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3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1.25-30) 폐막총회 연설을 통해,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 북한과 함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선언하는 축제의 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설 앞부분은 지난 28일 베를린대학 연설의 요약판으로 볼 수 있다.

먼저, "(1950년) 전쟁의 기억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기에 한국의 입장에서 군사적 선택은 고려할 수 없다"며, "전쟁반대, 평화공존 및 공동번영이 한국의 평화전략의 핵심"이라며 3대 평화전략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

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당면과제로 핵문제를 들고, 6자회담이 시급히 열려야 한다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전하며, 북한에는 전략적 결단을, 미국에는 전향적 선택을 촉구하는 이른바 당면한 3가지 실천과제도 재언급했다.

또한 최근 미국이 2기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외교적 해결 방침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하고, 장기적으로는 6자회담이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하길 기대했다. 

북한이 핵포기 과정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대북지원'을 할 계획이며, 우선 포괄적 농업협력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는 것과 DMZ 북측 지역에 인접한 개성공단이 남북한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연설 뒷부분에서 정 장관은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염원이 실현되는 중요한 전환기"가 되길 기대했다.
 
나아가 "한국은 핵을 포기한 북한과 함께 역사의 무대에 서고 싶다"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많은 정상들이 모인 가운데,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선언하는 축제의 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끝으로 "북한이 APEC에 참여할 수 있다면,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셈"이며, "그것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노대통령의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도자들의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

정 장관의 이날 연설은 지난 28일 베를린 연설에 이어 한반도 평화전략을 재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11월 APEC 정상회담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해 남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선언이 성사되기를 강력히 희망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포럼 기조연설(2005. 1. 30)

                           
                                    한반도 평화전략(Peace Initiative)

신사숙녀 여러분,

연설에 앞서, 이번 남아시아의 비극에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 예기치 못했던 '츠나미'는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혔습니다. 희생자들과 피해 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보냅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는 고통을 함께 나누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복구를 돕기 위해 남아시아로 달려갔습니다. 우리는 지구적 재앙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탈냉전 이후 시대에서도 여전히 '경제적 빈곤'과 '평화의 위협'은 국제사회가 해결해야할 시대적 과제입니다.

한국은 이와 같은 세계적 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서의 인도적 지원 활동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라크의 평화.재건을 돕기 위해 3600여명을 보낸 세 번째의 파병국가입니다. 오늘 선거가 이루어지는 이라크의 평화와 안정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평화와 빈곤이라는 세계적 과제는 한반도에서도 중요합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평화'를 얻고, 북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의 선택은 '평화전략'(Peace Initiative)입니다. 우리는 이미 1950년 전쟁을 겪었습니다. 전쟁은 잿더미가 된 국토, 민족의 분단, 가족의 분열을 남겨주었습니다. 전쟁의 참혹한 상처를 기억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선택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전쟁 반대와 평화공존, 그리고 공동번영의 모색이 한국 평화전략의 핵심입니다.

한반도의 영구 평화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통해 가능합니다. 남북한과 미.중.러.일이 참여하는 6자회담이 2003년 시작되었으나, 안타깝게도 7개월째 교착상태로 있습니다.

6자회담 참여국들의 결단과 선택이 필요합니다. 반복적인 교착이 아니라, 진전을 위한 협상이 필요합니다. 특히 북한의 전략적 결단이 중요합니다. 

북한은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2년전 이 자리에서 똑같은 메시지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아직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몇 번의 전략적 선택의 순간들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이제 북한은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핵 폐기라는 역사적 선택을 통해 체제안전과 경제번영의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서는 미국의 전향적 선택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포괄적 접근을 통해 북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2기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외교적 해결 방침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합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청문회에서 밝혔듯이, 지금이 바로 외교적 해결의 적기입니다. 

우리는 1972년 2월 사회주의 중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닉슨 대통령의 미래지향적 실용외교를 기억합니다. 미중 양국의 관계 정상화는 결국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었을 뿐 만 아니라 중국의 인권 상황 개선에도 기여하였습니다.

북한을 국제사회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군사적 압력이나 봉쇄보다는 경제협력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한국은 북한이 핵포기 과정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대규모 경제지원을 의미하는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대북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우선적으로 남북대화가 복원되면, 북한이 올해 중점추진 사업으로 설정한 농업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 비료, 농기구 등 포괄적 농업협력을 추진할 의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DMZ 북측 지역에 인접한 개성공단은 남북한의 갈등과 대립을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시키는 협력의 상징입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한다면, 개성은 남북 공동번영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은 국제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6자회담은 북핵문제를 넘어, 장기적으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처럼,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2005년은 한반도의 역사에서 중요합니다.

21세기 전 세계가 희망의 내일을 설계할 때, 한반도만이 분단의 고통을 안고 살아갈 수 없습니다. 2005년은 해방60주년이며, 분단 60주년입니다. 더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는 APEC 정상회담이 11월 한국에서 열립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염원이 실현되는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만약 11월 APEC 정상회담이전에, 6자회담이 좋은 성과를 축적해서, 북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탈냉전의 역사적 상상력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핵을 포기한 북한과 함께 역사의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많은 정상들이 모인 가운데,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선언하는 축제의 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제적 지도자들의 비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만일 북한이 APEC에 참여할 수 있다면,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셈입니다. 그것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세계경제포럼에 모이신 각국의 지도자 여러분

이것이 분단과 전쟁의 역사를 딛고, 냉전의 어두운 유산을 넘어,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비전입니다. 여러분의 지원과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료출처 =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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