할 때 당장 가용할 군사력이나 정보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집중 배치돼 있지만 ‘특정한 일’을 처리하기 위한 특별한 전력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런 점이 협상테이블에 나오기를 꺼리는 북한에 중요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어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과도하게 배치되는 바람에 한반도 등의 비상사태에 충분한 병력을 집중할 수 없게 됐다”는 일부 지적을 부인한 것이다. 그러나 마이어스 의장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미 해병대가 독수리연습에 불참함으로서 나타난 양상은 미군의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S)에 의하면 전세계 여하지역에서 장기전을 유발시키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분명히 천명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생각지 못한 '전쟁장기화'의 수렁에 빠졌으며 미국이 분쟁 및 위기에 신속히 대응함으로서 사태의 장기화를 억제시키려는 이런 전략아래 언급되고 있는 “결정적 군사력(Decisive Force)"에 분명 구멍이 난 것으로 판단된다.

독수리연습과 RSOI를 둘러싼, 그리고 독석리 상륙전 훈련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미군의 결정적 군사력에 대한 마이어스 의장의 변명은 미군의 감추어진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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