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은 조용하고 평온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신들이 북한의 이상징후설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29일부터 4박5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2일 돌아온 조철승 ㈜에너진 회장은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평양을 둘러본 첫 인상을 이같이 말했다.

남측 기업인의 방북은 작년 7월초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파동이 불거진 이후 작년 12월 평양을 다녀온 김정태 ㈜안동대마방직 사장에 이어 조 회장이 2번째이며 올해 들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북측 인사들이 상당히 경협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북측은 자신들이 관심을 가졌던 공압식 엔진에 대한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지만 다른 경협 사안에 대한 협의를 순조롭게 진행시켜 의향서 체결에 성공했다고 조 회장은 말했다.

북측은 조 회장 일행이 6명이나 됐음에도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미니버스까지 제공, 단체로 평양 시내를 둘러보고 제한적이지만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일행은 평양 도착 다음날인 1월 30일 보통강 강변을 둘러본 데 이어 31일 평양 역사박물관, 개선문, 인민대학습당 등을 방문할 수 있었다.

평양 시내는 연초지만 차분한 분위기였으며 깨끗하게 청소된 거리 곳곳에서 건물 신축과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기로 달리는 굴절버스(무궤도전차)와 평양의 새로운 명물이 된 2층버스가 시내를 달렸으며 현대자동차 마크가 제거된 스타렉스 승합차와 아토스 경차도 목격됐다고 그는 전했다.

조 회장의 평양 방문을 수행한 조병훈(34)씨는 "평양 시내의 상점에서는 저마다 군고구마ㆍ군밤 매대(가두매점)를 거리에 내놓고 손님을 부르고 있었고 간간이 상점을 드나드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노점에서 파는 떡볶이와 오뎅이 분주히 길을 오가는 행인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고 한다면 평양에서는 군고구마와 군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조씨는 "인민대학습당 컴퓨터실을 방문했을 때 북측 학생들이 채팅을 하면서 남측 학생처럼 '안녕, 안녕 ^^'식으로 눈웃음을 상징하는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습당 내부에서는 학생들이 김 위원장의 생일(2ㆍ16) 공연 준비에 열중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고 그는 전했다.

평양의 전력 사정도 많이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보통강 호텔 인근의 아파트촌에는 자정 가까이 조명을 밝힌 집이 많았으며 호텔에서 외국의 위성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설치한 파라볼라 안테나 주변은 밤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고 말했다.

호텔의 전기 공급도 안정적이어서 보통강 호텔에 묵는 동안 갑자기 정전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통강 호텔의 시설은 남측의 웬만한 호텔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숙박비는 3등실 90유로(12만원), 2등실 148유로(19만7천원)였다. 호텔에서는 신용카드도 사용이 가능했는데 조 회장 일행은 숙박비 중 일부를 남측 S카드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로 지불했다.

북한에서는 남한처럼 통신선에 연결된 신용카드 단말기로 카드를 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계로 카드 표면을 긁어 전표를 만들고 은행에 전화로 신용카드 번호를 불러주고 승인을 받는 방식이다.

조 회장은 "현재도 많은 남측 기업인들이 평양 방문을 타진하고 있어 앞으로 경협을 중심으로 한 남북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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