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 위원장이 "한국은 누가 적인지 말하라"고 다그치고 나선 가운데, 미국을 방문중인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11일 뉴욕 소재 코리아소사이어티 연설에서, “미국의 태도변화만이 북을 6자회담에 복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미 행정부 관리 등을 만나 북핵문제에 대한 접근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사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 정책담당자들이 “한국민의 평화에 대한 절박한 지향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특히 “2.10 북한 외무성 성명 이후 여론조사 결과 한국민의 75%가 대북특사 파견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선호했다”며, “이는 대북제재와 봉쇄 등이 가져올 한반도 위기고조에 대한 명확한 반대의사”라며 "미국민과 한국민들 사이에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확연한 온도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에게 북핵문제는 미래의 불특정 테러 등에 대한 반확산(counter-proliferation)정책의 일환이지만 한국에게는 ‘생존의 문제’"라며, “미국과 한국이 동맹관계라면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한국 국민들의 이러한 위기의식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를 고려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잘라 말했다.

권 의원은 "북한은 6자 회담 복귀의 명분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 등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미국 또한 북한의 이러한 절박한 대응에 ‘6자회담으로 돌아오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이러한 북미간의 비타협적인 교착상태는 한반도의 위기를 빠르게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로 지목하여 북한을 자극하고, 이라크를 공격한 사실을 들어 “북한이 ‘학습효과’를 통해 미국의 진의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대해 “북한이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돼

권 의원은 핵문제해결에 있어 “남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은 인정받아야 한다”며, 최근 체니 미부통령이 비료지원 반대 발언을 지목해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과 유지를 위한 남한 정부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할 것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미동맹과 관련해, 권 의원은 “한미간의 군사적 동맹을 해소하고, 미래 지향적인 포괄적이고 평등한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난해 체결된 용산기지이전협정과 관련해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미국의 군사변환과 세계전략의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위해 한국민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현안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주한미군의 감축 및 재배치, 신속기동군화가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에의 개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닌가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강한 반대입장”을 전했다.

권 의원은 끝으로 한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한국민의 39%가 미국을 꼽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며, “미국의 진정성이 이렇듯 한국사회의 주류들로부터 의심받게 된 것에 대해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코리아소사이어티( http://www.koreasociety.org )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가 회장으로 있는 단체로서 1957년 미국내 정.재계 ‘지한파’들로 설립됐으며, 2003년 5월 첫 방미 때 노무현 대통령도 이 단체에서 연설한 바 있다.

권영길 의원 코리아소사이어티 연설문(전문)

도널드 그레그 회장님,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내 주신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원과 귀빈여러분. 반갑습니다.

먼저 어려운 와중에도 저에게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신 코리아 소사이어티 그레그 회장님과 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 여러분과 본인의 만남은 한국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양국간의 이해를 더욱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과거 약 50년 동안 양국 국민간의 더 깊은 인식과 이해, 협조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는 양국간의 유대를 강화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해 왔습니다. 그간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한국에 대한 지극한 신뢰와 이해는 과거 한국이 겪었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었으며, 이러한 사실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귀빈 여러분.

본인은 오늘 이 자리에 한미간 핵심현안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이슈에 대해 남한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섰습니다. 지난 해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은 노동자, 농민 등 한국사회의 소외받는 다수의 뜻을 대표하는 민주노동당을 국회에 진출시켰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은 전 세계적인 좌파의 퇴조 속에서 성취한 놀라운 성과이며, 한국 사회의 흐름이 어디로 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질적 도약을 향한 중대한 첫걸음이며, 평화와 진보, 공정성을 지향하는 한국 국민들의 열망이 분출된 결과입니다. 본인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4년간 민주노동당의 대표였으며, 지금은 의회공간에서 민주노동당의 지향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지난 토요일 미국에 도착한 이후 행정부와 의회의 여러 중요 인사들을 만났고, 또 대화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분들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북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본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핵문제에 대한 접근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사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민의 평화에 대한 절박한 지향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2월 10일 북한 외무성 발표가 있은 직후 국내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결과는 한국민의 뜻과 의지가 어디에 있는 지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한국민의 75%가 북한이 매우 위험한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특사 파견 등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선호했습니다. 본인은 이를 대북제재와 봉쇄 등이 가져올 한반도 위기고조에 대한 명확한 반대의사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한반도 위기에 대한 미 부시 행정부와 한국민의 태도에 있어 확연히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북핵문제라는 것이 미국에게는 단지 미래에 예측할 수 없는 테러의 위협을 줄이기 위한 반확산(counter-proliferation) 정책의 일환이지만, 남한에게는 생사가 걸려있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과 6자회담 불참 발표, 미국의 이에 대한 무시는 평화적 해결가능성을 현저히 낮추고, 통제 불가능한 위험성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쟁은 말할 것도 없고, 위기와 불안의 증폭만으로도 남한은 치명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이 동맹관계라면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한국 국민들의 이러한 위기의식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를 고려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북한은 지난 2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하고, 6자회담의 무기한 참가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북한이 왜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때에 이러한 발표를 했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과 분주한 해석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한미일은 북한의 이번 발표가 이후 협상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협상용'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의도를 논하기 전에 북한의 선언이 나오게 된 과정과 배경을 먼저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레그 회장께서는 2003년 9월 캘리포니아 대학이 중국의 칭따오(Qingdao)에서 개최한 비공식 6자회담(unofficial six-party meeting)에 참여한 경험담을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는 모든 중요한 이슈에 대해 대체적인 동의를 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은 다른 모든 나라들이 반대하는 태도를 고집하고 있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이 핵무기에 대한 집착이었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냉랭하고 적대적인 자세를 지속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레그 회장님의 탁월한 분석은 지금의 현실에도 그대로 부합합니다. 북한은 6자 회담 복귀의 명분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 등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미국 또한 북한의 이러한 절박한 대응에 "6자회담으로 돌아오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미간의 비타협적인 교착상태는 한반도의 위기를 빠르게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그 동안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했으며, 2002년 ?악의 축?(Axis of evil), 2005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로 북한을 지목하여 협상의 파트너인 북한을 자극했습니다. 실제 악의 축으로 지목당한 이라크는 미국의 군사공격을 받아 정권교체(regime change)가 이루어졌으며, 이란 또한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북한은 이라크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보면서 '학습효과'(learning effect)를 통해 미국의 진의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었을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은 6자회담의 틀을 깨고자 하는 의도보다는 미국이 북한을 동등한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하루 속히 서로의 우려 및 요구 사항을 '동시행동'과 '일괄 타결'의 맥락에서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이제 북한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적절한 해명과 대답을 마련하고, 이를 북한이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또한 회담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유의미한 양자회담, 다자회담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귀빈여러분.

민주노동당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반대하며, 핵무기의 보유가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또한 민주노동당과 본인은 모든 종류의 핵실험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핵무기의 지속적인 감축과 궁극적으로 'nuclear club'의 해소를 지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의 중심에는 미국의 비타협적인 대북 강경책과 이에 대한 북한의 강한 반발이 있습니다. Washington Post의 지적처럼, 북한이 부시 행정부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은 'no hostile policy'일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중국의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시,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된다면 6자회담에 복귀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기 위해 가장 큰 의무를 부담해야 할 국가는 미국입니다. 미국이 북한에게 적대적 의도가 없으며, 평화적으로 공존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힐 때,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귀빈 여러분.

민주노동당은 3차 6자회담의 의장성명에서 확인한 '말대 말'(words for words), '행동대 행동'(actions for actions)의 '동시행동의 원칙'을 지지합니다. 북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신뢰의 위기'로부터 기인합니다. 무너진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합의할 수 있는 사안부터 조금씩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교류, 인도적 지원사업의 지속에 대한 여러분들의 지지를 당부 드립니다. 그간 남북관계는 기복이 있기는 했으나,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확대.발전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성명발표 이후 남북관계는 또 한번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체니 부통령과 울포비츠 부장관이 비료지원의 중단과 북한과의 경제 협력 사업의 속도조절을 요청했다는 것이 여러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교류와 협력사업의 지속과 증대는 한반도 전쟁억지력 상승에 기여해왔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며, 6자회담의 재개여부를 떠나 남북간 대화통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도 대단히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과 유지를 위한 남한 정부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할 것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민은 94년 북한의 핵시설 유추 지역에 대한 폭격계획이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되었던 끔찍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핵무기를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라는 감정적 대응을 고집해 북한과 미국 모두로부터 외면을 자초했고, 정작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가 입안되고 실행을 코앞에 두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한국민들에게 남북관계 유지의 필요성을 각인시켰습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여러분들에게 또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달라는 것입니다. 북핵문제가 본질적으로 북미간의 사인임에는 분명하지만,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후 경로가 매우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한반도 위기와 전쟁위험의 증가에 따른 비용과 부담은 모두 한국민이 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남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은 인정받아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정부에게 주도적 역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 촉구하고 있습니다. 주도적 역할을 위해서는 유관국들에 대한 설득외교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대북특사 파견, 2차 남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을 직접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미국 내 한국에 대한 여론을 주도하고 계신 여러분들이 지지해 주신다면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훨씬 우호적인 조건이 마련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원과 귀빈 여러분.

민주노동당은 과거 한미동맹에 근거한 미국의 안보공약이 한반도 전쟁 억지와 남한의 경제발전과 번영에 있어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의 긍정적인 한미동맹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동맹관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한미간의 군사적 동맹을 해소하고, 미래 지향적인 포괄적이고 평등한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미는 지난 2년간 진행된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utur of the Alliance Policy Initiative, FOTA)를 통해 용산기지 이전 및 주한미군 재배치에 합의했으며, 향후 2년간은 FOTA회의의 뒤를 이어『안보정책구상회의』(Security Policy Initiative)를 통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작년 용산기지 이전 및 미군기지 재배치에서 한미 당국이 보여준 밀실협상은 한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습니다.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미국의 군사변환과 세계전략의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위해 한국민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또한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주한미군의 감축 및 재배치, 신속기동군화가 주한미군의 동북아 분쟁에의 개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닌가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주한미군이 다른 지역의 분쟁에 개입하고, 한미동맹이 확대 재편되어 지역동맹군이 되는 것에 강한 반대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는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할 공산이 매우 크며, 불필요한 분쟁에 한국이 의도하지 않게 끌려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미래 지향적인 한미동맹 전환은 양국민의 우호적인 감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코리아 소사이어티와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2004년 1월의 한 여론조사 결과는 매우 놀라운 것으로서 여러분들도 충분히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내용이라 이 자리에서 소개하겠습니다. '한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이라는 질문항목에 한국민의 39%가 미국이라고 응답했으며, 같은 질문에 북한은 33%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20대는 58%, 30대는 47%가 미국을 지목했습니다. 이미 한국의 주류는 과거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담보로 투쟁했던 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로 바뀌었으며,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으로 쌍방향 여론을 주도하는 20-30대로 변화했습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이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으며, 과거 50년 한미동맹의 역사 자체가 부정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미국의 진정성이 이렇듯 한국사회의 주류들로부터 의심받게 된 것에 대해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귀빈 여러분.

본인은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회원들과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보여주신 관심과 노력이 한반도의 평화와 한국의 번영과 발전에 얼마나 소중하게 기여해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여러분 모두는 한반도의 평화와 더욱 성숙된 민주주의의 실현이 한국과 미국 모두의 국익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공유하고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바람직한 한미동맹관계의 재구축,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 이 모든 것은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신뢰관계 구축을 통해서 실현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신뢰관계는 양국의 정책결정자들간의 대화만으로는 형성될 수 없습니다. 양국의 다양한 입장을 가진 다양한 세력들이 활발한 교류와 상호간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한국내 다층적인 목소리가 미국 시민사회에 전달되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을 계기로 상호간의 신뢰와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여러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 주신 그레그 회장님과 코리아 소사이어티 관계자들께 감사드리며,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제공 -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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