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관훈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북녘 작가들과 아이들에게 물감보내기 전시회를
열고 있는 민미협 여운 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통일뉴스 이현정기자]

지난 2일부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개막된 '북녘화가와 어린이에게 물감을 보내기 위한 범미술인전'이 7일 막을 내렸다. 판매 기금 전액으로 물감을 구입해 북측에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미술인 전에선 총 60여 점의 미술품 중 9점이 팔렸으며 약 700∼800만원 가량의 수익금을 남겼다.

 

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 회장 여운) 배인석 사무처장은 "전시 이후에도 판매를 계속해 물감구입 금액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1985년, 미술인 주재환 등 형식주의 미술을 떠나 사회문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미술인들이 모여 태동시킨 민미협은 80년대 말, 북측 작가들을 일본에 초청해 '코리아 통일전'을 여는 등 미술을 통한 통일운동에 힘써왔다.

민미협은 북녘 화가와 어린이에게 물감보내기 운동 외에도 올 가을 경 북측 작가들과 함께 금강산 등지에서 비무장지대에서 백두산까지, 조국강산을 그리는 '남북미술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북측과의 실무접촉은 진행된 바 없다.

민미협 여운 회장은 "6.15 공동행사가 시작하기 전 물감을 보내려 한다"고 밝히고 "물감을 전달 한 뒤에 한국미술협회와 상의해 남북미술전과 관련한 실무협의 날짜를 잡을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전 11시, 물감보내기 미술전이 개최됐던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여운 회장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 통일뉴스 : 우선, 민미협에 대한 간단히 소개해달라.

■ 여운 : 1985년, 군사정권 시절에 뜻을 같이 해서 민족에 대한 역사와 현실과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고 형식주의의 미술을 떠나서 사회에 참여하자는 취지로 주재환 선생 등 미술인들이 모여 태동시켰다. 그때는 군사정권시절이라 어려웠지만 그 당시 현실과 맞서서 여러 가지 전시회를 가졌었다. 우리 회원들 중 감옥에 간 사람들도 있었고 투옥된 사람들도 있었다. 통일그림 '모내기'의 작가 신학철 씨는 아직도 국가보안법에 매여 있다.

그 당시 치열하게 싸워오면서 그림으로서 대변을 했다. 그 이후 90년대를 지나오면서 오늘에 이르렀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 회원은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고 있으며 분단과 환경, 그리고 아직도 가시지 않은 국가보안법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작년 5월에는 미술인 들이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하고 참여연대와 보안법 폐지 성명에 함께 했다. 아직 남과 북이 분단돼 있는 지금 시기,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새로운 가치관을 적립해야 할 시기다. 

남북미술교류전 북측에 제안 

□ 2002년 6.15공동선언 실현 위한 민족공동통일미술전과 남북여성통일대회 여성미술전 등 남북교류행사에 참가해 왔는데, 이외 민미협이 벌인 남북미술교류와 관련한 행사를 소개해 달라.

■ 김대중 정권 말 6.15공동선언을 발표했을 때 급조한 전시가 있었다. 2000년, 워커힐호텔에서 북측 조선미술동맹 최성룡 위원장과 함께 '6.15 남북작가전'을 개최했다. 그때 최 위원장을 만나서 작품에 대한 서로의 견해를 이야기 하다가 우연치 않게 물감 얘기가 나왔다. 내가 북조선은 어떤 물감을 쓰고 있냐고 물어보니 기계가 낡아서 생산을 많이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물감을 보내드리면 어떻겠습니까하니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2003년 제주민족평화축전에선 지금은 국립현대미술 관장이신 김윤수 선생이 직접 물감을 사다 준 적이 있다. 이때도 최성룡 위원장이 왔었는데 우리가 북에 물감 보내기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얘기했고 물감을 보내주면 우리도 그 물감을 갖고 통일에 일조를 하자고 제안했다.

어떤 사업을 제안했는가 하면 남북 작가들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정치성을 배제하고 비무장지대에서 백두산까지, 백두산에서 비무장지대까지 순수한 우리 조국의 산하를 그려서 북에서 먼저 하든, 남에서 하든 전시회를 열자고 했다.

□ 남북미술가교류전 준비는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됐는가?

■ 진전된 사항은 없다. 일단 물감을 보내주는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 북측은 남북미술교류에 대해 어느 정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가?

■ 화가 자신들이야 당연히 교류전을 하고 싶은데 남북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서... 만나서 서로 교류하자고 하는 것은 당연한 소원이다.

□ 민미협은 80년대부터 민중미술활동을 펼쳐왔는데 통일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는가.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 민미협 회원이라면 누구나 통일과 분단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고 처음부터 그랬다. 우리의 아픈 상처다 보니까, 우린 분단의 원죄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이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바로 민미협 회원들이다. 제도권에서는 한 때 우리를 적색분자라고 보아왔다. 자기 조국의 통일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시각들이 많았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 80년대에도 남북미술교류전을 연 적이 있는가?

■ 있었다. 80년대 말에 북쪽작가들을 일본으로 초청해 일본에서 코리아 통일전을 열었었다. 그때 주목받은 작가들이 신학철 작가와 강요백 작가 등이었다.

□ 분단, 통일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미술가를 알고 싶다.

■ 한번씩은 다했다. 안 한 사람이 없다. 누구라고 딱 꼬집어 말 할 수가 없다. 물론 활동이 이슈화 된 작가는 신학철, 주재환, 손장섭, 강요백, 임옥상 등이다. 분단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지 않은 작가가 어디 있겠는가. 요즘 젊은 작가들도 상당히 의식 있는 작가들이 많다. 

이외 민미협에서는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 간의 같은 꿈을 실현하는 내용이 담긴 작품들과 제국주의에 비판적인, 특히 미국을 타켓으로 한 작품들이 많이 나와있다.

광복 60주년 맞아 '광복60주년 항쟁전' 계획

□ 광복 60주년, 6.15선언 발표 5주년을 맞아 각 부문별 남북민간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다. 민미협은 남북미술교류를 위해 올해 어떤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 현재, 북에 물감 보내기 운동을 진행중이며 최근 실무접촉을 계획 중이다. 6.15공동행사 안에 물감을 보내려 한다. 이번 전시가 끝난 뒤 진행에 들어가야 한다.

또, 올 가을에 남북미술전을 열려고 준비중이다. 물감을 전달한 뒤에 한국미협과 상의한 뒤에 남북미술전과 관련한 실무협의 날짜를 잡을 것이다. 문예진흥기금과 일부 기금도 확정되어 있다.

일단, 6월 15일까지 물감을 모아 접촉한 뒤 약속했던 물감재료를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외 광복 60주년을 맞아 '광복 60주년 항쟁전을 5월 달부터 벌이려 한다. 5월에는 부산, 광주 등 전국을 순례하고 7월 말 서울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 광복 60주년 항쟁전은 무엇인가?

■ 동학에서부터 시작해, 4.3제주항쟁, 거창, 여순 등 지역 항쟁의 아픔을 들춰 그것을 시각화하고 총체적으로 정리해 보는 전시회다. 서울 민미협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인천, 경남, 부산, 광주, 충청 등 각 지역 민미협에서도 광복 60주년 기념 행사를 진행한다. 강원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줄기차게 준비하고 있다.

□ 북측 작가들의 작품을 일반인들도 쉽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회장이 부족하다. 대안공간 마련이 시급하지 않은가.

■ 그림마당 민이 있었는데 문닫은 지 오래됐다. 우리가 다시 한 번 그림마당 민 같은 전용공간을 만들어 북측 작가들도 초청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 참여정부가 이런데 관심을 갖고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굉장히 미흡하다. 우리 정부의 문화정책이 맘에 들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이 대안공간을 마련해서 북측 작가들의 작품도 초청하고 중국 작가들도 초청해 작가전을 열어야 한다. 초창기 때 중국에서 루쉰 목판화 운동을 할 때 그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서 전시회를 갖곤 했다. 우리가 대안공간을 갖고 있어야만 북쪽 작가들과 교류와 이해의 장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 통일운동에 있어 미술이 갖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 보는가?

■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사물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시각을 통해 접하게 되는 미술작품은 사람들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남측에서 생각하는 식으로 북측을 봐서는 안 된다. 저쪽을 이해하고 저쪽 상황의 여러 가지 부분을 알아야 한다. 우리 식대로 자본주의적 발상으로 북을 바라본다면 백전백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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